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희 회사는 인재격변의 철을 맞이하고 있었습니다.
저와 전회사부터 10년을 가까이 같이 일했던 뉴과장이 프리랜서로 이직을 결정하고
뉴과장이 있던 파트의 프리랜서 부장마저도 을회사에 스카웃 되어버리는 바람에
해당 파트는 순식간에 선장도 선원도 아무도 없는 유령선이 되버렸습니다.
유령선이 되버린 그 배가 침몰하기전에 누군가 투입되어 키를 잡아야했는데
그 배를 운전해본 사람은.... 바로 저였습니다 ㅠ.ㅠ
그렇게 웹개발 운영파트에서 월급을 훔치던 저는 신입대원 하나를 데리고 유령선에 올라타
암초로 가기직전인 배를 돌리고 항로를 정상화 시키기 위해 여념이 없었습니다........만
이제는 제가 빠져나간 자리가 문제였습니다.
다행히 더 실력이 뛰어난 웹개발 프리랜서가 긴급 투입되어 불을 꺼주긴 했지만
회사는 웹개발 인력양성의 필요성을 느끼고 인재개발원과 여러 경로에서 신입사원을 모집하기 시작했는데
그 신입사원의 면접을...... 제가 진행하고 있었습니다. ㅠ.ㅠ
이력서를 보니 별천지더군요
요즘은 이런 기술도 쓰는구나
이런 툴도 나왔나보구나
토익 토플말고 다른 외국어 자격도 많구나
요즘 젊은애들은 정말 노력해야하는구나
하면서 검색을 해보고
몇명의 면접을 진행했습니다.
그리고 어제 본부장님이 또 새로운 신입 이력서를 주시면서 검토해보라고 하셔서
본사방문 일정을 오늘로 잡고 이력서를 숙지하며 질문거리를 생각하고 준비했죠.
그렇게 오늘 본사갈 준비를 마치고있는데 스마트폰 어플이 울립니다.
메일입니다.
[경영실 : 박ㅇㅈ 면접자 타 회사 입사로 취소]
라는 제목이었습니다.
아 오늘 신입사원 면접 취소인가보구나 하고 생각하고 있는데 마침 전화가 옵니다.
본부장님입니다.
다른 예비사원들 이력서를 보냈으니 검토하고 회신하라는 내용입니다.
진짜 취소 맞나보네 하고 생각하며 옷을 벗고 점심을 먹으며 아기를 보고 있는데
전화가 옵니다.
경영실입니다.
무슨일인가 하고 전화를 받으니 경영실 차장이 떨리는 목소리로 절 찾습니다.
경영실차장
-울차장님. 10분전인데 도착하셨나요?
나
-?!?!?!?!?!?!
-오늘 인터뷰 없잖아요?
-메일에 취소라고
경영실차장
-그건 지난번 면접자 입사취소건인데요???
머리를 쎄게 맞은 기분이었습니다.
지난번 면접자도 박씨 성에 ㅇㅈ 인 사람이었습니다.
비슷한 이름에 타이밍 좋게 걸려온 본부장님 전화가 쐐기골이 되어 메일을 제대로 안읽어본게 화근이었습니다.
밥먹던 숟가락을 내던지며 딸아이를 와이프에게 패스하고
옷을 챙겨입으며 말했습니다.
나
-면접자분께 정말 죄송하다고
-조금만 기다리라고 하세요 ㅠ.ㅠ
-금방 갈게요!!
면접자를 기다리게 하는 회사라니 ㅠ.ㅠ
이 얼마나 쓰레기 면접관이란말입니까 ㅎㅎ ㅠ.ㅠ
본사로 정신없이 운전해서 면접자에게 다짜고짜 사과부터 하고 (소중한 시간 뺏어서 죄송하다)
후다다닥 면접을 끝내고 다시 정신없이 운전해서 집으로....................
오늘 하루가 어떻게 흘러갔는지 기억도 나지 않습니다.
널부럭
당황하셨겠네요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