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머릿속 뇌통령은 심란합니다.
추석을 앞두고 쇼핑몰에서 추석맞이 쿠폰을 펑펑 뿌리지만, 마땅히 갖고 싶은게 없습니다.
지름이란 희한합니다. 할인이벤트가 펑펑 터질땐 지르고 싶은게 없고, 꼭 이벤트가 다 끝나면 갖고 싶은게 생겨버려서 눈물을 흘리며 후회를 하게 만듭니다.
그러니 후회하기전에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이벤트가 끝나기 전에 지르는 것 뿐입니다.
아예 안지른다는 선택지도 있겠지만 뇌통령 사전에 그런건 있을 수가 없습니다.
열심히 손가락 부서에게 업무를 지시해 스마트폰 스크롤을 죽죽 올리던 뇌통령은 문득 일정을 살피게 되었습니다. 10월중에 친구들과 한번은 캠핑을 가고 싶기도 한 것입니다.
그리고 지금은 꽤 추운 계절이니 친구들과 가려면 월동 준비를 좀 해야한다는 것도 알고 있었습니다.
[석유난로로 검색해봐라]
뇌통령의 지시에 검색부처에서 열심히 쇼핑몰 검색 지시어를 전달합니다.
그리고 뇌통령은 발견합니다. 보통 석유난로가 최소 10만대 이상인데 국산 중소기업 제품이 7만원대!!
쿠폰까지 먹이면 5만원 정도 나오는 제품이 있다는 사실을 말이죠.
지체없이 장바구니에 담고 당정회의를 열어 여당이 지름법안을 통과시키도록 당대표에게 지시합니다.
물론 머릿속 야당역시 이 첩보를 입수하고 방어에 들어갑니다.
여당과 야당이 또 대결을 시작합니다.
여당
-지난 4월 캠핑을 기억하는가?
-친구들과 간 첫 캠핑인데 침낭을 다 양보하고 잠을 잤어도
-친구들은 오돌오돌떨면서 춥다고 차 안으로 달려가 다같이 히터틀고 차안에서 갔었던 일을 기억하는가?
-이번에는 그때보다 더 춥다!
-따라서 난로는 반드시 필요한 것이다!!
-지금처럼 저렴할때 질러놓지 않는다는 것은 국익에 큰 해가 되는 매국적 행위이다.
-매국야당이라고 불리고 싶은가?
야당
-본체는 얼마전에 차를 질렀고, 비싼 보험료도 냈다.
-이제는 허리띠를 졸라매야할 때다.
-난로가 꼭 필요한가? 난로를 사면 차 어디에 넣고 갈 것인가?
-4월 캠핑때도 짐이 꽉차서 다들 가방 안고 갔던 일은 잊었나?
-그런데 난로까지 넣고 갈 수 있겠는가?
-차 위에 루프백이나 루프박스를 달아야할텐데
-본체의 SUV는 루프레일이 아닌 플러쉬레일(속이비지 않은 레일)이다.
-일반적인 루프백을 장착할 수 없고, 하려면 개조를 해야한다.
-이는 매우 번거로운 일이다.
-그렇다고 크로스 레일을 장착하자면 또 큰 돈이들어간다.
-5만원짜리 난로를 사기 위해 수십만원이 드는 차량 개조를 하는건 명백한 낭비다!!
여당
-그럼 추운건 어떻게 감당할 건가?
-야당은 대안이 있는가?
야당
-그때는 다들 날씨를 우습게 보고 대비하지 않았고, 가스 난로도 고장난 상태였지만
-이후 가스난로를 새로 구하지 않았나?
-그리고 다들 추위를 겪었기 때문에 패딩과 손난로등을 준비하라고 하면 될 것이다.
-패트병에 물만 끓여넣어도 밤에 따듯하게 잘 수 있다.
-자주 가지도 않는 동계 캠핑을 위해 수십에서 백까지 쓰는건 과소비다.
-그리고 무엇보다 여당은 사놓고 집 어디에 보관할지 생각해 보았나??
-지금 캠핑장비도 어머니가 탐탁치 않아하는데 난로까지 허락을 받겠다고?
여당
-그건 외교채널을 풀 가동하고 있다.
-곧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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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어무이. 나 난로 하나 살건데
-지하실에 두면 안되나?
어머니
-사기만해봐 부숴버릴테니까
결국 외교협상에 실패. ㅠㅠ
+ 이런저런 사유(적재할 곳 없음)+(루프박스 개조비 등등)
지름법안은 부결되었습니다.
뭐 난로 꼭 필요하진 않죠... 지금은.....
노지 다니신다면 장판이나 난로나 못쓸테니 어차피 무쓸모 이구요
그리고 잘때는 어차피 끄고 자야해요 켜고 자다간 뉴스 나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