울프맨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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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기] 회사 전 동료에게 슬픈 소식을 통보해야할 뻔 했습니다. (1) 2020/11/24 PM 11:52

 

다른 회사의 업무를 맡아 하고 있는 일이다보니 회사 본사에서 일하는게 아니라

다른 회사 사무실에 우리 회사 사람들 + 다른 회사 사람들 + 프리랜서들 이런 식으로 옹기종기 모여

개발 근무를 하는 환경입니다.

 

그러던 중에 대규모 신 개발 프로젝트가 진행되어 우리 회사와 프리랜서를 포함한 많은 인력들이

다른 사무실로 파견을 떠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사무실이 텅텅 빈 사이, 해당 회사에서는 그간 너저분하게 사용한 개발 사무실을 좀 정리하고 싶어진 모양입니다.

그쪽 직원이 내려와 게시판에 이것저것 공문을 붙이기 시작합니다.

 

[미사용 사물함 정리 : 사용중인건 체크해주시기 바랍니다. 일괄 처분 예정]

[사물함 위 모니터, 짐 정리 요청 : ㅁㅁ일까지 정리하지 않을 경우 처분하게 됩니다.]

 

등의 공지입니다.

지금 사무실의 최상급직책은 저만 남은 상황이다보니 사원들을 불러 이것저것 지시합니다.

모니터 목록 시리얼 번호 정리한걸 받아서 본사에 전화해 경영지원팀에서 회수팀이 올때까지 보관한다고 얘기하고 한쪽 자리에 몰아놓고,

사물함은 이전 팀장님. 이전 본부장님 등에게 전화해 비밀번호등을 물어보며 사용물품을 정리합니다.

 

이렇게 정리를 하고 큰 문제 없이 넘어가는 듯 했습니다.

그런데, 이번엔 보안체크를 하는지 파견자들 명단 확인 얘기가 있어 그 부분을 확인하는데, 사원 하나가 조심스럽게 다가옵니다.

 

뭔가 꺼림찍한 표정입니다.

 

사원

-울차장님. 말씀드릴게 있는데요.

 

-ㅇㅇ 무슨일이에요?

 

사원

-아 전에는 신경안썼는데... 지금보니까 ㅇ과장님 사물함이 정리당한 것 같습니다.

 

ㅇ과장(여). 

우리회사에서 같이 일하다가 프리로 독립한 분이었습니다. 

이번에 프로젝트를 맡아 다른 사무실로 함께 파견을 나가면서 개인 짐을 사물함에 넣고 간 모양인데 그게 정리당한 모양입니다.

지금은 서로 소속도 다르고 타인이라고 봐도 되는 관계지만, 성격도 좋고 붙임성도 있어서

이 사원도 신경을 써주고 있는 모양이었습니다.

 

-음.. 그래..? 근데 우리가 체크한건 우리 회사 것만 체크한거고

-그 부분은 어쩔 수 없는 부분이니까

-혹시 ㅇ과장이 ㅁㅁ씨한테 개인적으로 부탁이라도 했어요?

 

사원

-그건 아닌데, 그 과장님이 명함 붙여놓고 갔는데도 처리한 것 같아서요

 

-일단 회수 가능한지 알아볼테니 걱정하지 말고

-그리고 우리 회사거는 우리가 책임지는게 맞는데 ㅇ과장님 사물함 정리당한건

-ㅇ과장님과 관리회사가 처리할 문제니까 ㅁㅁ씨는 신경쓰지 않아도 되요.

 

라고 얘기하고 관리회사 책임자에게 문의를 합니다.

 

-전에 사물함 수거하신거에 대해 확인하고자 연락드렸습니다.

-저희쪽에 같이 일하시는 프리분이 사물함에 명함을 부착해서 표시했는데 수거해 가신 것 같아서요

-그부분에 대해 혹시 회수가 가능할지요

 

관리회사

-이미 수거한 즉시 수거업체에 넘겨서 폐기가 진행됐습니다.

 

개인적으로 찾아가서 회수라도 해오려 했는데 회수를 할 수도 없게된 상황이었습니다.

더이상 개인적으로 어떻게 해줄 수도, 할 수도 없는 상황이 되어버렸습니다.

 

이제 남은건 ㅇ과장님에게 불상사를 전하고, 유감을 표하는 일 뿐이었죠.

그냥 파견 끝나고 돌아올때까지 가만히 있는 것도 생각해봤지만, 와서 자기 사물함과 개인 물품이 사라졌다는걸 아는 것보다는 차라리 지금 얘기해줘야 그분도 필요한걸 새로 구하거나 아니면 관리회사와 책임을 따질 수 있을테니 말해주는게 낫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습니다.

 

메신저를 열어 다시 그분께  이 사실을 전해드리려 하는데....

헐리우드 전쟁영화에서 전사자 통보 군인들이 어머니를 앞두고 차마 입을 떼지 못하는 기분이 되어버렸습니다.

 

'뭐라고 얘기해야하나'

'뭐부터 얘기해야하나'

'오전부터 얘기하면 하루종일 기분이 잡치시겠지?'

'퇴근때 얘기하면 기분이 좋다가 잡치시겠지?'

 

복잡한 생각에 머리가 아파져 메신저를 닫고 지금은 비어있는 프리랜서 과장님 자리를 둘러봅니다.

둘러보는데... 사물함이 보입니다.

사물함에는 명함이 붙어있습니다. 

 

[ㅇ과장] 

 

조용히 보고했던 사원을 부릅니다.

 

-ㅁㅁ씨 ㅇ과장 사물함이 원래 하나 던가요?

 

사원

-아닙니다. 두개쓰시는데 하나는 자리에 있고, 나머지 하나는 벽쪽에 두셨다가...

 

-그렇군. 이건 아니라는거군.

 

혹시나 했던 일이 다시 절망으로 바뀌는 기분을 맛보며 잠시 희망을 주었던 사물함을 외면하듯

뒤로 돌아섰습니다.

 

그리고 사물함이 눈에 또 하나 들어옵니다.

거기에도 명함이 붙어있습니다.

 

[ㅇ과장]

 

-이건 뭐야?

 

사원

-어? 이게 왜 여기있죠?

 

-...............ㅁㅁ씨 ㅋㅋㅋㅋ

-처분당했다며 ㅋㅋㅋㅋ

 

사원

-어 ㅎㅎㅎ 분명 벽에 있는 줄 알았는데?

-아 여기두셨구나....

 

-ㅋㅋㅋ 똑바로 안해? ㅋㅋㅋ

 

사원

-죄송합니다 ㅋㅋ

-이상하다 진짜 벽에 있었는데... ㅎㅎ

 

아휴 진짜 하마터면 전 동료한테 가짜뉴스를 날릴뻔했습니다.

 

[어머님. 아드님은 전사....안하셨습니다. 후다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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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풍날개    친구신청

해프닝으로 끝나서 다행이네요 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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