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나는 퇴근입니다.
얼른 집근처 미용실로 가서 머리도 다듬고 할 생각에 매일 하던 퇴근길 걷기를 포기하고 지하철을 탑니다.
퇴근시간대의 2호선은 사람이 많다보니 탈 엄두를 못내고 있는데 옆 승강장 문에 탈 수 있는 공간이 보입니다.
이 열차를 보내고 나면 또 몇 분을 기다려야할까요.
일찍 닫는 미용실 시간이 아쉬워 후다닥 가방을 안아들고 탑승한게 화근이었습니다.
살짝 있는 자리에 들어가서 가방을 안아들기 위해 머리를 살짝 내민 순간 문이 닫히는 안내와 함께 지하철 문이 머리를 때립니다.
그리고 동시에 안경은 오랫동안 속박해온 저에게서 자유를 선언합니다.
어? 하는 순간 안경은 툭 하고 튀어나갑니다.
그 짧은 순간 생각이 스쳐지나갑니다.
팔을 내밀어 문을 막아볼까 다시 열리면 주울 수 있을까
그냥 내릴까
그러나 생각이 끝마치기도 전에 안경은 스크린도어에 팅겨 지하철과 승강장 사이의 깊고 어두운 공간속으로 빨려 사라집니다.
그렇게 문이 닫히고 저는 스크린 도어 밖의 남성과 눈이 마주칩니다.
말이 통하지 않았지만 그는 우수에 젖은 눈으로 저를 응시하고 있었습니다.
안쓰러움과 애도를 담은 위로의 친절한 눈빛입니다.
하지만 그 눈빛에 답하기도 전에 매정한 열차는 역을 빠져나가기 시작합니다.
다시 돌아와봐야 그 안경을 되찾을 수 없는 것을 알기에 저는 몇년간 제 눈이 되준 안경에게 작별의 인사를 건네봅니다.
미용실이고 나발이고... 안경점부터 가야겠네요.
하... 내돈 ...하 ㅜ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