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부장님 둘을 만나 집근처에서 술자리를 가졌습니다.
부장님 둘을 만나기전까지 사실 제게 회사생활에 큰 고민거리는 없었습니다.
있어봐야 내년에 부장뱃지를 달 수 있을것인가?
오늘은 진상 고객사 과장이 메신저로 말 걸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신규 개발건 QNA안달렸으면 좋겠다.
오늘도 월급을 훔칠 수 있게 해주세요
정도였었지요
그런데 어제 부장님 두 분과 술자리를 가지면서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다보니
제가 타고 있는 배가 평온한 유람선이 아니라는 사실을 깨닫게 되었습니다.
처음에 부장님들은 음담패설로 시작해서 유쾌한 대화를 나누는가 싶더니
술이 좀 들어가자 회사의 미래를 걱정하시더군요.
둘 중 한 분은 이직시도를 했다가 상무님께 설득당해서 남기로 했는데 그 결정을 계속 후회하고 계셨습니다.
회사의 미래가 안개낀 것 마냥 불투명하다고 하시더군요.
사실 제가 다니는 회사는 무리한 확장도 안하고 있고, 대기업 협력사로 안정적인 현금 출처도 확보한 상태라 큰 문제만 없으면 안정적인 행보를 이어갈거라고 보고 있었기에 부장님들 생각이 의아했습니다만, 이어지는 대화를 듣고는 납득하게 되었습니다.
우리 회사 사장님은 연세가 60대 중반을 앞두고 있는 상태.
길게 잡아야 10년
적어도 5년 안에는 은퇴가 확실시 되는 상황이었습니다.
사장님이 은퇴하시면 현재 미래기술연구팀에 있는 딸과 사위(이사)가 승계를 할 것은 거의 확실합니다.
그렇게 되면 현 회사 실세인 3대장.
경영팀 전무/ 개발팀 부사장/ 운영팀 부사장
이 셋의 입지가 흔들리게 됩니다. 경영팀 전무야 회사 살림을 꾸리는 쪽이니 새 사장과 탈 없이 손잡을 가능성이 크지만
오랜기간 회사에 공로가 있던 두 부사장은 과연 새 권력을 인정할 것인가
아니면 회사를 쪼개고 나갈 것인가의 대혼란이 기다리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거기다가 딸은 미래기술연구투자에 큰 자부심을 갖고 있어서 IT운영팀을 고루한 부서 인식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도 있습니다.
이래저래 승계가 이뤄지면 물갈이 및 숙청이 일어날 것은 확실합니다.
평온한 유람선인 줄 알았는데 저 앞에 낭떠러지 폭포가 기다리고 있는 불길한 물소리가 들리는 기분이었습니다.
오래오래 월급루팡질을 하고 싶었는데
원래는 부장진급 누락되면 이직준비를 하려했는데
미리미리 준비해야겠습니다.
회사 정치는 대기업에나 있는 이야기인 줄 알았는데 말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