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가 출산한지 어느덧 60일.
무더운 여름에 조금만 덥고 습해도 태열기가 우둘투둘 올라오는지라
페이셜크림을 열심히 발라주고, 이동식 에어컨을 24시간 가까이 풀가동 하고 있습니다.
다가올 전기요금이 두렵지만, 비 많이 오는날 어른인 우리는 시원하다고 에어컨 끄고 몇시간 방치했더니
뻘겋게 태열이 확 올라오는걸 본 이후로 차마 에어컨을 끌 생각을 하지 못하고 있는 상태였습니다.
그렇게 한달 정도 지나고 나자, 짠돌이 아빠는 전기세가 궁금해지기 시작합니다.
17평 남짓한 이 아파트에 24시간 풀로 돌아가는 전기제품만 여러개.
냉장고, 분유브레짜, UV소독기, 이동식 에어컨... 등을 생각하니
모르고 맞는것보다 알고 맞는게 좋다는 생각에 스마트한전 어플로 전기료 미리보기를 해봅니다.
지난달 측정치 600. 현재 전력량을 넣으라고 하길래 바지를 입고 밖에 나가
전력기로 추정되는걸 봅니다.
숫자가 3000 정도 되네요?
정직하게 숫자를 넣자 가공할 금액이 튀어나옵니다.
한전 : 170만원 내놔 전기세로만
나 : 추...출산 전기료 할인이 있어 괜찮아! 30퍼 감면이야!
한전 : 응 만 6천원 한도
나 : ?!?!?!?!
나라잃은 표정으로 어깨를 늘어뜨리며 들어오자 아이를 토닥이던 와이프가 물어봅니다.
저는 어쩔 수 없이 슬픈 진실을 전하기로 했고, 저의 이야기를 들은 와이프 표정도 굳어버립니다.
안그래도 맞벌이 하다가 출산으로 수입이 반토막 났는데 전기세가 180이라니 기저귀와 분유값도 만만치 않은데 하는 온갖 감정이 깃든 표정으로 와이프가 제게 되묻습니다.
"오빠 진짜야?"
믿기 힘들겠지만 가혹한 현실.
다른 신생아 가정들은 이 현실을 어떻게 버티는지 궁금해 맘카페 글을 검색해봅니다.
출산 + 전기세
전기요금
등으로 검색해보자 전기요금을 걱정하는 엄마들의 글이 수두룩하게 올라옵니다.
그 중에 24시간 에어컨을 틀어 전기세 폭탄을 맞았다는 한 글이 눈에 들어옵니다.
이 가정도 나와 같구나 싶어 눌러봅니다.
[시스템 에어컨 하루종일 한달내내 틀고 제습기 24시간 틀었더니 20만원 넘게 나와요 ㅠ.ㅠ]
뭔가 이상합니다.
이 집은 30평 짜리라고 합니다.
우리집이 더 나올 이유가 없습니다.
이상한 예감에 다시 밖에 나가 이번엔 옆집 계량기를 봅니다.
숫자는 3300이 찍혀있습니다.
이 집도 100만원이 넘는단 말인가?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며 돌아오는데 미처 보지 못한 현관문 뒷편에 있던 계량기가 눈에 들어옵니다.
한글로도 똑똑히 써있습니다.
[전력계]
숫자는 1100...........
재빨리 어플로 다시 계산을 해보자 8만원이 나옵니다!!!!!!
170 만원에서 8만원
100만원을 벌었어요 ㅠ.ㅠ
이 기쁜 소식을 와이프에게 얼른 알려야겠어요 ㅎㅎ
어휴 세상 무너지는줄 알았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