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고 집에오니 조카애(여. 11세)가 와있습니다.
절 보자마자 게임이라고 외칩니다.
조카애가 좋아하는 게임. 바로 오리진에서 공짜로 받은 심즈4입니다.
조카가 말하길. [이거하고 있으면 어른이 된 기분이 들어!!] 라고 하더군요.
모르시는 분들을 위해 간략히 설명드리자면 심즈는 심이라는 인간 캐릭터를 조종해 뭐든지 할 수 있는
아주 높은 자유도의 시뮬레이션 게임입니다.
일을 시킬 수도 있고 하렘왕으로 만들 수도 있고 막장 드라마를 찍을 수도 있죠.
(심즈3 할때 손자까지 본 캐릭터로 와이프 캐릭터가 일간 틈을 타서 가정부와 연애질을 하다가 일가족 모두에게 걸려 아들한테 멱살잡혔지만, 운동치 무술치 max라서 아들을 때려눕 이런식의 플레이도 가능합니다.)
아무튼 우리 조카애는 오늘도 자기 캐릭터로 열심히 어른의 생활을 꿈꾸며 게임을 합니다.
바리스타가 되고 싶은지 카페 알바를 보내는군요.
새벽 4시까지 친구 캐릭터와 수다를 떨게 하다가 직장을 결근하고, 밥 먹이고 씻기고 재우고, 세금내고 하면서 어른의 삶이 힘들다는 것을 체험합니다.
(조카애: 세금이 뭐 이리 많이나와!!)
그런데 문제는 이 게임의 자유도가 너무나 커서 문제라는 점입니다.
이 게임은 자유로운 불꽃 연애도 가능하지만, 동성과의 연애 후 결혼 임신도 가능합니다.
그리고 우리 조카애는 단짝 친구가 된 검은 피부의 아가씨 조이와 대화를 하다가 핑크빛 선택지를 눌러버립니다.
[로맨틱한 대화하기]
조카애는 생각했겠죠. 여자애들간의 꺄꺄 하는 이성에 대한 달콤발칙한 대화겠거니
아닙니다.
그건 조이를 꼬시는 선택지랍니다.
그리고 조이의 호감도가 점점 높아지는걸 보며 전 쿨하게 한마디 던졌습니다.
나
-너 쟤랑 결혼시킬거냐?
조카애의 눈이 크게 휘둥그래집니다.
조카애
-나랑 조이는 단짝친구야!!
나
-첫키스 선택지도 나오네
조카애
-엥? 어.. 어뜩해?? 삼촌 어뜩해?
나
-지금이라도 핑크 대화를 피하렴
그렇게 말하고 전 누워서 폰을 두드립니다.
하지만 10분도 지나지 않아 조카애의 절규가 귀를 때리기 시작합니다.
조카애
-삼촌!! 큰일났어!!!
나
-뭔데
조카애
-사랑이 깊어지고 있어!!!
그렇습니다. 이제 조이가 핑크 대화를 고르기 시작한 것입니다.
조카애는 조이와 결혼하기 싫어 안달이났고, 저는 효과적인 대응책을 알려줄 수 밖에 없었습니다.
나
-너 좋다고 쫓아다니는놈 있잖아.
-로버트.
-걔랑 사귀렴
조카애 캐릭터에게 매일 전화하고, 이사온날 이웃이라고 인사온 로버트란 쑥맥호구남 같은 캐릭터가 있습니다.
이 친구 조카애가 문 안열어줘서 4시간정도 문 앞에 서있다가 조카애가 문 열어주고 한 말이 [떠나달라고 부탁하기] 였습니다.
제 말을 듣기가 무섭게 조카애가 반박합니다.
조카애
-난 걔 싫단말야!!!!!
그리고 퇴근한 매형이 와서 조카애를 데려갑니다.
자 이제 저의 플레이 시간이 왔습니다.
조이와 결혼시켜서 행복한 가정을 꾸린 모습을 보여줘야겠습니다.
ㅎㅎㅎㅎㅎㅎㅎㅎ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