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것이 좋아(Some like it hot, 1959)
밴드 연주자인 두 남자가 갱단의 살인사건에 휘말려 여장을 하게 되고, 여성밴드에서 일으키는 소동을 보여주는 스크루볼 코미디.
이런 류의 변장물. 그러니까 다른 성을 연기 한다는 것, 여장을 한다는 것은 결국 여성의 입장에서 남성을 바라보는 태도를 지녀야 한다는 건데, 여장을 하고 있는 자신의 본래 성은 남성이므로 일종의 아이러니가 끊임없이 생산되기 마련이다. 이런 미묘한 포인트를 비틀어서 유머를 끌어내는 빌리 와일더 감독의 연출력이 돋보인다.
특히 슈거를 유혹하기 위해 (물론 보호본능, 모성본능, 또는 여성의 정체성을 자극하기 위해서지만) 성적 욕구가 없는 남성을 연기하는 조의 모습이 가장 인상적이다. 영화 내에서 가장 남성적인 행동인 갱스터의 보복을 피하기 위해 가장 극단의 반대편에 있는 여성으로 변장하는 모습과 잘 매치된다.
또 재밌는 장면이라면, 제리가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 장면이다. 조와 다르게 여장을 하는 과정에서 제리는 스스로 자신에게 다프네라는 여성으로서의 정체성을 부여해버리기 때문에 정체성의 혼란을 겪는다. 실제로 이게 해결되었는가 하는 문제는 마지막까지 의문스럽게 느껴지기도 한다. 더해서 백만장자인 필딩과 약혼까지 하는 이야기는 플로리다에서 안경 쓴 백만장자를 만나고 싶다던 슈가가 조와의 사랑을 택하는데에서 오는 충격을 줄여준다. 남자라도 상관없다는데 가난한 색소폰 주자인 것이 문제이겠는가.
주된 이야기를 이끄는 데 있어서 보조하는 이야기들이 잘 어울려 주기 때문에 다소 개연성이 떨어지고 빠르게 진행되는 이야기도 이해하고 넘어갈 수 있게 된다.
마릴린 먼로의 영화는 처음 보았는데 우리가 늘 떠올리는 백치미가 있는 육감적이면서 발랄한 여성으로서의 연기가 정말 매력적.
영화 마지막의 대사는 여러번 곱씹을 필요가 있다는 생각이 든다.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서 때로 정반대의 본성을 연기하거나 드러내야 하는 것이 인생의 본질이고, 누구도 완벽할 순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