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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랩] 추미애 의원 필리버스터 전문 (0) 2016/03/04 PM 02:37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 나오셔서 토론해 주시기 바랍니다.
?추미애 의원 존경하는 국민 여러분!
더불어민주당 소속 국회의원 추미애입니다.
국민 여러분께서는 많은 우려 속에 도대체 왜 국회는 밤늦게까지 토론을 벌이는지 궁금하실 것 같습니다. 어떤 분은 이 새벽에도 하루의 생업을 위해서 일터에 나가시는 분도 있으실 것 같습니다. 또 어떤 국민께서는 야근하시면서도 텔레비전을 켜 놓은 채 귀 기울여 주시는 분도 있을 것 같습니다. 아마 대부분의 국민들께서는 금요일 밤에 가족과 더불어 편안하게 주무시리라 생각을 합니다.
제가 무제한 토론을 신청한 것은 법률을 전공한 법률 전문가인, 10여 년간 판사를 지낸 저 추미애가 볼 때도 이 법은 도저히 법이라고 할 수조차 없는 결함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것을 지적하고자 하는 목적 때문입니다.
저도 테러의 공포로부터 우리 국민을 반드시 지켜야 한다는 생각은 박근혜 대통령이나 뒤에 앉아 계시는 정의화 국회의장님과 결코 생각이 다르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 어떠한 경우에도 우리 국민의 헌법상 기본권이 휴지장이 되어서는 안 된다 하는 것을 잘 명심하고 있는 헌법기관인 국회의원이자 또한 법률 전공자로서 심각한 우려와 의문을 제기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에 저도 무제한 토론에 참여하게 됐습니다.
그래서 제 토론 말미에는 직권상정을 하신 정의화 국회의장님께 간곡하게 당부드리고 싶은 말씀이 있기 때문에 가급적이면 정의화 의장님께서는 제가 드리는 말씀을 끝까지 경청해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의장님 약속해 주실 수 있겠습니까?
프랭클린 루스벨트 대통령은 1941년 대공황의 한가운데서 연두교서에서 ‘네 가지의 자유가 있다’라고 했습니다. ‘언론의 자유, 신앙의 자유, 결핍으로부터의 자유, 공포로부터의 자유’ 이 네 가지 자유를 미국 국민께 말했습니다. 그분은 ‘우리가 두려워할 것은 두려움 그 자체뿐이다’라고 하면서 ‘어떤 것도 두렵지 않으며 오로지 경계할 것은 우리가 두려움에 빠지는 그 자체뿐이다’라고 했습니다.
박근혜 대통령이 호통치면서 통과시켜야 된다라고 하는 테러방지법, 정의화 의장님께서 갑자기 입장을 바꾸어서 직권상정을 한 테러방지법은 바로 테러 공포로부터의 자유에서 국민을 지키기 위함입니다.
그러나 공포로부터의 자유를 위한 이 테러방지법이 거꾸로 국가정보권력에 의한 공포가 지배하는 사회로의 회귀가 될 수 있습니다. 우리 국민은 공포로부터의 자유를 원하기도 하지만 공포가 지배하는 사회를 결코 원하지 않습니다. 대통령도 국회의장도 우리 국민을 두려움의 도가니로 몰아넣으면서 국가권력을 확대하는 위험천만한 일을 지금 벌이고 있는 것입니다.
박근혜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일명 테러방지법은 테러방지를 빙자해서 국민을 옥죄기 위한 우리 헌정사에서 가장 교활한 악법이라 생각됩니다. 내용적으로는 국정원이라는 국가기관을 통해 국민의 인권을 파괴하고 사생활을 낱낱이 들춰보겠다는 초헌법적이며 형식적으로도 그야말로 비법률적이며 비전문적인 문구들로 만들어진 조악하고 조잡하기 그지없는 날림법안인 것입니다.
그런데 박근혜 대통령은 공식 회의석상에서 주먹으로 책상을 내리치시면서까지 이런 초헌법적이고 날림법안을 통과시키지 않는다며 국회에 분노를 표했다고 합니다.
독재와 군사정권 시대처럼 또다시 국민을 옥죄어 피눈물 나게 만들 수 있는 헌정사상 가장 교활한 이런 악법을 과연 누구를 위해 왜 통과시켜야 하는지 박근혜 대통령께 묻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아울러 이러한 법안을 직권상정한 정의화 의장님께도 국민을 대변하는 국회가 청와대의 거수기 역할이 아닌 국민의 인권과 헌법의 가치를 수호하는 입법기관으로서 바람직한 모습이었는지 또한 묻지 않을 수가 없습니다.
국민들은 자유로운 삶, 정보기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의식하지 않는 인간으로서의 존중된 삶을 살아야 할 권리가 있습니다. 게다가 국민들은 생계를 위한 삶이 무엇보다 고단합니다. 그 고단한 삶을 정치로 위안받아야 하고 위로받을 권리가 있습니다.
그럼에도 새누리당과 박근혜정부와 정의화 국회의장은 국민보호와 공공안전을 위한 테러방지법안이라는 일명 국민테러법을 만들어 삶을 위로해 주지는 못할망정 국민들을 테러범으로 만들어 내려고 하고 있습니다.
테러방지법 아니, 국민테러법은 결코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하는 법일 뿐입니다. 그렇다면 그 침해는 최소한에 그쳐야 하고 침해하는 경우에도 명확해야 하는 것입니다. ‘법률이 없으면 범죄도 없고, 법률이 없이는 형벌도 없다’라는 아주 유명한 격언이 있습니다. 결국 죄형법정주의의 근본적인 의의는 국민 개인의 자유와 권리를 보장하기 위해 승인되는 국가권력의 자기제한인 것입니다. 이 원칙은 범죄와 형벌을 미리 법률로써 규정하여야 한다는 근대 형벌제도를 지배해 왔습니다.
그럼에도 박근혜정부는 근대 형벌제도를 부정하려고 합니다. 본 법안을 보면 죄형법정주의를 깡그리 부정하고 국가권력의 권력자가 범죄와 형벌을 마음대로 전단(專斷)하는 이른바 죄형전단주의의 나라를 만드는 것입니다. 이는 전제국가에서 정치이념의 형법적 표현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과거 유럽의 중세시대와 근대 초기 이전에는 범죄와 형벌을 법률로써 규정하지 않고 권력자나 관헌이 마음대로 결정해서 시행하였으므로 개인의 권리와 자유가 부당하게 침해받아 왔습니다.
이에 대하여 이탈리아의 계몽사상가 베카리아는 그의 저서 ‘범죄와 형벌’에서 밀실재판과 죄형전단주의 등 당시의 전제적 형사제도를 비판하고 사회계약에 의하지 않은 형벌의 부당성을 설파했습니다. 이에 촉발되어 국가형벌권의 전횡으로부터 개인의 자유와 인권을 보호하고자 죄형법정주의가 대두되었으며 근세 이후의 형법은 이를 기본원칙으로 채택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우리나라는 중세시대 이전의 어느 나라에 사는 것입니까? 지금 우리 대한민국은 죄형법정주의의, 전제주의 국가인 죄형전단주의로 돌아가려는 것입니까?
이 테러방지법은 절대로 직권상정 할 수가 없는 법입니다.
그 이유를 크게 세 가지 말씀드리겠습니다.
첫 번째, 급조된 짜깁기법입니다.
차마 법이라고는 할 수가 없고 부를 수조차 없을 정도로 법률로서는 갖춰야 할 명확성의 원칙이 결여되어 있습니다.
범죄와 형벌은 죄형법정주의에 따라서 명확해야 합니다. 그런데 죄형법정주의에 어긋나는 표현들로 가득합니다. 테러방지법 제9조에 ‘조사대상자’라는 표현이 있습니다. 도대체 ‘조사대상자’가 무엇입니까? 무슨 의미인지 명확하지가 않습니다. 피의자면 피의자, 참고인이면 참고인, 용의자라든지 하다못해 피내사자든지 그 ‘조사대상자’에 대해서 명확한 개념 규정이 선행되어야 할 것입니다.
정보수집이나 첩보 같은 것은 죄형법정주의 적용 이전의 문제가 될 것입니다. 그런데 정보수집이나 첩보의 결과 범죄의 단서가 포착이 된다면 그때 비로소 수사의 단계로 넘어가 수사가 개시될 수 있을 것입니다.
테러방지법안에 있는 ‘조사대상자’에 인용된 ‘조사’의 국어사전을 제가 찾아보았습니다. ‘조사’란 ‘사물의 내용을 명확히 알기 위하여 자세히 살펴보거나 찾아본다’라는 것입니다. 도대체 조사라는 것이 조사인 것인지 정보수집인지 첩보인지, 아니면 그 모두를 포괄하는 것인지 애매하기 짝이 없는 것입니다.
아시는 것처럼 정보수집이나 첩보 같은 것은 밀행성이 강조되는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그 단계는 죄형법정주의 이전의 단계입니다. 첩보나 정보수집 단계에서 수사의 단서가 포착돼 수사 단계로 넘어오면 그때는 달라지는 것입니다.
수사라는 것은 범죄를 전제로 하는 것입니다. 범죄는 죄가 있다고 하면 형벌이라는 결과가 따릅니다. 따라서 수사 단계로 넘어오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의 원칙에 반드시 따라야 하는 것입니다.
그런데 이 테러방지법에는 테러라는 엄청난 범죄를 주장하면서도 테러에 대한 정의조차 막연하기 짝이 없습니다. 공중 등 협박목적 및 대량살상무기확산을 위한 자금조달행위의 금지에 관한 법률이 일찍이 있었습니다. 이 법상의 테러에 대한 정의 조항을 얼마나 급하게 베꼈는지 뒤에서 제가 다시 자세히 언급해 드리겠지만 그 잘못된 문구마저 그대로 따라 썼습니다. 즉, 엄청난 범죄를 수사하고 처벌을 전제로 하는 수사를 하는 것임에도 불구하고 법률로써 죄형법정주의의 요건이 하나도 제대로 갖춰져 있지 않은 것입니다.
두 번째는 인권침해법입니다.
특히 보안정보기관인 국정원이 ‘조사대상자에게 자료제출 및 진술을 요구할 수 있다’고 되어 있는데 이것은 헌법상의 사생활 보호와 인신보호를 위한 형사절차에 대한 헌법상의 기본권을 전면 부정하는 것입니다.
우리 헌법 제17조는 ‘모든 국민은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받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이는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는 인간 행복의 최소한의 조건이라는 것을 말하는 것입니다. 따라서 사생활의 내용에 대해서 외부적인 간섭을 받게 되고 나만의 영역이 타의에 의해서 외부에 공표되었을 때 사람은 누구나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침해 내지 인격적인 수모를 느끼게 됩니다.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존중하고 보장하는 것이 인간의 존엄성 내지 행복추구권과 불가분의 관련이 있다고 평가되는 이유도 그 때문입니다.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지키는 것은 곧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는 것과 같다는 논리의 설득력이 바로 여기에서 나오는 것입니다. 독일의 학설과 판례가 인간의 존엄성을 핵으로 하는 인격권 내지 개성 신장 자유의 한 내용으로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보호하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그런데 급조해서 직권상정하려고 시도하는 이 테러방지법은 인신보호를 위한 형사절차에 대한 헌법상의 기본을 전혀 규정하고 있지도 않고 죄형법정주의를 전혀 지키고 있지도 않습니다.
범죄의 구성요건과 그 법적 효과로써 형벌을 정하는 실정법의 내용과 표현이 명확하여야 하는 명확성의 원칙이 죄형법정주의의 핵심입니다. 헌법이 정하고 있는 죄형법정주의로부터 파생되는 명확성의 원칙은 누구나 법률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떠한 것인지를 예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도록 범죄의 구성요건과 형벌을 명확하게 규정하여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헌법의 기본권을 제한하는 이 같은 테러방지법은 자의적으로 해석되지 않도록 구체적이고 명확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자의적으로 해석될 수 있는 표현들로 가득해서 제가 아무리 뜯어보아도 도저히 법률이라고 부를 수조차 없습니다.
참 안타깝네요. 이런 내용을 동료 여당 소속 국회의원과 같이 토론하고 공감하고 싶습니다만 지금 여당 국회의원은 딱 한 분만 자리하고 계십니다.
이번 이 엉터리 같은 급조된 짜깁기 테러방지법안으로 만약 통과가 된다면 국민의 인권침해가 무방비로 다 열리게 될 것입니다. 그런데도 오늘, 지금 새벽이 됐으니까 어제가 되겠네요, 어제 모 주요 일간지에는 대한변협이 ‘테러위험인물이 아닌 자에 대해 조사 또는 추적을 할 수 있는 경우 국무총리인 대책위원회 위원장에게 사전 또는 사후에 보고하도록 하는 등 인권침해의 우려를 해소하는 입법적 통제장치를 마련했다’라고 보도를 했습니다. 그러나 이는 거짓입니다.
일명 금융거래정보보고법 한번 살펴볼까요? ‘테러 관련 자금, 조세회피 자금 등의 경우를 제외하고는 10일 이내에 제공한 거래정보의 주요 내용을 통보하여야 한다’고 규정해 국민의 금융거래에 대한 프라이버시권을 보호하고 있습니다. 또한 통신비밀보호법도 30일 이내에 통지함으로써 마찬가지로 국민의 통신 프라이버시권을 보호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이 졸속 짜깁기 테러방지법에는 피조사자에게 어떤 정보를 수집하고 추적을 당한 것인지 통지받을 권리에 대한 내용이 일체 언급이 되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어떻게 해서 대한변협이 무엇을 보고 인권침해 우려를 해소하는 입법적 통제장치를 마련했다고 하는 것인지 참 실소를 금할 수가 없습니다.
세 번째는 이 테러방지법안은 국정원 중심의 공안통치시대로 대한민국을 회귀시킬 가능성이 많습니다.
그것은 바로 국정원의 수사 권한을 대폭 확대시켜 놓았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테러방지법의 명백한 의도는 내세운 테러방지보다는 오히려 국정원의 권한 확대라는 잿밥에 더 관심이 많은 국정원 무소불위의 권한 확대법이라 보여집니다.
수사절차는 피의자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해 영장주의와 강제수사 법정주의를 채택하고 있습니다. 피의자에 대하여 진술거부권, 변호인선임권, 증거보전청구권, 체포구속적부심사청구권, 접견교통권을 보장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테러방지법 제2조8호는 현장조사, 문서열람, 시료채취, 자료제출?진술 요구와 같은 강제수사에 해당할 수 있는, 그래서 압수수색영장이 필요한 경우에도 정보나 자료수집을 빌미로 얼마든지 함부로 영장도 없이 할 수 있게 했습니다.
그리고 국정원이 조사대상자에게 자료제출 및 진술을 요구하는 것은 정보기관의 기밀주의 속성상 형사소송법이 정하는 절차를 지키지 않을 가능성이 매우 높습니다. 자료제출 및 진술요구 등은 사실상 수사 활동이므로 수사의 조건을 갖추어야만 하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수사는 인권과 밀접한 관계를 가지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런데 이처럼 국정원이 자의적이고 애매모호한 개념으로 자료제출과 진술을 요구할 수 있는 무제한의 재량을 가지게 된다면 그것은 인권침해를 방치하는 것입니다.
그래서 수사의 조건 제시가 필요한 것입니다. 수사의 조건이란 수사의 필요성과 상당성을 의미하는 것입니다. 수사의 필요성이란 구체적 사실에 근거를 둔 혐의가 있고 공소제기의 가능성이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공소제기의 가능성도 없고 구체적 사실에 근거를 둔 혐의가 없을 때는 수사도 허용될 수가 없는 것입니다.
대테러조사 활동을 빌미로 수사의 필요성과 상당성이 없음에도 무제한 인권을 침해할 우려가 농후한 것입니다. 수사의 상당성이란 수사의 신의칙, 수사비례의 원칙을 말하는 것입니다. 수사처분은 그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최소한에 그쳐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대테러조사라는 모호하고 광범위한 개념과 이에 대한 정보나 자료를 수집한다는 목적으로 영장주의의 예외를 막연하게 풀어버린 것에 큰 문제가 있는 것입니다.
그리고 진술을 요구하는 활동이라는 것도 위험하기 짝이 없는 표현입니다. 진술 요구를 목적으로 만일 동행을 요구할 경우에는 동행의 장소, 제한시간, 동행요구자 등이 적시되어야 하는데 그런 기본적인 규정조차 이 테러방지법에는 써 있지 않습니다.
경찰관 직무집행법에 의하더라도 동행요구 시에 경찰관은 자신의 신분을 표시하는 증표를 제시하고 소속?성명을 밝힌 후 그 목적과 이유를 설명하고 동행 장소를 알려야 합니다. 또한 동행한 경찰관은 가족?친지에게도 신분과 동행 장소, 동행 목적과 이유를 고지하거나 본인으로 하여금 즉시 연락할 수 있는 기회를 부여하고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를 고지하여야만 합니다. 그리고 그 시간도 6시간을 넘길 수 없도록 제대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테러방지법은 국정원이 인권보호를 위한 그 어떤 규정도 없이 진술을 요구할 권한을 갖고 있는 것입니다. 현장조사, 문서열람, 시료채취, 자료제출?진술요구 이런 것들은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는 경우 강제처분에 해당하는 것이므로 압수수색영장이나 체포영장, 구속영장 등 강제수사에 관한 적법절차 규정을 준수해야 함에도 이런 것이 전혀 언급조차 되어 있지 않습니다. 이러니 이것을 법이라고 부를 수가 있겠습니까?
오히려 테러활동이라고 자의적으로 판단만 하면 다른 법률에 우선하여 이런 강제처분 우선권을 갖는다고 되어 있습니다. 즉 테러방지법 제4조(다른 법률과의 관계) 조항에서 “이 법은 대테러활동에 관하여 다른 법률에 우선하여 적용한다.” 이렇게 뻔뻔하게 규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강제처분 법정주의란 인권침해 위험 방지를 위해 강제수사의 허용조건을 법률에서 규정하고 있는 것입니다. 수사는 원칙적으로 임의수사에 의하여야 하고 강제수사 방법을 취하는 경우에는 그 종류와 내용이 법률에 규정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강제처분 후 적법성의 한계를 법률에 명백히 규정해 법관에 의한 구체적인 판단을 가능하게 한다는 것입니다.
영장주의란 법원 또는 법관이 발부한 적법한 영장에 의하지 않으면 강제처분을 할 수 없다는 것입니다. 반드시 영장, 즉 사전영장이 있어야 하는 것입니다.
비례성의 원칙도 언급이 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비례성의 원칙이란 개인의 기본권 침해는 사건의 의미와 기대되는 형벌에 비추어 상당성이 유지될 때만 허용되는 것입니다.
강제처분 후 실행기간과 방법을 제한한다는 의미인 것입니다. 강제처분은 필요한 최소한도의 범위 안에서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그런데 정보?첩보기관인 국정원이 테러에 대한 광범위한 정보 수집을 필요한 최소한도의 제약 안에서 할 수는 없다고 할 것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국정원은 자의적으로 인권침해할 위험성이 있는 것이고 그래서 국정원에 수사 권한을 부여한다는 것은 위험하기 짝이 없는 것입니다.
설령 임의로 조사 대상자가 임의동행이나 진술에 응한다고 하더라도 보안성이나 밀행성이 강한 첩보기관이 이를 맡을 수는 없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국민 누구라도 정보기관에 의해 의문의 장소, 알지 못하는 장소, 비밀스러운 장소에 장기간 구금될 가능성도 있는 것이고, 진술거부권을 고지 받지 못할 수도 있는 것이고, 가족에게 연락하지 못할 수도 있는 것이고, 변호인의 조력을 받지 못할 수도 있는 등 여러 상황이 발생할 수 있는데 정보기관이 보안 유지의 관행과 속성상 이를 묵살할 가능성이 많기 때문입니다. 그럴 경우 국민은 피해구제를 받지도 못하고 심각한 인권침해를 받게 될 것입니다. 실제 과거 우리 역사에서도 이런 일들은 수없이 반복되었던 사실입니다.
또한 임의수사라 하더라도 적법성의 한계가 있는 것입니다. 임의수사도 수사의 필요성과 상당성이 있어야 하는 것이고, 자유의사에 의한 승낙이 전제되어야 하는 것입니다.
임의동행과 강제연행의 구별은 동행의 시간과 장소, 동행의 방법, 동행 후의 심문방법, 체포 또는 구속영장의 유무, 식사?휴식?용변의 감시, 퇴거 희망이나 동행 거부의 유무를 종합해서 판단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런데 이런 구분이 테러방지법에는 지켜지지 않을 가능성이 농후합니다.
가장 문제가 되는 조항은 테러방지법의 제9조4항인 것입니다. 그 조항은 명확성의 원칙에 크게 벗어나 있습니다. 들으시는 국회의장님께서도 이미 ‘국가정보원장이 조사나 추적권을 갖는다니 이것은 삭제되어야 마땅하다’ 이렇게 지적한 바 있습니다.
테러방지법 제9조4항에는 이렇게 되어 있습니다. “국가정보원장은 대테러활동에 필요한 정보나 자료를 수집하기 위하여 대테러조사 및 테러위험인물에 대한 추적을 할 수 있다.” 이렇게 규정되어 있습니다.
명확성의 원칙, 즉 범죄의 구성요건과 그 법적효과로서 형벌을 정하는 실정법의 내용과 표현이 명확하여야 한다는 명확성의 원칙은 죄형법정주의의 주요한 골간입니다.
헌법이 정하고 있는 죄형법정주의로부터 파생되는 이 명확성의 원칙은 누구나 법률이 처벌하고자 하는 행위가 무엇이며 그에 대한 형벌이 어떠한 것인지를 예견할 수 있고 그에 따라 자신의 행위를 결정할 수 있도록 범죄의 구성요건과 형벌을 명확하게 규정하여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추적’이라는 용어를 썼지만 그 개념이 대단히 모호합니다. 추적이라는 것이 도대체 어떤 수사방법을 말하는 것입니까? 이 법을 만든 사람, 지금 들으시고 있는 것입니까? 광범위한 추적권을 국정원에게 허용한다면 미행해도 된다는 것입니까, 아니면 사찰해도 된다는 것입니까?
추적은 헌법이나 형사소송법에도 없는 용어입니다. 추적의 국어사전적 의미는 ‘첫째, 도망가는 사람의 뒤를 밟아서 쫓는다. 둘째, 사물의 자취를 더듬어간다’라는 뜻입니다.
추적의 수단이나 방법에 대한 규정도 없고 기간도 없어 사생활의 비밀과 자유를 침해할 수 있고 영장주의의 광범위한 예외를 국정원에 허용하게 되는 것입니다. 정말 위험천만한 규정인 것입니다.
만약 추적을 법적 표현이 아닌 국어사전적인 의미로 허용한다면 영장 없이 전자추적장치를 달아도 국민은 항변을 할 수조차 없게 되는 것입니다. 범죄자도 아닌 국정원이 의심대상자로 지목했다는 이유만으로 추적이 가능하다라는 것이 얼마나 큰 문제를 야기하게 될 것입니까?
‘추적’ 하니까 전자추적장치가 기억나시지요? 특정 범죄자의 경우에도 전자추적장치의 부착은 기간의 제한과 법원의 부착명령 판결로만 가능하다고 되어 있는 것입니다.
특정 범죄자에 대한 보호관찰 및 전자장치 부착 등에 관한 법률을 살펴보면 강간, 강제추행 등 범죄를 범한 자가 대상인 것이고, 19세 이상 자로서 5년의 범위 내에서 검사가 청구하고 법원이 부착명령 판결을 해야지만 전자장치 부착을 할 수 있는 것입니다.
그런데도 국정원이 단순히 정보수집 차원에서, 자료수집 차원에서 위험 인물이라는 자의적 판단만으로 신호발신장치나 전자추적장치를 달아서 추적을 할 수 있다는 것인지, 할 수도 있는 것이라면 정말 위험하기 그지없는 것입니다.
명확성의 원칙에 비추어 볼 때 가장 문제가 되는 것이 바로 이 9조4항인 것입니다. 만약 테러범죄에 대한 정보수집을 위해서 추적이 필요하다고 한다고 이에 대한 사전?사후의 통제가 반드시 있어야만 하는 것입니다.
만약 추적의 결과 혐의가 없거나 입건을 하지 않거나 공소를 제기하지 아니하는 처분을 하는 경우에는 이를 피추적자에게 통지하고 피추적자가 추적으로 인한 기본권 침해나 피해를 입었다면 구제할 수 있는 절차적 권리가 반드시 보완되어야 하며 그런 보완조치가 있기 전에는 이 법을 허용할 수가 없다는 것입니다. 아직 아무도 이런 부분을 지적하지 않았습니다.
도대체 대한변협의 누가 이 법이 통제장치가 제대로 갖추어져 있다고 하는 것입니까? 제대로 밤샘토론 한번 해 보실까요? 저를 불러 주십시오.
경청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SNS상으로는 여러 가지 추정 소문이 돌고 있는데요, 정의화 의장님께서 들으셨는지 모르지만 사법시험제도를 부활하는 것과 교환 조건으로 대한변협이 테러방지법에 대한 지지성명을 냈다라는 소문이 들립니다. 저도 한번 확인해 보고 싶습니다.
사실 이 테러방지법안은 짜깁기한 것인데요, 이 법안을 의장님이 마지막으로 문제를 제기하셔 가지고 수정된 안을 어제 보여 주셨지만 그 안이 있기 전에는 국정원 출신의, 정확하게 말하면 국정원의 대국회 연락관 출신인 존경하는 이철우 의원이 대표발의한 테러방지법안 그것의 핵심 내용은 제2조의 8호와 방금 문제를 제기해 드린 제9조가 알맹이인 것입니다. 그것이 이 법안의 앙꼬인 것입니다. 그것 빼고는 테러방지법 필요없다라는 것이 국정원 입장인 것입니다. 그래서 염불보다 잿밥에 훨씬 더 관심이 많다는 것입니다. 그것 빼고는 절대로 테러방지든 뭐든 안 해도 좋다 하는 것이 국정원의 입장인 것입니다. 이것이 말이 되는 것입니까?
그래서 어떻게 해서 이 급조된 짜깁기 법안이 탄생했느냐 제가 다 살펴보니까 2007년에 만들어진 공중 등 협박목적 및 대량살상무기확산을 위한 자금조달행위의 금지에 관한 법률을 그대로 옮겨다 놓은 것입니다. 없는 것이 아니에요, 있어요.
존경하는 서영교 의원님, 법사위원이신데 이런 법의 존재 자체를 아셨습니까? 알기가 어렵지요?
(?서영교 의원 의석에서 ― 예.)
이 법을 국정원이 하루아침에 그대로 베껴서 옮겼는데 얼마나 급하게 베꼈으면 옮겨서는 안 되는 것도 옮겨 놓은 것이에요.
자, 어떤 조항을 그대로 옮겨서 실수를 했는지 한번 볼까요?
공중 등 협박목적 이것이 테러라고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공중 등 협박목적법’이라고 제가 간략하게 줄이겠습니다.
이 법의 제2조(정의) 조항을 그대로 옮겨다 놓았습니다. 거기에 1호 마목의 2항에 이렇게 되어 있어요. ‘방사성물질, 원자로 및 관계 시설, 핵연료주기시설 또는 방사선발생장치 등을 부당하게 조작하여 사람의 생명이나 신체에 위험을 가하는 행위’를 그대로 베껴 온 겁니다.
원래 ‘부당하다’는 건 무슨 뜻입니까? ‘정당하지 않다, 정당성을 결여했다, 이치에 맞지 않다’ 이런 윤리적인 개념 아니겠습니까? 이것은 사람에 대해서 쓸 수 있는 용어인 것입니다. 행위 주체인 사람에 대해서 써야 할 용어를 방사성물질, 원자로, 방사선발생장치, 이런 물체에 대해서 윤리적 개념을 쓰는 그런 오류마저도 그대로 옮겨다 놓았습니다. 도대체 이것이 법다운 법입니까? 얼마나 급하면 옮겨다 쓰지 말아야 될 것도 아무 검토도 없이 여기다가 베껴 놓았겠습니까?
그리고 기존 법과의 중복성이 있는 것입니다.
테러방지법은 항공기, 선박, 생화학무기, 원자력시설 등의 파괴?폭파 등에 대해서 테러라고 규정하며 테러방지법 추진 명분을 들고 있지만 이미 각 법과 국가대테러활동지침에서 구체적이고 명확하게 구성요건과 처벌 조항을 규정하고 있습니다.
테러방지법이 아니더라도 항공보안법, 선박위해행위처벌법, 생화학무기규제법, 원자력시설방호법 등을 통해 항공기나 선박, 원자력시설 등의 파손?파괴 행위 등을 규정하고 있으며 이에 대한 처벌규정도 명확하게 명시하고 있습니다.
결국 테러방지법에 있는 조항들은 법률과 대통령 훈령에 이미 다 명확하게 규정되어 있는 내용들로 별도의 이런 엉성한 테러방지법을 서둘러 제정할 필요가 없음에도 테러방지라는 빌미로 결국은 국가정보원이 국민의 인권과 사생활 침해는 물론 인신보호를 위한 형사절차에 대한 헌법상의 기본권마저도 전면 부정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자, 우리 속기사님들 고생하시는데요. 제가 법률가로서 우리 속기사님들을 괴롭히고 싶지도 않고 또 길게 시간을 끌고 싶지도 않습니다만, 이 테러방지법이 얼마나 엉터리인가는 역사에 기록이 되어야 할 것이라고 생각을 합니다.
아무리 야당이 쪽수가 모자라서 힘이 달리고 청와대와 권력의 눈치에 혼쭐이 나서 다 꼬리 내린 여당 국회의원님들이 이 법의 날치기에 혈안이 돼 있어서 결국 이 법이 통과될 수밖에 없는 운명일지라도 제가 이 법의 문제점에 대해서는 기록을 남기지 않을 수가 없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래서 이 새벽에 듣는 사람이 얼마 되지 않는다 하더라도 이 테러방지법 얼마나 졸속적인지 기록을 남기기 위해서라도 다른 법과 비교해서 읽어 보도록 하겠습니다.
이미 있는 항공보안법 제39조(항공기 파손죄) “운항 중인 항공기의 안전을 해칠 정도로 항공기를 파손한 사람은 사형, 무기징역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항공보안법 제40조(항공기 납치죄 등) “폭행, 협박 또는 그 밖의 방법으로 항공기를 강탈하거나 그 운항을 강제한 사람은 무기 또는 7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제1항의 죄를 범하여 사람을 사상(死傷)에 이르게 한 사람은 사형 또는 무기징역에 처한다.”, 제41조(항공시설 파손죄) “항공기 운항과 관련된 항공시설을 파손하거나 조작을 방해함으로써 항공기의 안전운항을 해친 사람은 2년 이상의 유기징역에 처한다.”
선박 및 해상구조물에 대한 위해행위의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제6조(선박 납치죄) “폭행이나 협박 또는 그 밖의 방법으로 운항 중인 선박 또는 해상구조물을 강탈하거나 선박을 강제로 운항하게 한 사람은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한다.”
잘돼 있습니다. 잘돼 있는데, 대통령께서 ‘이 테러방지법이 없어서 알카에다가 대한민국을 우습게 알 것이다’라는 우려를 하고 계시는데 대통령님은 이런 법이 일찌감치 존재했다는 것을 듣지도 보지도 못하셨다는 말씀입니다. 누가 대통령의 눈과 귀를 가리고 있는 것입니까?
(?국정원이요? 하는 의원 있음)
여당 국회의원님들은 빨리 대통령님께 이 법안을 찾아서 이메일로 쏴 주시기 바랍니다.
존경하는 박대동 의원님, 가만히 계시지 마시고요.
(정의화 의장, 이석현 부의장과 사회교대)
다음은 정청래 의원님이 발언을 하시기로 돼 있는데요. 정청래 의원님께서…… 제가 조금 더 길게 하겠다고 전해 주십시오.
?부의장 이석현 아직 1시간밖에 안 됐어요, 추미애 의원님. 그렇지요?
?추미애 의원 아, 예.
?부의장 이석현 길게……
?추미애 의원 정의화 의장님이 가셔 버렸군요, 끝까지 계셔야 되는데.
?부의장 이석현 추미애 의원님이…… 아, 정의화 의장님한테 쓴소리하고 있었어요? 아닌가요?
?추미애 의원 아니, 이 법이 문제없다고 잘못 인식하고 계셔서 하나하나씩 짚어드리는 중이었습니다.
?부의장 이석현 아까 한 걸로 충분히 이해했을 거예요, 그분은 이해를 빨리빨리 하시는 분이기 때문에.
그래서 편안히 길게 하시고.
추미애 의원님 평소에 말씀하시는 것 들어 보면 하나도 안 졸립더라고요. 오늘도 그럴 걸로 압니다.
?추미애 의원 악수나 한번 하시지요.
우리 이석현 부의장님 손은 따뜻하시고 인간적이십니다.
어제 우리 사랑하는 강기정 의원님 위로해 주실 때 제가 눈물이 다 났습니다. 그 장면을 제가 잊지 못할 것입니다.
화학무기?생물무기의 금지와 특정화학물질?생물작용제 등의 제조?수출입 규제 등에 관한 법률, 약칭 생화학무기법에도 제4조의2 “누구든지 화학무기?생물무기를 개발?제조?획득?보유?비축?이전?운송 또는 사용하거나 이를 지원 또는 권유하여서는 아니 된다.” ‘누구든지 화학무기?생물무기를 개발?제조할 목적으로 화학물질?생물작용제 또는 독소를 제조?획득?보유?비축?이전?운송하거나 사용하여서는 아니 된다.’ 이렇게 제대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아까 얼렁뚱땅 엉터리로 급조해서 베낀 법 말고도 핵물질에 대해서 원자력시설 등의 방호 및 방사능 방재 대책법 제2조(정의) 5호 ‘가’목에 “핵물질 또는 원자력시설을 파괴?손상하거나 그 원인을 제공하는 행위” “원자력시설의 정상적인 운전을 방해하거나 방해를 시도하는 행위”를 금지하는 규정이 자세히 되어 있습니다.
법을 만들려면 여러 나라 법률을 참고해서 제대로 만들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미 14년 동안 테러방지법은 인권 침해의 요소가 많아서 대단히 위험하다, 테러로부터의 보호도 중요하지만 인권 침해로부터의 국민 보호도 매우 중요한데 테러방지법은 거기에 대한 고민이 당연히 있어야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문제가 많다는 미국 애국법과 비교해 보더라도 직권상정한 테러방지법은 그야말로 수준 이하의 후진국 법입니다. 미국 애국법 제505조 국가안보제출명령은 국가안보 수사 시에 연방당국이 특정 정보를 취득할 수 있도록 하는 제출명령인데 이러한 제출명령의 발부 대상을 각 법률에 한정시키고 있습니다.
예를 들면 전자통신프라이버시법상 국가안보제출명령은 유선 또는 전자통신서비스 사업자에게만 발부될 수 있으며 금융프라이버시권법상 금융기관만을 대상으로 하고 있습니다. 또한 국가안보제출명령으로 취득할 수 있는 정보의 유형을 제한시키고 있는데, 예를 들어 전화 통화 내용이나 이메일, 메시지와 같은 내용에 관한 정보는 취득할 수 없으며 발신전화번호나 이메일 주소와 같은 정보만 취득할 수가 있습니다. 그런데도 불구하고 미국 애국법 제정 이후 미 연방법원은 애국법 제505조 국가안보제출명령에 대해 위헌성 판단을 내린 바 있습니다. 그래서 이를 개선하기 위해서 사법절차를 도입하는 등 헌법상 결함을 보완하고 있습니다.
또한 미국 애국법 제505조는 국가안보제출명령에 관한 의회의 통제를 강화하기 위한 목적으로 의회 소속 관련 위원회에 제출하던 기존 보고서를 상?하원 법사위원회에도 추가 제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기존 보고서 제출의무가 없었던 공정신용평가법상의 국가안보제출명령 조항까지 개정해서 의회 소속 관련 위원회에 6개월마다 국가안보제출명령 활용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토록까지 했습니다.
그러나 이런 미국의 애국법 또는 애국자법과 비교해 볼 때 테러방지법안은 애국법 정도의 수준과 내용도 전혀 규정되어 있지 않아 국민의 신체와 재산을 침해할 소지가 매우 크다 할 것입니다.
테러방지법의 국회 심의 또한 매우 졸속적으로 진행돼 왔습니다.
사실 제가 국회 정보위원인데요. 저조차도 지금 상정된 수정법안의 내용에 대해 보고를 받고 제대로 토론을 진행한 적도 없습니다. 대한민국 국회의원의 토론권?심의권도 부정하는데 대한민국 국민의 기본권은 얼마나 우습게 알면 이런 엉터리 법안을 날치기 직권상정하려는 것입니까?
테러방지법은 헌법과 형법, 형사소송법, 국정원법 등 국정원의 정보수집 및 대응과 관련된 기초법률 외에도 개인정보 보호법, 위치정보 보호법, 통신비밀보호법, 특정 금융거래정보법, 여권법, 출입국관리법, 관세법 등 일반 국민의 사생활 및 개인정보와 관련된 매우 중요한 정보를 국정원이 무제한적으로 접근하고 취득할 수 있는 권한을 부여했습니다.
또 항공보안법, 선박 및 해상구조물법, 원자력안전법, 대량살상무기확산 금지법 등 국민안전과 관련된 무수히 많은 법률과도 연계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본 법안은 국민에게 매우 중요한 권리를 제한하고 의무를 부여할 수 있는 내용을 다수 내포하고 있어서 심도 있는 토론이 필요한 것입니다.
또한 국민안전, 금융거래, 출입국, 정보통신, 개인정보 등 안건의 성격상 정보위원회에서만 다루기 매우 어려워 국회법 제63조에 근거해 정보위원회만이 아닌 다른 위원회와 협의하여 연석회의를 열어 반드시 의견교환을 하여야 하는 법률인 것입니다.
국민에게 엄청난 부담을 주는 이런 법안이 최소한의 절차도 생략된 채 밀어붙이는 것은 헌법과 국회법을 무시하고 민주주의에 반하는 매우 위험한 행위가 될 것입니다.
테러라는 공포로부터의 자유를 지키겠다는 국정원, 그 국정원 스스로 공포를 생산하는 무서운 존재가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일찍이 그것을 간파한 분이 있습니다. 누구겠습니까, 존경하는 이상직 의원님?
바로 국정원을 만들자고 제안하고 그래서 국정원을 만들어 초대 국정원장이라 할 수 있는 자리에 취임한 분인데요. 국정원의 전신은 중앙정보부입니다.
중앙정보부를 만들자고 박정희 대통령한테 제안을 하고 혁명동지로서 박정희 대통령과 같이 은밀하게 중앙정보부를 만들어서 초대 정보부장으로 취임했던 분, 바로 김종필 전 국무총리가 고백을 했습니다.
혁명을 뒷받침하는 무서운 존재, 그 음지에서 일해야 하는 존재가 수사권을 가진다는 것은 대단히 위험한 것이고 그래서 그 수사권은 검찰에 돌려주어야 한다라고 했습니다.
우리 정청래 의원님 눈 좀 붙이시라고 제가 김종필 전 총리의 회고록을 한번 읽어 드리겠습니다.
‘나는 새도 떨어뜨린다’ 현 국가정보원의 전신인 중앙정보부의 위세에 붙은 비유입니다.
‘김종필은 중앙정보부의 창설자이자 초대 수장이다. 그가 회고하는 창설 이유는 이렇다. 혁명과업을 뒷받침하려면 무서운 존재가 필요하다. 김종필은 중정의 수사권 보유를 한시적인 특수상황으로 규정했다. 민정이양 때 수사권을 검찰에 환원시키려 했다. 하지만 그 구상만큼은 이루어지지 않았다.
‘혁명의 실질적 설계자 역할을 하고도 왜 최고회의 위원으로 나서지 않는가?’ 1961년 6월 5일 내가 중앙정보부장 신분으로 언론에 처음 모습을 드러냈을 때 받았던 질문이다. 나는 답했다. ‘나는 앞에 나서지 않고 중앙정보부장으로 일하려 한다’ 5?16 혁명의 성공으로 나는 혁명 설계자의 임무를 마쳤다. 이젠 혁명정부를 뒷받침하는 보조자 역할에 충실하기로 했다.
국가 개조라는 큰일을 이루려면 악역도 필요하다. 혁명정신, 궐기의 뜻을 아는 사람이 그 일을 주도해야 한다. 남들은 해가 돌아올까 두려워서 주저했다. 내가 다시 나설 수밖에 없었다. 그것이 중앙정보부를 만들고 초대 부장이 된 이유다.
5월 19일 혁명위원회가 중앙정보부가 포함된 통치체제안을 통과시켰다. 다음날 나는 장도영 최고회의 의장 명의로 중앙정보부 부장에 임명됐다. 정보부 창설을 위해 먼저 한 건 우수한 두뇌들을 끌어모으는 일이었다. 이영근?서정순?김병학?고제훈을 불렀다. 육본 정보국에서 나와 함께 일했던 육사 8기 동기생들이다. 거사에 참여하란 제안을 거절했던 석정선도 데려왔다. 머리가 좋은 친구들이었기 때문이다.
정보부 창설팀은 서울 시내의 여관을 옮겨 다니며 일했다. 5월 23일 태평로 서울신문사 옆 국회별관에 정식으로 사무실을 열었다. 최고회의 건물 맞은편이었다.
중앙정보부의 기본 아이디어는 미국 중앙정보국(CIA)에서 따왔다. 한국형 CIA를 만들겠다는 구상은 58년 육본정보국 행정과장 시절부터 갖고 있었다. CIA 소속 스미스 대령의 특별강의가 계기가 됐다. 스미스 대령은 CIA의 기능과 활동 방식을 설명했다. CIA는 국가의 모든 정보기관을 총괄?조정한다. 수집된 첩보?정보를 조사?분석한 뒤 고급 정보로 숙성시켜 대통령에게 제공하는 것이다. 우리나라도 CIA 같은 정보기관이 필요했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하지 않았다. 혁명의 특수 상황 때문이다. 혁명정부는 이제 출범했다. 아직 뿌리를 단단히 박지 못한 상태였다. 외부 세력이 혁명에 반기를 들고 일어난다면 얼마든지 흔들릴 수 있었다. 별 사람이 다 와서 혁명 과업을 집적거리고 훼손하려 했다. 그래서는 어렵고 산적한 혁명 과업을 과감하게 추진해 나갈 수 없다. 그런 것을 막고 혁명정부를 보호하는 역할을 수행해야 했다. 북한의 위협에도 대비해야 했다.
중앙정보부에 수사권을 부여하자, 혁명의 정착을 효과적으로 보조하려면 힘이 있어야 했다. 여러 고려와 고심 끝에 내가 내린 결론이었다. 이영근과 서정순 등이 중앙정보부법 법률안 초안을 잡았다. 나는 ‘법률 전문가인 신직수 변호사에게 보이고 검토 받으라’고 지시했다. 신 변호사는 10년간 군법무관 생활을 마치고 개업 변호사로 활동 중이었다. 그가 초안을 다듬어 법조문을 완성했다. 중앙정보부법은 9개 조항으로 이루어졌다. 핵심은 정부 각 부처 정보 수사 활동의 조정?감독권과 수사권이다.’
주목해 보십시오, 이 부분. JP가 짚은 중앙정보부법의 핵심도 정부 각 부처의 정보 수사 활동의 조정?감독권과 수사권이었던 것입니다. 이것이 앙꼬였던 것입니다.
테러방지법도 그대로 닮은꼴입니다. 테러 정보 수집을 빌미로 각 부처의 조정?감독권의 제일 꼭대기에 있으면서 광범위한 수사권을 갖는 것 그것이 알맹이인 것입니다.
이것만 보더라도, JP의 고백만 보더라도 지금 박근혜 대통령의 심리와 의도를 짐작하기에 충분한 것입니다.
이어가겠습니다.
‘5월 28일, 박정희 최고회의 부의장에게 중앙정보부 법안 결재를 올렸다. 창설의 필요성, 이유와 배경을 설명했다. 박 부의장은 만족을 표시했다. 하지만 장도영 의장은 결재를 미루었다. 결재 지연을 놓고 여러 얘기가 있었지만 지엽적인 것이었다. 나는 직접 장도영을 찾아갔다. ‘현안 처리에 문제가 많으니 빨리 결재를 내주셔야 한다’고 설명했다. 장 의장의 결재와 최고회의 의결을 거쳐 6월 10일 중앙정보부법이 공식 공포되었다.
나는 중앙정보부 부훈(部訓)을 지었다. 미국 CIA 표어는 ‘진리를 알지니, 진리가 너희를 자유롭게 하리라’는 성경구절에서 인용한 모토다. 나는 정보기관이 무엇을 하고 어떤 곳인지를 간결하게 표현하기로 했다. 그래서 만든 부훈이 이것이다, ‘우리는 음지에서 일하고 양지를 지향한다.’
중앙정보부는 근대화 혁명의 숨은 일꾼이어야 한다. 정보부원은 자꾸 나타나려고 하면 안 된다. 숨어서 정부를 뒷받침해야 한다. 밖으로 드러나는 건 사람이 아니라 그 성과여야 한다. 응달에서 묵묵히 일하는 건 몰라줘도 좋다. 우리가 만든 정보를 국정 책임자가 사용해서 국가 발전에 이바지하면 그게 바로 양지로 사는 것이다. 그런 원칙과 철학을 담았다.’
중략하겠습니다.
‘국가의 새 질서를 만들려면 무서운 데가 하나 더 있어야 했다. 무섭다는 게 다른 게 아니다. 엄존하면서 사안을 다룰 때 엄정하게 법대로 하면 그게 바로 무서운 곳이 된다. 외부에 큰소리 쳐서 무섭게 해놓고 일은 조용히 하자는 생각이었다. 그때 국민들은 정보부를 가리켜 CIA라고 불렀다. 잘못하면…… 아, 다시 읽겠습니다. 그때 국민들은 정보부를 가리켜 CIA라고 하지 않고 ‘씨에’라고 불렀다. ‘잘못하면 씨에에 잡혀간다’, 무서워들 했다. 나를 두고는 이런 말까지 생겼다, ‘우는 애도 정보부장이 온다고 하면 울음을 뚝 그친다’ 중앙정보부는 수사권을 가지고 무서운 존재로 혁명정부를 강력히 뒷받침했다.
나는 정보부에 수사권을 한시적으로 부여할 계획이었다. 정보부가 수사권을 쥐면 미국의 CIA와 연방수사국(FBI)의 권한을 모두 갖게 된다. 그런 예외는 혁명정부에서만 유효해야 했다. 최고회의에서 입법취지를 설명할 때 나는 이렇게 말했다, 수사권은 혁명정부 기간에만 잠정적으로 갖는 겁니다.’
이런 회고록을 남긴 김종필 총리는 아직도 생존해 계십니다. 아마 테러방지법, 국정원의 엄청난, 광범위하게 대국민에 대한 조사권을 빌미로 한 수사권을 부여받는다는 걸 알면 크게 통탄하고 후회하실 것 같습니다. ‘괜히 중앙정보부를 만들었다. 어떡하다가 수사권을 없애지 못하고 그냥 두었단 말인가’ 이렇게 통곡하실 것 같습니다.
‘민간정부가 정식 출범한 뒤엔 수사권은 법무부 수사국에 환원시킵시다’ 이 약속은 지켜지지 않았다. 나는 63년 1월 정보부장직을 내놨다. 그해 12월 민정으로 이양했지만 정보부는 수사권을 유지했다. 그 후 후임 부장들 일부는 정보부의 기본 임무와 역할을 망각했다. 정치적 상황에 편승해 때로는 월권과 남용으로 국민의 지탄과 원성의 표적이 되기도 했다. 지금까지도 수사권을 붙들고 놓으려 하지 않는다. 음지와 양지의 정신도 훼손됐다. 나는 정보부 창설자로 그 책임을 느끼지 않을 수가 없다.
국민 여러분!
며칠 전에도 음지에 있어야 될 국가정보원장이 국회의 수장인 국회의장을 찾아와 닦달을 했습니다. ‘국정원의 수사권 확대가 앙꼬인 테러방지법을 조속히 통과시켜야 된다’라고 했다는 것입니다. 이것이 대한민국의 상태입니다.
JP의 고백은 다른 책으로도 사실로 확인되고 있습니다.
김충식 씨가 지은 ‘KCIA 남산의 부장들’, 그 가운데 ‘정보부법은 헌법보다 세다’라고 한 제목을 잠깐 읽어 드리겠습니다.
‘5월 18일 김종필이 서정순, 이영근, 김병학, 세 중령을 불렀다. 모두 육사 8기였고 정보계통 출신이었다. JP와 서정순은 6?25 직전 육군정보국에서 함께 박정희 문관을 모셨다. 이영근도 같은 인연이었다. 그는 특히 CIC(방첩대)로 가서도 정보를 다루었다. 김병학은 HID(첩보부대) 출신이었다. ‘미국의 CIA와 일본의 내각조사실을 절충한 정보수사기관을 만듭시다. 셋이서 법을 만듭시다’, 정보만을 다루는 것이 아니고 수사권, 즉 사람을 잡아 가둘 수 있는 힘을 가지는 한국중앙정보부의 원형은 이 한마디에서 비롯되었다. 물론 이는 박정희와 JP가 합의한 구상이었다. 위의 세 중령은 이화여고 앞 정동호텔에 방을 잡아 자료를 모으고 머리를 쥐어짰다.’
윤일균, 그는 70년대 후반 중정 차장보, 차장을 지냈습니다만 윤일균의 기억에 의하면 이 법을 만드는 데 자신이 56년도에 작성한 논문 ‘국가정보와 중앙통제’가 참고가 되었다고 합니다.
그러나 이들 중 법을 공부한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여러분, 이 대목에서 웃기지 않습니까? 짜깁기 테러방지법을 애초에 대표발의한 이철우 의원은 국회의 국정원 연락관 출신으로 법률전문가가 아닙니다. 정보위원으로서 법률가인 제가 이 테러방지법안을 며칠 전에 봤을 뿐입니다.
다시 이어가겠습니다.
‘도무지 법을 조문화해서 만들 실력이 없었다. 그래서 JP에게 부탁을 해 박 장군의 법무참모였던 신직수를 불러 왔다. 이영근이 증언합니다.
JP는 역시 용의주도한 구석이 있었다. 그는 서정순이나 이영근 모르게 10기생 문무상에게 또 다른 정보부법 시안을 하청해 놓고 있었다. 나중에 문무상의 시안은 버려졌다. JP는 6월이 오기 전에 정보부법을 만들어야 한다, 정보부가 서야 혁명과업을 시작한다며 독촉을 했다. 서와 이 팀은 5월 말 신직수가 다듬은 시안을 중심으로 JP에게 브리핑했다. 6월 10일 중앙정보부법이 공포되었다. 실로 번갯불에 콩 볶듯이 만든 것이었지만 그 후 이 나라 역사에 헌법만큼이나 중대한 의미를 갖는 법이었다. 5?16 쿠데타 주체들이 최초로 낸 법은 헌법 기능을 정지시키고 군인들이 3권을 장악하는 국가재건비상조치법이었다. 한강 다리를 건넌 지 20일 만인 6월 6일 공포됐다. 군정이 문서화된 것이었다. 그다음으로 6월 10일 국가재건최고회의법과 중앙정보부법을 공포했으니까 중앙정보부법의 중요성은 자명해진다. 이 6월 10일은 지금도 국정원 설립기념일로 기려지고 있다. 최고회의법에는 이렇게 쓰여졌다. ‘중앙정보부는 공산세력의 간접침략과 혁명과업 수행의 장애를 제거하기 위해 최고회의에 정보부를 둔다.’
여기서 역사는 반복되는 것을 우리는 느낄 수가 있습니다. 번갯불에 콩 볶듯이 급조된 법, 테러방지법도 현재 마찬가지 닮은꼴입니다. 법률전문가의 눈으로 볼 때 도대체 법률전문가가 참여했다고 볼 수가 없는 비전문적인, 법이라 부를 수조차 없는 것도 그대로 닮은꼴입니다.
다른 것은 다 치장일 뿐 중요한 것은 광범위한 수사권을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그러니까 중앙정보부가 국정원으로 바뀌고 공산세력의 간접침략과 혁명과업 수행이 테러로 바뀌었을 뿐 공식은 닮은꼴이라 할 것입니다.
조금 더 쉬셔도 돼요, 나가셔서.
(?정청래 의원 의석에서 ― 알겠습니다.)
테러방지법으로 인한 정보기관의 인권 침해의 위험과 관련해 지난 2004년에서 2007년까지 활동한 국정원 발전위원회가 작성한 보고서는 많은 시사점이 있다고 보여집니다.
그래서 저는 이 자리에서 국정원의 역할과 개혁에 대한 문제의식을 공유하고자 관련 내용을 검토해 보겠습니다.
‘국가정보원 발전위원회 보고서
지난 2004년부터 2007년까지 국정원 내부에 설치되었던 국가정보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는 ‘과거와 대화, 미래의 성찰’을 토대로 중정, 안기부, 국정원이 저지른 과거사건에 대해서 살펴보고 발전방안을 모색하고자 한다.
이를 바탕으로 국정원 발전위 조사결과에 대한 간략한 평가를 하고 국정원 발전위가 제시한 권고안을 살펴보고자 한다. 그 권고안이 현재까지 얼마나 적용되었고 또 이행되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만으로도 국정원 개혁을 위한 논의에 있어 충분한 의미가 있다고 생각한다.
국정원 발전위는 2004년 11월 2일 출범해 2007년 8월 30일 마지막 회의를 개최했다. 민간위원 10명, 국정원 기조실장을 비롯한 과거사건 관계부서장 5명과 2개의 조사팀 및 조사지원팀, 실무인력을 구성하여 활동했으며 7대 의혹사건과 6개 분야를 중심으로 조사를 하였고 그에 대한 조사결과를 발표하였다. 그리고 그 모든 활동을 담아 국정원 발전위 보고서 ‘과거와 대화, 미래의 성찰’을 발간하였다.
국정원 발전위는 다음과 같은 조사대상사건 선정기준을 통해 7대 주요 의혹사건을 선정했다. 국민과 사회적으로 관심이 집중된 사건, 시민단체 및 유가족 등이 지속적으로 의혹을 제기한 사건, 위원회가 조사를 통해 진실규명이 가능하다고 판단된 사건 등을 기준으로 하였다.
7대 의혹사건과 그 의혹 내용을 간략히 살펴보면 다음과 같다.
부일장학회 헌납 및 경향신문 매각사건, 이것은 5?16 이후 군사정권이 사유재산과 언론기관을 강제로 탈취, 중정이 주도적으로 개입한 의혹이 있는 사건인 것이다.
인민혁명당 및 민청학련 사건, 이것은 유신체제에 대한 저항을 잠재우기 위해 피의자들에 대한 고문과 사실왜곡, 조작을 한 의혹이 있는 사건이다.
동백림 사건, 이것은 67년 선거 당시 중정이 공안정국을 조성하고자 사건의 실체를 조작하였다는 의혹이 있는 사건이다.
김대중 납치사건, 73년 유신체제에 반대하며 일본에 체류 중이던 야당 지도자 김대중을 납치한 사건으로 이후락 전 정보부장이 주도적으로 개입했다는 의혹이 있는 사건이다.
김형욱 실종사건, 이것은 김형욱 전 중정부장이 해외에서 박정희 전 대통령에 반대하는 활동을 벌이다가 파리에서 실종된 사건으로 중정이 살해했다는 의혹이 있는 사건이다.
KAL 858기 폭파사건, 남한조선노동당 사건, 안기부가 92년 대선을 앞두고 고문을 통해 사건의 실체를 조작?과장했다는 의혹이 있는 사건이다.
이에 대해서 국정원 발전위는 KAL 858기 폭파사건과 남한조선노동당 사건을 제외한 나머지 5개 사건에 대해서 중정과 안기부가 다양한 불법행위를 저질렀음을 밝혀내었다. 국정원 발전위는 그간의 부당한 개입의 역사를 반성적으로 조명해 보자는 취지로 6개 분야를 선정하였다.
정치분야, 정치인 사찰, 선거 개입, 정당 및 국회활동 개입, 정치자금 통제 등. 야당 의원 정치사찰 및 탄압, 총선판세 분석, 후보자 사퇴 압력 및 낙선 공작, 통치권자의 통치자금 조달 및 관리 등.
사법분야, 재판 개입, 법관 인사조치, 변호권 침해 등. 연세대생 내란음모사건, 대법원장 비서관 뇌물사건과 검사 파면, 피의자 변호인 접견권 제한, 변호사 비리 조사 등.
언론분야, 필화사건, 언론자유 실천 및 노조결성 탄압, 보도지침 및 여론조작, 언론인 연행 및 사찰 등. 사례로 보자면 사상계 필화사건, 동아일보 광고탄압, 동아?조선투위 탄압, 박정희 정권하의 보도지침, 전두환 정권하의 보도지침 등.
노동분야, 87년 전후 민주노조 탄압, 블랙리스트를 통한 노동 통제 등. 한국노총 설립?운영, 도시산업선교회 탄압, 크리스찬아카데미 사건 확대, 전교조 및 전노협 조직 와해 활동 등.
학원분야, 학교와 교수에 대한 통제, 학생운동에 대한 통제 등. 학사 개입을 통한 통제, 비판성향 교수 인사권 개입, 학원 건전화 세력 육성, 운동권 총학생회장 당선 저지, 프락치를 통한 학생운동 조직 와해, 관계기관 대책회의에 의한 통제 등.
간첩분야, 월북자 가족, 납북 귀환어부, 일본 취업자, 행방불명자 가족 간첩사건 등. 송 씨 일가 간첩사건, 정영 간첩사건, 차풍길 간첩사건, 박동운 간첩사건 등.’
이렇게 국가정보원 발전위원회 보고서에 의하면 국가정보원이 저지른 과거의 낯부끄러운 인권 침해, 정치?사법?언론 분야, 노동분야, 학원분야, 간첩분야 등에 있어서 저지른 것을 낱낱이 선정하고 그것을 기록에 남기고 후대에는 절대로 이런 일이 일어나서는 안 된다라는 것을 노무현 정부 아래에서의 국정원에서 국정원 발전위원회가 보고서를 작성했었습니다.
국정원에 이 문건이 남아 있을 것입니다. 정권의 속성이 반민주적이면 국정원도 그대로 닮아서 반민주적이 되는 것이고 정권이 민주적이면 국정원도 제대로 순기능을 하는 국정원이 되는 것입니다.
여기서 사법분야에 대한 국정원의 개입, 관계기관 대책회의, 저도 경험하고 당한 바가 있습니다.
전두환 공안통치 시절 저는 춘천지방법원에서 초임 판사로 근무를 했었습니다.
저는 제 머릿속에 헌법과 형사소송법 하나하나를, 교과서의 한 줄 한 줄을 고스란히 통째로 기억하고 있는 햇병아리 판사였습니다. 시대가 암울한 시절이라 26세의 나이에 법대에 검정 법복을 입고 앉아 있던 어느 날 집시법 위반, 병역법 위반이라는 딱지를 붙인 피고인이 제 앞에 앉아 있었습니다.
피고인은 강원대 학생이었습니다. 아마 부모도 그 학생이 재판을 받는 처지인지 몰랐던지 학생의 주변 방청석에는 피고인의 가족이라고 볼 만한 사람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방청석이 텅 비어 있었습니다. 그런데 법정의 한쪽 귀퉁이에 3명의 남자가 앉아 있었습니다. 바로 재판을 방청하는 것이 아니라 감시하러 온 사복 입은 정보형사였던 것입니다.
그 당시에는 이런 종류의 시국 사건, 이른바 공안 사건의 경우에는 별표가 기록에 붙어 있었습니다. 요즘과 같은 공소장일본주의가 아니기 때문에, 공판중심주의가 아니기 때문에 수사 기록이 고스란히 따라붙었습니다. 공안 사건으로 분류된 사건의 경우에는 법원장과 안기부가, 검경이 함께 모여서 이 사건을 어떻게 재판에 회부하며 재판 결과가 어떠해야 하는지 개입하는 이른바 관계기관 대책회의가 있었습니다.
당시 법원장이 저를 불렀습니다. 형량을 주문했습니다. 그러나 저는 그런 부당한 지시에 따를 수가 없었습니다. 따끈따끈한 헌법과 형사소송법이 제 머릿속에 하나하나 박혀 있는데 제가 그런 부당한 지시를 따른다면 제 눈앞에 있는 이 피고인은 누가 보호할 것이냐 하는 생각에 저는 그런 부당한 지시를 따를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피고인 가족이거나 피고인을 위해서 방청한다고는 보여지지 않는 어깨가 떡 벌어진 점퍼 차림의 3명을 일으켜 세웠습니다. 아마 관계기관 대책회의도 하고 법원과 기소 주체인 검찰이, 시국 사건의 경우에는 ‘미나이데 판결’이라는 이유로 기소한 대로, 판결도 보지도 않고 나온다. 마치 자판기의 커피 뽑아 먹듯, 동전 넣으면 커피 나오는 그런 시절이라 믿고 신분을 밝혔는지 모르겠습니다.
‘00경찰서 소속 아무개 형사입니다’, 또렷하게 대답했습니다. 너무나 당당했습니다. 제가 이렇게 내질렀습니다. ‘당신이 재판을 감시하는 것입니까? 당장 나가세요.’
(박수 치는 의원 있음)
저는 그렇게 시대에 저항했습니다. 그리고 제 양심에 따라 피고인이 저지른 범행에 맞추어서 소신껏 판결했습니다.
제가 정치를 하게 됐습니다. 지금 새누리당이 중앙당사로 쓰고 있는 건물은 제가 막 정치를 시작해서 새내기 정치인으로 출근하던 빌딩입니다. 정치를 시작해서 대변인실로 올라갔더니 많은 카메라 앞에 서게 됐습니다. 돌발적인 질문에 몹시 당황할 뻔했습니다. 그런데 저는 한결같이 대답했습니다. ‘정치를 왜 시작했습니까?’ ‘정치발전 없이는 사법발전도 없다라는 소신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제 경험상 저 혼자 아무리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려고 몸부림쳐 봐도 정치가 올바르지 않다면, 정치가 바로서지 않는다면 결코 사법정의는 구현될 수 없다, 그래서 정치를 먼저 바로잡아야 되겠다라는 평소의 소신이 돌발적인 질문에도 당당하게 대답할 수 있게 했습니다.
제가 대법관 인사청문회 제도를 도입한 후 처음으로 인사청문위원이 되었습니다. 국정원과 비슷한 기밀 업무를 취급하는 국가보안사라는 곳이 있었습니다, 대한민국 국군보안사. 제가 대법관 인사청문위원이 되어서 가장 궁금했던 것이 관계기관 대책회의가 벌어지던 와중, 전두환 정권 시절이나 노태우 정권 시절에, 신군부 시절에 국민의 기본권을 지키기 위해서, 이른바 공안 사건에 있어서 우리 판사들은 어떻게 판결을 내렸을까 그것이 굉장히 궁금했습니다. 그래서 판결문 하나하나를 찾아보았습니다. 그랬더니 세상에 기가 막힌 일이 있었습니다.
제가 한양대학교 고시반에 기숙하면서 주말에도 집에 가지 못하고 어떻게 보면 스파르타 식 공부를 집중적으로 하게 되는 장학생 신세였습니다. 공부가 아주아주 지겹던 날, 아마 토요일이었을 겁니다. 제가 점심을 먹고 학교 운동장을 산보를 했습니다. 그런데 저 멀리서 노란 모자를 쓰고 노란 구두를 신고 노란 투피스를 입고 노란 망사스타킹을 신은, 어떻게 보면 참 특이한 패션을 갖춘 여성이 저를 향해서 빠른 걸음으로 다가왔습니다. 토요일인지라 교정에는 저 말고는 학생이 없었습니다. ‘저 말씀 좀 묻겠습니다. 제가 인천에서 제 사촌오빠, 일본에서 온 재일교포 오빠를 찾아왔는데 그분이 한양대학교 대학원 박사과정에 있는데 어떻게 하면 오빠를 찾을 수가 있겠습니까? 도와주십시오’ ‘사촌오빠의 성함이 무엇입니까?’ ‘박박입니다’ ‘아, 그러면 박박 씨가 박사가 되시면 박박 박사시겠네요?’, 이런 대화를 주고받으면서 당직근무를 하는 대학원 교무과에 그 여성을 안내해 주었습니다.
막 판사가 돼서 저는 초임 판사로서…… 아, 그것은 제가 사법시험에 합격하기 전에 한양대학교에서 있었던 일이고요, 그 후에 제가 사법시험에 무사히 합격을 해서 춘천지방법원에 초임 판사로 근무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혼자서 객지에서 자취생활을 하니까 주말이면 굉장히 심심했습니다. 물론 기록을 읽고 판결문을 써야 하는 바쁜 판사 생활이었지만 굉장히 힘들고 지겨울 때도 있었습니다. 그래서 심심하면 볼링장을 찾아가거나 또 그것도 안 되면 춘천 명동에 있는 큰 서점에 들러서 따끈따끈한 신간서적을 사 보는 것으로 시간을 보냈습니다.
제 눈에 들어오는 책 제목이 ‘대한민국 국군 보안사’라는 책이었습니다. 그 책을 사서 읽다가 보니까 너무나 가슴이 꽉 막혔습니다.
재일교포 어떤 분이 조국을 사랑한 나머지 연세대학교에서 한국말을 뒤늦게 공부하면서 일본어도 가르치는, 아마 우리나라 대기업의 연구소에서 일본어를 가르치는 그런 일도 하면서 한국말도 배우고 모국어의 역사도 배우는 그런 공부를 하고 있었다고 기억이 됩니다.
그 사람이 어느 날 퇴근길에 신분을 밝히지 않은 사람으로부터 끌려가서 심한, 잠 재우지 않는 고문을 받게 됐습니다. 그리고 갑자기 이분이 평양을 다녀오지 않았느냐, 여러 장의 그림을 반복해서 보여 주고 잠을 재우지 않으면서 자기 자신도 보지도 않은 주체사상탑을 본 것처럼 나중에는 착각해서 진술하게 되는, 그래서 평양을 수시로 왔다 갔다 하면서 국가보안법을 위반하게 되는 그런 착각을 하게 되었다고 합니다.
나중에는 공소 제기를 하지 않는 조건으로 프락치가 되었다고 합니다. 프락치가 되어서 하는 일은 법정에 출석을 해서 검사가 신문을 하면 증인으로 나서서 무조건 시키는 대로 ‘예’, ‘예’만 하면 되는 것이고, 그 사람의 증언에 의해서 피고인이 처벌받게 되었다라는 것을 이분이 뉘우치면서 일본에 건너가서 일본말로 대한민국 국군 보안사를 고발하는 책을 썼습니다.
그것이 한글로 번역이 돼서 신간서적이 나왔던 것인데 제가 보게 됐습니다. 인권이 침해되는 것을 당연시하던 그 시절, 책 중간쯤 어디엔가 의외의 이름을 보고 너무나 놀라게 됐습니다. 박박이라는 이름을 발견했기 때문입니다.
그러면서 제가 학생시절에 친절하게 노란 패션의 여성을 안내를 했는데 그때 그분이 인천에서 살고 있다라고 했기 때문에 책의 내용을 읽어 보니까 바로 그 부분에 박박은 뜻밖에도 한양대 대학원에서 박사를 다 못 마치고 간첩으로 기소가 돼서 이 고백한 저자의 허위증언에 의해서, 날조된 증언에 의해서 간첩죄의 유죄판결을 받고 복역 중이었습니다.
제가 그 책을 읽은 후 그 책은 금방 판금서적이 되었습니다. 대한민국 국회도서관에 ‘대한민국 국군 보안사’가, 제가 대법관 인사청문위원을 할 때까지만 해도 빌려 볼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제가 가진 책은 시집가서 시댁에 보관을 했다가 수해 피해가 나서 다 버리게 됐고요, 안타깝게도.
정보기관이 수사권을 가지게 되면 이런 엄청난 일을 저지르게 되는 것입니다. 그런데 대법관 인사청문위원이 돼서 그때 그 시절 도대체 판사들은 관계기관 대책회의 아래에서 어떤 재판을 했을까가 몹시도 궁금했습니다.
그것을 저는 너무나 괴로워했기 때문에, 저 혼자서 아무리 거부를 하고 한다 하더라도 합의제 재판이기 때문에 한계가 있는 것이고…… 그래서 그때 그 시절 도대체 이런 판결에 있어서 어떤 재판을 어떤 근거로 했는지가 매우 궁금했습니다.
찾아보니까 인사청문 대상자였던 대법관 내정자께서도 그 당시의 그 판결이 서울고등법원 항소심까지 올라갔는데 주심판사였던 것입니다. 그래서 지금처럼 이 이야기를 꺼내면서 그것을 기억하고 있는지, 그것이 소나무출판사의 ‘대한민국 국군 보안사’라는 책에 아직도 기술이 되어 있고 그 저자는 허위증언으로 괴로워하면서 이 책을 썼다, 그리고 자비를 들여서 이 책이 국내에 출간되도록 했다, 한국말로. 긴 시간 동안을 그것을 설명하면서 상기시키려고 애를 썼습니다.
그런데 다락 속의 엘리트는 사법시험의 성적은 좋아서 서열은 상위여서 대법관으로 금방 출세할 수 있을지는 몰라도 그때 자기 자신이, 우리가 지나가면서 미물인 개미를 짓밟아 죽이듯이 자기 자신이 서명?날인하고 판결을 쓴 그것에 의해서 한 사람의 인생이 망가졌다는 것을 기억조차 하지 못했습니다. 그런 일이 있다는 사실조차도 몰랐습니다. 알게 모르게 협조자가 됐던 것입니다.
마찬가지입니다. 정보 권력기관인 국정원이 수사권을 가지게 될 때 그런 일이 있어 왔고 앞으로도 벌어질 것입니다. 그래도 그분은 무사히 대법관으로 국회의 동의를 얻어서 대법관이 되시고 임기를 다 마치셨습니다.
그 시절 엉터리재판을 했던 그 누구도 참회하거나 고백한 것을 보지 못했습니다. 차라리 이와 같은 회고록을 남긴 김종필 총리를 오히려 존경하고 싶습니다. 잘못이 중요한 것이 아니라 그 잘못이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지성인이 반성하고 참회하고 뉘우치는 것이 저는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자, 그래서 노무현 정부 시절 국가정보원은 이와 같은 보고서를 내면서 국가정보원 발전위원회 보고서 안에는 국가정보원 개혁을 위한 제언을 하고 있습니다.
읽어 드리겠습니다.
‘국가정보원에 대한 권고
중앙정보부와 국가안전기획부를 승계한 국가정보원은 과거 권위주의 정권 시절 중앙정보부와 국가안전기획부가 국민과 사회 제 분야 그리고 행정부?입법부?사법부에 대하여 행한 일부 월권적 행위에 대하여 진심에서 우러나온 유감을 표시하여야 한다.’
했습니까? 은수미 의원한테 저지른 것을 했습니까?
‘중앙정보부와 국가안전기획부는 국민들에게 신뢰와 사랑이 아닌 공포의 대상이 되었고 국가 위의 국가로 군림했다. 이는 중정과 안기부가 국가 최고 정보기관으로서 국익과 국가 안보를 수호함으로써 국민과 국가에 봉사하기보다는 권위주의 정권의 정권 안보를 위해 일한 결과였다.
권위주의 정권하에 정보기관은 일부 정치인의 개인 사생활에 대한 사항을 수집하기도 하고 이러한 과정에서 인력과 예산을 불필요하게 낭비하기도 하였다. 또한 정권 유지를 위하여 사회 각 분야에 위력을 행사하였을 뿐만 아니라 행정부?입법부?사법부의 고유 업무에 월권적으로 개입하여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함으로써 개인의 인권과 민주주의에 제한을 가한 측면이 있다.
국정원 발전위는 조사활동을 통해 그 대표적인 사례들을 밝힌 것이다. 국가정보원은 이 같은 조치 결과를 바탕으로 지난 중정과 안기부 시절 야기했던 잘못을 국민들께 진심으로 고백함으로써 새로운 미래 도약의 발판으로 삼아야 한다.
국가정보원은 정치적 중립성의 유지만이 국가 최고 정보기관으로서 국민의 사랑과 신뢰를 받을 수 있다는 것을 명심하고 기관 운영에서는 물론 직원 한 사람 한 사람이 오해를 사는 일이 없도록 정치 불개입의 원칙을 지켜 나가야 한다. 국가와 국민은 국가정보원의 중립을 보장하기 위한 감시?감독을 지속적으로 전개하여야 한다.’
어떤 생각이 드십니까? 불과 2016년, 9년 만에 이 같은 것을 다 망각하고 있는 것입니까?
이어 가겠습니다.
‘지난 시기 중정?안기부가 최고 권력자의 손발이 되어 정치에 개입함으로써 국민들도 불행해졌을 뿐만 아니라 국가 최고 정보기관도 본연의 정보활동보다는 정치인의 약점을 캐기 위해 신상정보를 수집하거나 정권 유지를 위한 첨병 역할을 수행함으로써 그 권위와 국민들의 신뢰를 스스로 저버렸다.
민주화가 진행됨에 따라 문민정부 출범 이후 안기부를 개혁하는 일이 중대한 국정과제로 제기되었다. 하지만 아직도 한편으로 과거의 업보로 인하여, 다른 한편으로는 안팎의 크고 작은 이해관계의 상충 속에서 국가정보원은 종종 정치적 시비에 휘말리곤 했다.
국가정보기관이 국내 정치 문제로 시비의 대상이 되는 것은 불행한 일이다. 이를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는 국가정보원의 역할과 직무범위에 관한 법 규정을 분명히 하는 한편 국가정보원의 예산?인사와 활동에 대한 국회의 통제를 강화하여야 한다.
국가정보원의 독립성과 전문성을 강화하고 이를 제도적으로 뒷받침하기 위해서는 국가정보원장의 임기제 도입을 비롯한 다양한 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국가정보원은 보유하고 있는 역사 관련 자료들을 정리하여 이를 정부 유관부처와 학계, 국민들이 활용할 수 있도록 공개하는 방안을 강구하여야 한다.
1961년 중정 창설 이래 중정?안기부?국정원은 국가 최고 정보기관으로서 다양한 정보를 수집하여 왔으며, 현재 방대한 양의 자료를 보존하고 있다. 이 자료의 대부분은 사장되고 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이 자료들은 본 위원회 활동의 연장선상에서 이루어지는 과거사 진실 규명에 소중한 자료로 활용되어야 할 뿐만 아니라 우리 현대사의 중요한 기록유산으로 관리되고 이용되어야 한다.
긍정적인 의미이든 부정적인 의미에서든 중정?안기부는 지난 시기 국가 위의 국가, 정부 안의 정부로 치부되었다. 또한 중정?안기부가 특권적으로 행사했던 조정 권한은 각 부처의 다양한 이해관계를 조정하여 강력한 추진력을 부여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따라서 국정원 존안자료는 대한민국의 발전과정과 정부 운영의 메커니즘을 이해하는 데에서 매우 중요한 자료가 된다.
본 위원회의 과거사 진실 규명활동은 그 작업의 성격상 중정?안기부의 부정적 측면을 중점적으로 부각시킬 수밖에 없었지만 국정원 존안자료를 통해 지난 시기 중정?안기부의 활동상을 총체적으로 고찰한다면 이들 기관과 그 구성원들이 음지에서 일해 온 긍정적인 면들도 충분히 부각될 수 있을 것이다.
국가정보원은 본 위원회의 활동과정에서 축적된 자료뿐만 아니라 국정원 존안자료의 공개절차와 관리 및 활용방안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2007년 4월 개정된 공공기관의 기록물 관리에 관한 법률은 국정원 소관 비공개 기록물에 대하여는 일반 공공기관의 30년에 비해 50년 또는 그 이상 공개를 하지 않아도 될 수 있도록 하고 있으나 과거사 진실 규명을 통해 과거의 잘못을 이미 스스로 고백한 마당에 국가정보원 관련 기록물의 보존기간을 굳이 50년 또는 그 이상으로 늘려 잡을 필요는 없을 것이다.
국가와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제언
국가는 과거의 국가 공권력의 남용에 대한 진상 규명 노력을 계속해야 한다. 국가는 과거사의 밝혀진 진실에 기초하여 국가 공권력 남용의 피해자에 대한 실질적인 명예회복과 구제절차를 마련하여야 한다.
국가의 주인인 국민들도 이 과정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필요가 있다. 위원회는 국민 여러분께 잘못된 과거와의 단절을 통해 국민의 신뢰와 사랑을 받는 선진 정보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한 국가정보원의 노력에 대하여 애정 어린 평가를 해 주시기를 제안한다.
국민에게 봉사하는 국가정보원으로 거듭남을 위한 제언
국가정보원은 대국민 정보 서비스 기능을 확대?강화해야 한다. 민주주의 시대의 국가정보원은 국민을 위해 봉사하는 정보기관이 되어야 한다. 갈수록 고급정보들이 생산되고 공개?활용되는 새로운 정보환경 속에서 국가정보원은 정보의 수집과 생산기관인 동시에 주요정보의 집결지이자 매개기관으로서의 역할을 강화하여야 한다.
특히 국가정보원이 수집?분석?생산한 정보는 일부 특수자료를 제외하고는 기본적으로 정부 각 부처는 물론이고 민간기업과 연구소, 대학, 유관단체에 더 많이 제공되어야 한다.
민과 관의 원활하고 긴밀한 정보협력 네트워크의 구축은 국가정보원의 대국민 정보 서비스 향상에 그치지 않고 국가정보원의 정보 수집과 분석능력 또한 크게 향상시킬 것이다. 국가정보원은 교류와 협력의 시대에 부응하는 정보수집체계를 구축하여 21세기 세계화시대에 걸맞은 선진 정보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
과거 정보기관이 고유의 업무보다는 정권 안보를 위해 활동하던 시절, 수사권의 남용은 국민과 국가 최고 정보기관의 사이를 멀어지게 만든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했으며, 오늘날 ‘국가정보원 과거사건 진실규명을 통한 발전위원회’의 설치를 불가피하게 만들었다.
국정원과 그 직원 모두는 과거의 권한 남용이 초래한 이런 불행한 결과를 명심하면서 과거의 경직되고 권위주의적인 분위기를 일신해야 하며, 국정원이 전문적인 선진 정보기관으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새로운 정보환경에 상응한 유연한 조직구조와 문화를 갖춰야 한다.
과거 권위주의 정권시대에 중정?안기부는 피의자 수사와 더불어 미행과 도청, 우편검열을 통해서 정보를 수집했다. 그러나 정보환경의 급격한 변화뿐만 아니라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환경의 변화 그리고 한국사회의 민주주의적 발전은 지난날과 같은 방식의 정보 수집을 용납하지 않게 된지 이미 오래이다. 21세기는 교통?통신?민주주의 발전 그리고 생활수준의 향상에 따라 여러 면에서 국경의 담장이 낮아진 시대가 되었다. 하지만 여전히 각 국가들은 치열하게 국익을 추구하고 있다. 또 민주주의 발전에 따라 무엇이 국익인지 그리고 무엇이 국익에 봉사하는 고급정보인지에 대한 기준도 크게 변화하였다.
민주주의로의 이행과정에서 안기부, 국정원은 여러 차례 조직 개편을 겪었는데 그 상당 부분은 국내 정치개입 의혹을 야기할 수 있는 부서의 개편 또는 축소와 관련된 것이었다. 그러나 이제는 정치적인 고려보다는 국제환경, 안보여건, 정보개념 등의 변화에 맞추어 전문성과 독립성을 갖춘 선진 정보기관으로 자리잡을 수 있도록 기구를 개편하고 조직을 관리하기 위한 대책이 적극적으로 마련되어야 한다.
한반도를 둘러싼 안보환경은 이제 남과 북이 적대적인 대결을 끝내고 화해와 협력과 공동번영을 추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냉전의 붕괴 이후 더욱 치열해진 국제환경 속에서 동맹과 우방 사이라 하더라도 산업분야의 경우 첨예한 첩보전이 전개되고 있다. 이제 냉전시대의 형법이나 국가보안법처럼 간첩의 개념을 적극 또는 반국가단체를 위해 군사기밀 또는 국가기밀을 제공한 자로 규정하면 충분하다고 여겼던 시대는 지나갔다. 지금은 인접 우방국의 산업스파이가 첨단기술을 빼내 막대한 국부를 유출하는 것이 국가이익 분야에 더 큰 위협이 되는 상황인 것이다.
그러나 국가정보원의 조직편제와 행동양식, 사고방식에는 아직도 과거 냉전시대, 남북 대결시대의 분위기가 불식되지 않고 남아 있다. 물론 남북 간의 완전한 화해협력 시대가 도래하지 않은 상황에서 성급하게 국정원의 변화만을 촉구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렇지만 분명한 것은 국가정보원이 냉전시대의 잔재를 떨쳐버리고 선진 정보기관으로 거듭나야 한다는 것이고, 이를 위해서는 국가정보원이 21세기의 새로운 안보환경, 정보환경 그리고 통일한국에 대비해 스스로 기구의 개편, 발전방안을 적극 모색해야만 한다.
국정원 개혁을 위한 의결
중정?안기부?국정원이 과거의 잘못을 시인하고 반성하는 것과 더불어서 그와 같은 불행한 사건이 다시는 일어나지 않게 하기 위해서는 무엇이 필요할까? 그 한계가 명확했던 국정원발전위 조사 결과에서도 드러났듯이 국정원이 과거에 저질렀던 불법한 행위들은 그 종류가 너무 다양해서 일일이 열거하기가 불가능할 정도이다. 6대 유형별 조사에서 밝혀졌듯이 정치인 사찰, 선거 개입, 정당 및 국회활동 개입, 법관 인사조치, 변호권 침해, 학교와 교수에 대한 통제 등 거의 모든 부분과 영역에서 국민의 기본권을 침해했다. 이러한 일들이 재발되지 않기 위해서는 우선 국정원에 대한 감시와 통제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필요하다.
국정원이 가진 수사기능을 분리시키고 정보수집 본연의 임무영역으로 한정시킬 필요도 있다. 국정원 예산 집행 등 운영에 대한 투명성을 확보하고, 과거 잘못된 사건에 관련된 이들에 대한 처벌을 통해 잘못이 재발되지 않도록 하는 법안도 고려할 수 있을 것이다.’
이것이 국정원이 2007년 보고서를 통해서 과거 군사독재 권위주의 정권시절의 공권력 남용에 대해 뼈저린 반성을 하고, 국민을 위한 최고의 정보기관으로 거듭나겠다고 약속했던 것입니다.
국민 여러분!
이제 이 테러방지법안, 제가 수사권한을 확대하는 치명적인 조항 여러 부분을 설명해 드렸습니다. 그런데 국정원이 과거의 중정과 안기부 시절로 되돌아가려는 꿈을 꾸고 있는 것입니다. 까마득히 이런 성찰을 그저 기록보관소에 처박아둔 채로 국정원은 망각을 하고 있는 것입니다. 시대를 역행하고 있는 것입니다. 이런 다짐의 약속이 2007년 있었는데 2016년인 지금 10년도 채 지나지 않아서 국정원은 되돌아가려는 것입니다.
국정원은 지난 대선에서 조직적인 댓글부대를 동원하고 간첩조작을 하고 국민의 신뢰를 잃는 정치개입과 인권 옥죄기에 나서고 있는 것입니다. 지금 국정원은 국민들이 요구하는 개혁은 팽개치고 테러방지라는 명분으로 막강한 권한을 다시 움켜쥐려 하고 있습니다.
국가정보원장이 국회 수장을 만나 법안 통과를 요구하는 상황에까지 이르렀습니다.
테러 의심만으로 영장 없이 휴대전화 감청과 금융계좌 추적까지 들여다보겠다고 합니다. 견제장치 없는 무소불위의 국정원에게 테러방지법은 테러를 빙자한 국민감시법, 중앙정보부 부활법이 될 것이 뻔합니다. 더 이상 국정원의 국민 기본권 침해와 정치개입으로 인권과 민주주의를 말살하는, 압살하는 행위를 절대로 용납해서는 안 될 것입니다. 국가와 국민을 위해 국정원이 바로 설 수 있도록 이제 우리 국민이 두 눈 부릅뜨고 힘을 모아 가야 합니다.
김대중 자서전에는 고 김대중 대통령께서 중정에 의해서 목숨을 잃을 뻔한 일이 쓰여져 있습니다. 역사는 거울입니다. 이것을 보면 국정원을 다시 악마의 권력으로 되돌아가게 해서는 절대로 안 된다는 것을 국민 모두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그래서 제가 이 자서전의 일부를 읽어 드리겠습니다.
‘김대중 납치사건은 여러 정황과 문건을 통해서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의 지휘 아래 총 46명이 9개 조로 나뉘어 조직적으로 저지른 범행임이 드러났다. 치밀한 사전계획에 따라 수개월간의 준비를 거쳐 공작에 착수했다. 1998년 6월 10일 미국의 비밀문건이 공개되었다. 이 문건에도 이후락 중앙정보부장의 지시에 의한 정보부원들의 소행이며, 박정희 대통령이 명시적 또는 묵시적으로 승인했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았다. 하지만 박 대통령이 지시한 것은 확실하다. 당시 납치를 총 지휘했던 이후락 정보부장은 1980년 서울의 봄이 왔을 때 주목할 만한 증언을 했다.
그는 동향 친구인 최영근 의원에게 납치사건은 박 대통령의 지시였다고 털어놓았다. 박 대통령이 어느 날 부르더니 ‘김대중을 없애라’라고 했다는 것이다. 그 소리를 듣고 너무도 놀라서 차일피일 미루자 한 달쯤 지난 뒤에 다시 불러 호통을 쳤다고 한다. ‘당신, 시킨 것을 왜 안 하냐? 총리와도 다 상의했다. 빨리 해라’ 이후락은 결국 자신의 부하들이 모두 반대하는데도 박 대통령의 명령을 따를 수밖에 없었다고 털어놓았다. 자신은 결코 하고 싶지 않았다는 말도 덧붙였다.
나는 그의 말을 믿는다. 세상이 바뀌었다는 생각에 이후락은 고해성사를 했을 것이다. 저들은 박정희의 지시로 나를 죽이려 했다. 그래서 납치사건은 정확한 명칭이 아니다. 김대중 살해미수사건이라야 맞다.
나는 납치사건만큼은 자서전에서 관련자들의 이름과 그들의 소행을 일일이 기록하지 않으려 한다. 나는 그들을 이미 용서한다고 천명했고, 나를 납치?살해하라는 명령에 모두 부당하다고 반대했음을 알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사건의 전모가 밝혀져 그 만행을 천하가 다 알기 때문이다.
다만 사건의 실체가 밝혀졌는데도 정치결착으로 진실을 은폐하려는 한국과 일본의 저급한 정치인들의 작태에는 아직도 분노한다.’
죄는 미워하되 사람은 미워하지 말라는 김대중 대통령님의 소신에 따른 자서전이라고 생각이 됩니다.
그러나 대통령님의 이런 용서에도 불구하고 시대의 양심을 저버린 채 청와대와 여당 국회의원, 국회의장은 국정원에 다시 위험한 칼자루를 쥐여 주려고 하고 있는 것입니다.
마무리 발언을 하겠습니다.
이 부분만큼은 정의화 국회의장님께서 반드시 회의록을 통해서라도 봐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법을 직권상정하려는 청와대와 정부 여당, 특히 정의화 국회의장에게 묻습니다. 대테러 입법의 기준과 한계는 무엇입니까?
통합적인 대테러법의 제정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저도 충분히 공감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적어도 대한민국 국회와 국회의 수장인 국회의장은 헌법기관으로서 테러 대응에 있어서 부당한 압수수색으로부터의 보호, 정치적 표현의 자유, 적법 절차, 사생활의 보호 등 자유민주주의를 구성하는 주요 원칙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생략되어 있다는 것입니다.
첫째로는 대테러 입법으로 국가정보수사기관의 감시 및 정보수집 권한을 강화하는 내용이 담겨 있는데 그런 권한의 강화 이전에 그 필요성을 구체적으로 입증해야 될 것입니다.
그러나 국회의장은 청와대의 압박을 받고 난 이후에 전시?사변, 이에 준하는 사태의 발생과 같은 국가비상사태가 실재하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그저 국가비상사태를 예정하고 우려한다는 것만으로 국민 공감대도 없고 국회의 정상적인 절차도 거치지 아니한 채로 직권상정을 해 버렸습니다. 위헌적인 요소가 완전히 제거되지 않은 채로 제정된 법률은 법 집행 과정에서 헌법소원의 형태로 다시 통제받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나 국가기관의 정보수집은 당사자가 침해사실을 알기도 어렵고 안다고 하더라도 무소불위의 정보기관을 상대로 소를 제기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습니다. 개인의 사법적 통제는 이와 같이 힘들기 때문에 입법부로서는 절차적 통제수단의 확보와 법 규범으로서의 제대로 된 명확한 규범성을 확보하려는 노력이 매우 중요하다는 것입니다.
그럼에도 이 순간에 국회의장과 새누리당은 그 의무를 저버린 채 번갯불에 콩 볶듯이 급조되고 어설프게 수정된 테러방지법안을 한시바삐 통과시켜야 한다고 억지 주장을 하고 있습니다.
권력자는 항상 국가안보를 명분으로 헌법상 권리와 자유에 대한 희생을 강요하려는 유혹에 빠지기 쉽습니다. 결국 헌법국가로서 국민의 자유와 안전에 대한 위협에 대해 효과적이면서 동시에 헌법적으로 적절한 방법으로 방어해야 합니다.
헌법국가로서 자기 이해와 의무를 포기함이 없이 국민의 본질적인 권리를 보호해야 할 과제는 대한민국 국회의 몫입니다.
국가안보 위기 상황에서도 반드시 헌법적으로 보호되어야 할 권리가 존재합니다. 국가 위기 상황에서 국가 행위의 한계를 명확히 설정하고 테러 등 국가안보 위협 상황의 적절한 대응과 헌법상 보장되는 국민의 권리 간에 조화로운 균형을 모색하는 역할은 우리 국회의 포기할 수 없는 책무인 것입니다.
그런데도 테러방지법안 제3조2항 ‘국가 및 지방자치단체는 제1항의 대책을 강구함에 있어 국민의 기본적 인권이 침해당하지 아니하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는 장식적인 조항 하나 있다는 것만 의지해서 그런 책무를 포기하고 이 법을 통과시킬 수는 없는 것입니다.
그리고 국가와 지방자치단체는 국민의 기본적 인권을 침해하지 않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하겠다는 립서비스를 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것이 바로 가장 중요한 국가와 지방자치단체의 존재 이유이고 의무가 되어야 하지 않겠습니까?
이 법의 적용대상이 마치 유엔이 지정한 테러단체에 국한되는 것이고 테러위험인물도 테러단체 조직원 또는 테러단체의 선전자금의 모금 등 활동과 관련이 있는 자만 이 법의 적용 대상자인 것처럼 하고 있습니다. 실제 그렇게 믿고 있는 국회의원도 있습니다.
그러나 일반 국민이 적용대상이 될 가능성이 없는 것처럼 위장하고 있지만, 그러나 법 제2조의 테러활동에 대한 모호한 개념, 대테러 활동과 조사에 대한 광범위하고 비법률적이며 구체적이지 않은 표현과 법 제9조의 출입국?금융거래정보, 통신정보 수집 권한, 위치정보 요구권한, 대테러조사 및 추적 권한으로, 이런 광범위한 권한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렇다 보니 일반 국민도 국정원이 테러와 관련된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는 자의적인 판단을 근거로 조사 대상자에 얼마든지 포함될 위험이 있는 것입니다.
정보기관의 의심만으로도 헌법상 기본권이 침해될 가능성이 농후한데 국회가 이 법을 그대로 통과시켜야 한다는 것입니까?
국민 여러분!
14년 동안 이 법을 통과시키지 않았던 것은 이 법에 대한 반헌법적?인권침해적 부분이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인 것입니다.
도대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기본권 침해방지를 위해 노력한다는 장식적인 조항 하나를 집어넣었다고 해서 해소된 것이 결코 아닙니다. 오히려 국정원의 광범위한 수사권한을 확대해서 인권침해의 우려를 더욱 확대해 놓은 것입니다.
미국의 애국법 같은 경우에는 자료제출에 대해서 매우 구체적으로, 자료제출의 종류, 자료제출의 방법, 자료제출 요구권자, 제출된 자료에 대한 비밀준수의무를 엄격하고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도서대출기록, 도서관 이용자 목록, 도서판매기록, 도서구매자 목록, 총기판매기록, 소득신고기록, 교육기록 또는 개인정보 인식이 가능한 의료기록에 대한 필요한 신청을 하는 경우에 제출명령 신청은 법관에게 제기하여야 합니다.
또한 제출을 요구한 유형물이 국제 테러나 첩보활동의 목적하에 단순히 위협에 대한 평가가 아니라 공인된 수사와 관련된 것으로 판단할 만한 합리적인 근거를 증명하는 사실진술 또는 공인된 수사와 관련된 것임을 증명하여야 합니다.
발부된 명령서에는 제출 대상인 유형물을 충분히 특정하여 식별할 수 있도록 기재할 것을 요구합니다.
또한 그 유형물을 제공해야 하는 날짜를 명시해야 하고 그 유형물을 수집하고 활용 가능케 하는 데 합리적인 시간을 허용하도록 해야 합니다. 이러한 원칙과 절차에 대해서는 명확하고 확실하게 통지하여야 합니다.
우리의 테러방지법도 이런 적법 절차 조항이 반드시 구체적으로 적시되지 않으면 안 되는 것입니다.
존경하는 정의화 국회의장님!
미완성의 초안도 못 되는 법안을 서둘러 직권상정해 국회의 기능을 포기하고 헌법적 책무를 저버릴 것이 아니라 지금이라도 직권상정을 철회하고 제대로 된 테러방지법을 만들어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지키면서 헌법상의 소중한 기본권도 보장받을 수 있도록 다시 논의할 것을 촉구합니다.
지금까지 경청해 주신 국민 여러분 감사합니다.
다시 한 번 공포로부터의 자유가 아니라 공포 속으로 빠져드는 대한민국을 만들지 않기 위해서 저희들이 고군분투하고 있다는 것을 진심을 헤아려 주셨으면 좋겠습니다.
편안히 주무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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