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날 와이프와 매운 오돌뼈와 무뼈닭발에 소주 한잔을 걸친 것이 화근이었습니다.
평소대로 정확한 시간에 출근길에 오른 저는 회사로 향하는 고속버스에 올라타 유튜브 영상을 보고 웹툰을 보다가 몰려오는 졸음을 느끼고 평소처럼 눈을 감으려했습니다.
그러나 몰려오는 졸음 사이에 이질감이 있었습니다.
처음에는 작았습니다.
그저 살짝 느껴지는 배의 찌릿한 저림 정도에 불과했습니다.
그 찌릿한 아픔이 절 죽이려는(사회적으로) 마귀의 소행임을 깨닫는데는 오래걸리지 않았습니다!!
복부에 불던 산들바람은 이윽고 허리케인이 되어 내장을 뒤집어 놓았으니까요
배를 휘젖는 마귀의 손길을 겨우 참아내며 경로를 확인한 저는 절망하고야 말았습니다.
이 간악한 마귀는 저를 확실히 죽이기 위해 유일한 탈출구였던 휴게소를 지나자마자 활동을 개시했던 것이었습니다.
목적지까지 40분. 너무나 버티기 힘든시간이 저에게 주어진 것입니다.
마귀의 악행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습니다.
일분일초라도 빠르게 목적지에 도착해도 부족할 판인데 버스는 움직이지 않습니다.
창밖을 보니 표지판이 보입니다.
[도로 공사중 차선 축소]
마귀는 절 확실히 죽이기 위해 도로공사와 교통정체까지 안배한 것이었습니다!!
전 어떻게든 살아남기위해 정신을 집중하고 심호흡을 하며 기운을 순회시키며 명상을 하려 애썼습니다.
그러나 그것만으로는 40분을 버티기는 역부족이었습니다.
결국 저는 큰 위기를 느끼고 한계에 달하여 중간에 내리고 택시를 불러야하나 고민하던 그때!
마귀에게 고통받는 저를 하늘이 어여삐 여겨주었는지 제 뇌리에 세글자가 스쳐지나갔습니다.
장문혈!!
그렇습니다.
얼마전 유튜브에서 스치듯 지나가며 본 장문혈이 생각난 것입니다.
저는 재빨리 장문혈을 검색해 위치를 찾고는 즉시 왼팔 팔목을 뜯어낼듯이 누르며 기도하고 결심했습니다.
'회사에는 지각해도 좋다!! 고속도로 벗어나자마자 첫 정류장인 선바위역에서 기필코 내리고야 말리라!!! 그때까지만 버텨다오!!'
그렇게 20분간 지옥과도 같은 마귀와의 싸움이 벌어졌습니다.
뱃속의 내용물을 몰아내려는 마귀와
마귀를 몰아내려는 싸움은
살면서 겪어본적 없는 처절한 싸움이었습니다.
온몸이 식은땀으로 흠뻑 젖어갈때쯤 제 귀에는 천사의 나팔소리와도 같은 방송이 울렸습니다.
[다음 정류장은 선바위역. 선바위역입니다.]
이 얼마나 고대하던 순간이었는지... 저는 눈물을 흘리며 내릴 준비를 하려했습니다.
마귀도 패배를 직감했는지 소리없이 물러나고 말았습니다.
그래서인지 아무런 통증이 느껴지지 않았고 사람의 간사한 마음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습니다.
'이제 복통도 가라앉았는데 굳이 내려야하나? 여기서 내리면 지각확정인데 두 정류장만 가면 회사인데 조금만 참으면 되지않나?'
하는 간사한 생각이었습니다.
마귀는 물러간게 아니었습니다.
제 마음속에 숨어 마지막 함정을 파둔 것이었습니다.
전 세차게 고개를 흔들고 버스에서 내렸습니다.
내리지 못하면 절 기다리는건 지옥의 우면산터널... 심할땐 30분이상 정체되는 악마의 아가리였으니까요
거기서 터널 한가운데 갇힌 채 환기도 안되는 곳에서 확실한 죽음을 맞이했을게 분명했습니다.
선바위역 화장실에 도착하자마자 마귀는 최후의 저항을 시작합니다
이제껏 겪은 적 없는 격렬한 복통이었습니다.
하지만 화장실 칸은 모두 비어있었고 저는 여유있게 바지를 내리며 속으로 외쳤습니다.
물러가라 마귀야!!
비록 회사는 지각확정이지만
저는 급똥마귀의 습격으로부터 간신히 살아남을 수 있었습니다.
여러분도 기억하세요.
마귀를 무찌르는 기적의 주문.. 장문혈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