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하고 돌아오니 어머니가 하루 일과를 이야기 하십니다.
시장에 가서 무슨일이 있었는지, 누구랑 뭔일이 있었는지 등등
묻지도 않은 이야기이지만, 가족의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도 아들이 할 일이니 추임새를 넣으며 듣습니다.
아버지 일나가시고 이웃 아주머니와 통화하고 이야기하신다 해도 부족한 유대감과 사회관계는
아무리 채워넣어도 채워지지 않는 부분이니까
따로 살게될 그 전까지 그부분을 최대한 채워드려야겠지요.
하는 마음으로 어머니의 일과를 듣고 있는데, 귀가 쫑긋해지는 이야기가 들려옵니다.
큰 조카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어머니가 만두를 손수 만드시고는 누나들에게 나눠주고 싶어서 서울에 있는 둘째 누나를 오라고 불렀답니다.
둘째 누나가 늘 그렇듯이 빈 반찬통을 들고 찾아와 방문해 빈 통은 돌려드리고 만두를 받아 돌아간 모양입니다.
그리고 집에 돌아가 무거워서 들기 어려우니 큰 조카애(중2)를 나오라고 전화했나봅니다.
누나가 좀 많이 몸이 약하거든요. 저랑 다르게
그래서 조카가 내려오는데 입이 대빨 나왔다는 겁니다.
그 대목을 듣고 저는 속으로
'이눔 자식이... 이제 사춘기라 이거지?' 하고 생각하고 있었습니다.
엄마가 불렀는데 입이 대빨나왔다 -> 왜 나만시키냐 or 반항기 이런 수순으로 생각했지요.
근데 어머니가 전해주는 이야기는 놀라웠습니다.
조카
-아 할머니한테 왜 찾아갔어
-엄마가 맨날 그렇게 찾아가니까 할머니가 힘들잖아.
-찾아갈때 빈손으로갔지?
-할머니는 맨날 힘들게 챙겨주는데
-엄마가 진짜 나빠
이따 전화해서 크리스마스 선물을 물어봐야겠습니다.
테블릿 갖고 싶지 않냐? 이번에 세일하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