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토요일 아침.
어머니가 서울 올라가시기 전에 열무김치 버무리는걸 도와달라고 하시길래
늦잠을 포기하고 고무장갑을 끼고 열무김치를 버무립니다.
짜장면 비비듯 김치를 푸닥푸닥 뒤집자 '섬세하게 애기다루듯 해야지!' 라며 핀잔을 주십니다.
그리고 한숨을 쉬시며 누나네는 김치가 떨어져갈텐데 빨리 해서 줘야지 라고 하시길래
'아 사먹겠지' 라고 했더니 김치를 왜 사먹냐고 또 핀잔을 주십니다.
생각해보면 말이죠. 점점 맞벌이도 그렇고 1인가정이 늘어가다보니 개인이 김장을 직접 담구는 시대는
10년안에 지금의 절반 이하로 뚝 떨어질 것이라는 생각과 함께,
김치소비가 늘어나면서 소비의 부담이 커지는 것에 대한 우려 + 공장제 김치의 값싼 중국산 배추 선호
등으로 배추농가의 멸망. 등의 상상이 맞물리고 맞물려지면서....
(전 삽질을 하거나 몸쓰는일을 하면 머리가 노는 동안 망상의 세계에 빠지는게 되곤 합니다.)
10년 후 김치로 인해 3차 세계대전이 벌어지는 망상까지 하고나서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나
-어머니 이런 생각해봤는데, 나중에 복지의 일환으로 무상김치 이런거 어떻수?
엄마
-헛소리 하지 말고 이거나 통에 담아
나
-아니 봐바 이제 점점 김치를 안담굴거란 말이지 사람들이
-그럼 그걸 죄다 사먹을 텐데, 그럼 사람들이 돈을 많이 쓸거고
-무상교육이나 급식을 보면 모두가 그걸 이용하기 때문에 하는 거잖아?
-김치도 모두가 먹는거니까 정부가 나서서 김치를 만드는거지.
-그리고 인당 3포기 이런식으로 배급을 하면 좋지 않우?
-배추값 폭락해서 배추농가 배추 뒤집는거 정부에서 수매해서 정부 김치 공장에 넘기고
엄마
-그렇게 되면 말이 안나오겠냐?
-집마다 김치 담구는 방식이 다 다른데, 어떤 집은 짜게 먹고 어떤 집은 굴 넣고
-다 입맛에 안맞는다고 아우성이지
나
-어차피 한 10년 되면 가정마다 김치를 담는 수가 확 줄텐데
-집마다 입맛 같은거 고려할 필요 있겠어요?
엄마
-그리고 재료 같은것도 좋은거 쓰니 나쁜거 쓰니 얘기 나올거고
-위생도 믿을 수 있겠냐는 말 나올거고
나
-그러니 정부에서 무상복지로 지정하면서 관리를 하는거지
-국정감사에서 국회의원들이 김치 맛이 안좋다고 장관 타박하고
엄마
-김치 공장 사장들은 어떡할건데
아 그게 문제구나
아무튼 결코 열무김치 버무리기 싫어서 이런 생각한게 아닙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