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개발 의뢰가 들어왔던건 지금으로부터 약 2주전의 일이었다.
평소와 다를바 없이 대충 일을 처리하고 웹서핑을 하며 월급을 뜯어먹던 한가롭던 나에게 이사님의 호출이 날아왔다.
무슨일일까 월급을 너무 많이 훔쳤나 하며 가보니 이사님은 "늑차장 한가하지?" 라는 말을 시작으로 부탁아닌 부탁을 하셨다.
그것은 바로 고객사에서 운영하고 있는 웹사이트 개발에 대한 의뢰였다.
DB중심 업무를 하는 우리 회사에서 몇 안되는 웹개발 가능자인 나에게 1년가까이 운영개발 인력 없이 유지하다가 한계가 온 어느 웹사이트를
유지보수해달라는 의뢰였다.
긴급 소방수로 투입되는 거라고 하니 짧고 굵게 몇건 처리해주면 끝날 것 같기도 하고
이런식으로 회사 일을 좀 해줘야 내년에 큰소리도 치겠다 싶어서 수락을 했다.
그래선 안됐는데 말이다........................
프로젝트 PL로 배정된 사람은 대리 직함을 지닌 고객사 사람이었다.
당장 요구사항 처리를 하기에 앞서 시스템에 대한 전체 리뷰가 필요하다고 하니, 꽤나 다급했던 모양인지
내 요구사항(회의실 잡고 브리핑, 일정 넉넉히)을 모두 수용하겠다며 반가워했다.
그렇게 5-6개의 개발 요구사항 과제를 접수하고 이튿날부터 뜯어보기 시작했는데, 요구 과제는 참 기본적인 요구사항들이 많았다.
OTP 로그인 유효시간이 지나도 로그인 되는 문제 해결 등등
전임자가 어찌 개발을 했는지 모를 그런 사항들이었다.
그런 것들을 대충 3일만에 수정하고 테스트 및 꿀빠는 시간을 거쳐 어제 완성했다고 보고하고 개발 반영을 시작.
PL대리가 체크를 시작하는데 대리의 반응이 이상했다.
오래된 과제가 해결되어 기쁜건 알겠는데 그게 좀 과한 것이었다.
대리 : 역시 소문대로시군요 차장님.거기다가 제가 시간되면 해달라는 것까지 해주시고 감사합니다 ㅎㅎ
나 : 무슨 말씀이세여??
대리 : 문서 작성시 문서구분 코드에 기타 추가 안된다는거 반영해주셨잖아요.
이건 또 무슨 소리일까? 난 추가 작업을 한 적이 없었다.
해야지 하고 생각만 하고 안한건 있지만 말이다.
그래서 2주전에 있었던 일을 기억을 곰씹으며 거슬러 올라가기 시작했다.
-회상시작-
2주전. 요구사항 개발에 앞서 프로젝트를 전체 브리핑 요구 했을때
대리 :'공통 코드 페이지에서 문서구분 코드 추가해도 작성시 콤보박스에 기타가 반영이 안된다. 이건 시간날때 해달라 F12눌러서 HTML 페이지에서 추가해서 쓰기 번거롭다.'
나 : '그건 아마 붙박이로 개발해서 코드페이지에서 추가해도 안됐을 것이다. 나중에 한번 보겠다. DB연동만 걸면 간단히 해결될 것 같다.'
-회상끝-
그런일이 있었지 하고 생각하며 상황을 복기해본다.
1. 붙박이로 소스에 한글로 들어가있는 상태라면 이번 반영에 수정됐을리가 없다.
2. 고로 붙박이가 아니다.
3. DB로 읽는거면 DB 수정을 한 시점에서 바로 반영되야 한다.
4. 그럼 뭔가가 있다.
5. 개발 반영할때 뭘 하는가?
6. 서버 재기동.
소름이 돋기 시작했다.
설마 아니길 빌며 코드 페이지의 데이터를 수정하고 서버 재기동을 눌러본다.
그리고 하늘이 무너졌다.
서버가 재기동 되자 코드가 반영된다.
이건 대학생 실습 코딩. JSP 웹 개발 콤보박스 넣을때 초심자가 하는 짓에도 못드는 짓이다.
날림이다. 명백한 부실공사다.
집 벽지를 갈아달라고 불러서 벽을 뜯어보니 벽이 콘크리트가 아니라 모래로 된 걸 본 꼴이다.
당장 도망쳐야한다는 공포가 온몸을 휘감았다.
이것만 해도 이모양인데 다른 부분은 어떻게 돌아가고 있는걸까???
리모델링 하라고 불러서 재건축 일을 하게 되기 전에 당장 손을 떼야겠다 생각하고 오늘은 귀찮으니
내일 이사님께 의향을 전해야겠다 생각하고 퇴근했는데............
아침이 되자 메일 한통이 와 있었다.
고객사 팀장이었다.
내용은 좀 길었으나 간략히 표현하면 다음과 같았다.
[대리한테 전해들었음. 어려운 상황에 차장님이 와줘서 운영,개발 인력 없었는데 살았음. 매우 감사함.
내년 운용예산을 정해야하는데 공수산정에 어려움이 있음. 내년 운용예산을 위한 공수산정에 도움을 줬으면 함]
해석 : 내년에도 하자. 넌 도망 못가.
어제 도망쳤어야 했다.
어제.... 어제..........................................................
상황요약
-지어진지 1년된 건물을 예로 들면
-풍절음이 들리고 방음이 좀 이상하니 방음 자재 갈아주고 창문 샤시 갈아달라고 해서 옴
-벽지 뜯으니 집이 모래로 지어진걸 확인
-혼자서 재건축 하게 생김
다시 조회했을때는 html코드가 반영안되고 날코드로 나오는데
서버 재시작을하면 제대로 보인다는 건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