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바스가 남았습니다.
원래는 친구들과 한적한 곳으로 캠핑을 가서 위스키와 함께 안주로 곁들일 감바스였죠.
그런데 안주가 생각보다 풍부하여 감바스는 손을 대지 않고 그대로 집으로 귀환.
냉장고의 한구석을 차지하게 되었습니다.
(*물론 캠핑은 코로나를 고려하여 인적없는 시골 친척집의 텃밭을 빌려서 하였습니다.)
어머니는 자리만 차지하는 감바스 팩이 불만이었고,
저는 먹지 못한게 불만이었기에 두 사람의 이해관계가 일치하여
어린이날인 오늘. 감바스팩을 조리하기로 결정하였습니다.
매번 순대국, 직접 해드시는 음식, 짜장면 짬뽕 밖에 모르시는 어머니께 좀 특별한 음식도 소개하고 싶은 마음이 있었죠.
게다가 어머니가 의외로 파스타나 양식도 잘 드신다는걸 알고 있었기에 감바스에도 큰 거부반응이 없을거라 생각하고
야심차게 조리를 시작했습니다.
감바스는 원래 조리가 어려운 음식이 아니고, 팩으로 된 경우엔 재료 손질도 필요없이 그냥 재료 세척 후 팬에 굽기만 하면 되는 음식이기에
10분도 지나지 않아 요리가 완성되었습니다.
그리고 두근거리는 가운데 어머니가 대망의 시식을 시작합니다.
알려드린대로 빵을 올리브오일 국물에 흠뻑 적셔 한입 드셔보시고는.....
연심 사레 들린 기침을 하십니다.
아.......................캠핑용 팬이 열로 살짝 휘어서 국물이 쏠리는 구간이 있는데
그곳으로 후추와 허브솔트가 전부 집합해버린 것 같습니다......
나 : 괜찮아유?
어머니 : 이건 사람 먹을 음식이 아니구나
나 : 새..새우 드셔보세요
어머니 : (하나 드시고는 기침을 하시며) 이것도 짠 것 같구나
나 : 이거 짭짤하고 맵지 않으면 느끼해요
어머니 : 나는 안먹을란다. 나머지 너 다 먹어라
어머니 맛있게 드시라고 만든건데 결국 위스키와 곁들여 먹고 말았습니다.
같이 맛있게 먹을 수 있었으면 좋았을텐데 말이죠..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