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생에 나라를 구했던 업적의 쿨타임이 풀려 사랑니를 발치하게 되었습니다.
3년 전이었을까요? 동네 의사셈은 이빨을 면밀히 보시고 나서 판정을 내리셨습니다.
[복받았다. 모든 사랑니가 안나온다. 그냥 신경 안쓰셔도 된다.]
그러나 얼마 전 스케일링 겸 이빨 전체적 점검을 하러 갔을 때, 생각지도 못한 이야기를 듣게 되었습니다.
쿨타임이 풀렸는지 오른쪽 위 어금니 옆에 사랑니가 살며시 고개를 내밀고 있었고, 석탄처럼 검게 변해 있었던 것이었습니다.
결국 사랑니 발치 판정을 받고 날짜를 잡고난 이후... 드디어 오늘!
오후 반차를 내고 두려움에 떨며 어깨를 축 늘어뜨리고 치과에 갑니다.
치과에 갔더니 약국에 내려가서 진통제와 소염제를 일단 먹고 시작하잡니다.
시키는대로 순순히 따르고 다시 의자에 앉아 마취를 받고 위기상황에 닥치면 으례 하는 패턴인 3신을 소환합니다.
'하나님, 부처님, 제우스신이시여 제발 보살펴 주소서'
그렇게 겁에 질려 있는데 의사셈께서 오셔서 얼굴을 천으로 덮고 발치를 시작하십니다.
시작할게요 를 말하시고 나서 입에 솜을 물라고 하더니 갑자기 얼굴에 천을 걷으십니다.
뭔가 문제가 발생한걸까요? 입냄새를 참을 수 없었던 걸까요? 분명 아침에 양치하고 칙칙이도 뿌렸습니다.
하지만 의사셈은 이미 반 쯤 자리에서 일어나 장갑을 벗고 계십니다.
간호사가 말합니다.
"끝났어요~."
앞의 기구들을 보니 석탄이 하나 놓여있습니다.
벌써 발치가 끝!
솜을 꼭 깨물고 접수처에가서 주의 사항을 듣습니다.
(운동 금지 2주. 부드러운거 먹기. 하루 냉찜질. 피 삼켜라. 등등등)
운동금지 2주라니! 요즘 한창 전력질주 인터벌에 재미를 들이고 있었는데 ㅠ.ㅠ 하며
웅얼거리며
[알이이은 아에여?] 하고 묻자 접수원은 고개를 저으면서 일단 3일은 하지 말라고 합니다.
합법적으로 놀게 되었습니다 ㅠ.ㅠ
부드러운걸 먹어야한다니 집에 가는길에 마트에 들러서 스프를 고릅니다.
오뚜기 양 많은 가루 스프를 사려다가 옆에보니 비비고에서 나온 감자 베이컨 어쩌고 아무튼 비싸고 화려한 스프가 있습니다.
[난 환자니까]
환자 특권을 사용하기로 하고 비싸고 화려한 스프를 고르고 집으로 향합니다.
사랑니 아프고 무섭다더니 아무렇지도 않네요 ㅎㅎ
2시간 물고 있으라는 거즈도 거울로 보니 피도 하나 없는데 빼도 되지 않나 싶을 정도지만
어머니가 경고하시더군요.
피철철나온다고
아무튼 마취가 풀리면 좀 아플까요
지금은 아무렇지도 않네 하고 기가 살아 있습니다. ㅎㅎ
당분간 조심하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