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버이날. 누나의 초대로 저녁식사를 하고나서 거실에 모여 과일을 먹으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눕니다.
아버지가 주식에 대한 이야기를 매형과 누나에게 물어보고, 저는 한창 미술학원을 다닌다는 여조카(초5)의 그림을 봐주며 같이 그림을 그리는데 이런 이야기가 들려옵니다.
먼저 아버지의 이야기입니다.
"나는 최소한 80까진 신문일 할거다."
누나가 정색을 합니다.
"아버지. 애 앞에서 그런 얘기 좀 하지 마세요."
"아니 왜그러냐?"
"애가 하도 그 얘기 들어서 지 아빠한테도 80까지 일하라고 한단 말이에요."
모두가 웃는 가운데 매형이 조카애를 향해 다정하게 말합니다.
"다은(가명)아. 아빠는 55살까지 일하고 은퇴할거야. 알았지?"
조카가 그림 그리던 붓을 내던지고 버럭 소리를 지릅니다.
"안돼! 우리 가난해지잖아!!"
"아빠 65살부터 연금나와."
"10년동안은?!"
"있는돈 쓰는거지."
"그건 안돼!!"
"아빠는 놀고 싶은데? 여행도 다니고."
"난 그때 막 스무살이잖아! 돈이 없잖아!"
누나가 웃으며 아이를 달랩니다.
"그땐 니가 벌어서 해야지. 아르바이트 하고."
"다은아. 아빠는 너한테 안물려줄거야. 알지?"
결국 아이는 심하게 삐져 울음을 터뜨리기 일보직전.
"그건 아는데.. 그건 아는데..."
그걸 보고 제가 한마디 거듭니다.
"어이고. 안물려준다고 해서 삐졌잖수."
"그거 아니라구!! 안물려줘도 되는데...."
결국 누나에게 안겨 아이는 울먹이면서 뭐가 서러운지 울기 시작합니다.
그걸보며 아이에게 재산을 물려줄 일이 없는 저는 조카아이에게 양해를 구해봅니다.
"다은아. 삼촌은 60살까지만 일하고 놀아도 되지? 삼촌이 논다고 다은이네가 가난해지지 않잖아."
그러나 어림도 없는 소리. 아이는 엄마품에 안겨 울먹이는채로 돌아보지도 않은채 외칩니다.
"안돼! 삼촌도 80까지 일해야해!! 안그러면 안그러면..."
"안그러면?"
"삼촌은 폐지 주워야한단말야!!"
여기서 아이를 더 놀리고 싶은 누나가 고물상이 돈을 잘 버는 직종이며 온가족이 고물 일을 하면 돈을 더 잘모을거라고 하고 매형은 그에 대한 계획이 다 있으니 안심하라고 하자, 아이는 버럭버럭 소리를 지릅니다.
"그럼 그 계획을 당장 보여줘!!"
"어디에 차릴건데!! 어느 위치에 차릴건데!!"
"한해에 얼마 벌건데!!"
얘야.. 난 너한테 안물려줄건데 왜그러니 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