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초. 연말정산이라는 과업을 앞두고 글쓴이는 정신이 없습니다.
한푼이라도 덜 내기 위해서 이리저리 뒤져본 결과 작년 청약통장 면적변경하며 신규 입금한 것을 기억해냅니다.
그 금액을 넣고보니 2자리수 뱉어낼 것이 1자리수로 축소되는 매직을 본 후,
출근 후 짬을 내어 5분 거리에 있는 은행으로 달려갔습니다.
번호표를 뽑으니 아리땁고 귀여운 은행원 아가씨가 번호를 누르십니다.
나
-이러저러해서 연말정산 제출을 위해 증명이 필요한데여
은행원
-네 입금내역관련 자료 드리면 될 것 같아요
나
-아 그건 얼마전에 뽑은게 있는데, 요건데 요거로 될까요
은행원
-네.^^
이제 안심하고 회사로 돌아와 팀장님께 서류 제출할 생각을 하며 패딩을 벗고 있는데 전화기가 울립니다.
모르는 번호입니다.
은행원
-여보세여 ㅁㅁ 은행인데 라이칸 고갱님 맞으신가요
나
-네
은행원
-가시고 나서 생각해봤는데
나
-(내 생각을?)
은행원
-그 서류만으로 불안하시면 다른 보완서류가 있는데 그걸로 준비해 드려도 될까요
-오시면 바로 드릴 수 있도록 할게요
아 이 얼마나 친절하고 배려심 깊은가요
떠난 고객이 찜찜해서 개인적으로 알아서 도와주겠다니
급한 업무를 처리하고 30분만에 다시 패딩을 입고 은행으로 향합니다.
번호표를 뽑으려 하자 은행원 아가씨가 손짓하며 이리로 오시라고 불러줍니다.
자리에 앉자 조금만 기다리라며 이것저것 준비를 하다가 고개를 갸웃합니다.
은행원
-어? 왜 안돼지?
나
-(설마 헛걸음..)
은행원
-어..?
선배은행원
-왜 그러는데?
은행원
-왜 출력불가라고 되어있죠?
선배은행원
-아 이거.. 고객님 죄송해서 어쩌죠?
-이건 (대충 어려운말) 해서 (대충 복잡한 말) 하여 소득공제가 안되세요
나
-어 그러니까 소득공제가 안되는거라구요?
선배은행원
-네 ㅠ.ㅠ 여기 이 분이 입사한지 얼마 안되서 잘 몰랐나봐요
-이를 어쩌죠 여기 몇번 왔다갔다 하셨는데
나
-(그럼 대신 차 한잔..)
-아닙니다. 그래도 신경써주신 것만으로도 감사하죠
은행에서 느낀 따스한 감정은 밖을 나서자마자 불어닥친 거센 강추위에 순식간에 흩어져버리고 말았습니다. 흑흑
결론 : 소득공제 멸망 + 헛걸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