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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 소설] 페인트칠 (2)
2014/02/14 AM 01:08 |
상사와 낡은 건물 벽에 페인트를 칠하고 있었다. 꼼꼼히 칠하다보니 속도가 늦어 30분만에 한소릴 들었다. "그래서 언제 다 칠할래?" 그제서야 깨달았다. 내가 프레스코 벽화를 그리는 거장 미켈란젤로의 마음가짐으로 페인트칠을 하거나, 모나리자를 그리는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세심한 붓터치로 페인트칠을 한다해도 알아주는 사람이 없다는 것을. 그래서 막 칠하기 시작했다. 다시 30분이 지나자 그는 말했다.
"너 이렇게 대충 할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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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미는 글쓰기] 옛날 편지지 (0)
2014/02/14 AM 01:03 |
국립 중앙 박물관에서 옛날 편지지를 봤다.
연인에게 또는 지인에게 좋은 시구를, 혹은 사랑의 말들을 담아 냈다고 하는 그 한지로 된 편지지는, 적어내기만 하면 모든 말들이 생동감있게 일어나 받는 사람의 마음에 짠하니 찍혀버릴 것만 같을 정도로 아름다웠다.
덕분에 나는 마음이 한 없이 진해지고 곧 편지를 쓰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새벽에 보름달을 담은 물을 정성껏 받아, 그 물로 마음의 색이 제대로 우러나올 때까지 먹을 갈고,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로 가는 붓을 꺼내어 이 종이에 절절한 마음을 돌처럼 바위처럼 몇 시간이고 쓰고 싶다. 편지를 완성할 때까지 하루가 흘러도 혹은 이틀이 흘러도 그런 수고는 평범하고 일상적인 일이 되어버릴 것만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받으실 이에게 보내고 싶은 절절한 마음들이 담겨, 온전히 내 마음을 전달해 줄 수만 있다면 그런 수고가 대수이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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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바닥 소설] 수영 (1)
2014/02/14 AM 01:00 |
그러니까 내가 알고 싶은 건 팔다리는 어떻게 움직이고, 숨은 언제 어떻게 내쉬는지에 대한게 아니라, 사람이 어떻게 물 속에 얼굴을 집어 넣을 수 있는지 그것부터 좀 가르쳐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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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볼링 포 콜럼바인(2002) (1)
2014/02/13 PM 11:31 |
요새 마이피에서 여러번 볼링 포 콜럼바인의 내용이 나오는 마릴린 맨슨의 짤을 보게 되었습니다.
그래서 영화를 찾아보았는데 정말 인상적이네요.
모두가 미디어에 매몰되어 가는 시대에 마이클 무어가 가지고 있는 시대에 대한 비판적인 의식과 통찰에 감탄하게 되는 영화였습니다. 접근함에 있어서 지루하지 않도록 관객을 배려하는 다양한 연출도 대단했구요. 영화 중반과 엔딩에 what a wonderful world가 깔리는 것도 좋았습니다.
총기의 대한 규제를 하자는 내용으로 마무리 지을 줄 알았는데, 캐나다와 비교하면서 더 커다란 담론을 이야기 하는 걸 보면서 감독이 가진 사회에 대한 깊은 애정과 고민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의 필모가 왜 화씨 9.11과 식코로 이어지게 되었는지도 이해할 수 있었구요.
지나칠 정도로 쏟아지는 북한 관련 뉴스들을 보면서 느꼈던 생각들과 비슷한 점이 많네요. 기득권을 가진 사람들과 미디어가 결합해서 공포로 사회를 지배하는 것은 마키아벨리나 그 훨씬 이전부터 있었던 사회를 지배하는 방식이려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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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어바웃 타임(2013) (13)
2014/02/12 PM 07:50 |
한줄평 : 성공한 사람의 인생은 성공한 후에 포장되어 평범한 사람을 망친다.
어바웃 타임 본지는 오래됐지만, 이제서야 리뷰를 올립니다.
개인적인 감상을 좀 다른 시각으로 이야기하고 싶은 것이니까, 조금 과한 표현이 있더라도 이해해주시기 바랍니다.
어바웃 타임을 다 보고 나서 처음으로 든 감정은 정말 혐오스럽다는 감정이었습니다.
영화는 초반 레이첼 맥아담스와의 달달한 로맨스로 시작해서, 아버지와의 대화를 통해 시간의 소중함을 깨닫고, 현재가 중요하다는 메시지를 던지면서 마무리 짓죠. 시간 여행이라는 좋은 소재에 로맨틱 코미디의 성격을 띄고 있어서 연인들이 가볍게 보기 좋은데다가, 메시지를 알기 쉽고 명확하게 던지고 있다는 점이 이 영화의 최대의 장점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언뜻 보기에는 완벽한 구성인 것만 같은 이 영화의 장점들은 서로 충돌해서, (제게, 혹은 어딘가 있을 다른 관람객에게) 혐오감을 불러일으킵니다. 만약에 이 영화가 '시간 여행을 마음대로 사용하는 사람의 달달한 로맨틱 코미디'로 끝났거나, 죽은 시인의 사회 같은 영화처럼 현재를 즐기라는 메시지를 다른 형태로 던지는 영화였다면 그런 감정을 느끼지 않았을텐데 말이죠.
영화 초반 주인공이 여름방학 첫사랑과의 연애를 위해서 시간 여행을 하는 모습은 귀엽게 봐준다치고, 동시에 할 수 없는 두 가지 일을 모두 성공하기 위해서 시간 여행을 사용하여 연극 작가를 도와주고 이미 생긴 애인과의 만남까지 방해해서 메리의 마음을 차지하는 모습까지는 원래 좋은 만남이 될 수 있었으니 이해해줄 수 있겠거니 했다가도, 첫 섹스를 세 번이나 다시 하면서 완벽한 남자를 가장하는 꼴이란 마초적이고 혐오스럽기 그지 없습니다. 현실이었다면? 첫 섹스에 실망해서 바로 헤어졌을지도 모르는 일이죠. 영화 내내 불리한 순간마다 완벽한 남자를 가장하며 한 여자의 일생을 가지고 논 것이나 다름없는데, 이게 멋지고 아름다운 연애라니 불쾌할 따름입니다.
후반부로 가면 갈수록 영화는 메시지를 던지려는 강박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무리수를 던지기 시작합니다. 주인공과 그의 아버지가 시간여행에 가지고 있는 생각이란, 그래봤자 대단히 큰 역사가 바뀌는 것은 아니더라라는 것인데 우리의 주인공은 길러온 자신의 아이가 다른 아이로 바뀌면서 시간 여행의 제약이 생기자 아버지와 이야기를 합니다. 뭐 대충 다른 말로 바꿔보자면 정자와 난자의 만남은 조금만 달라도 결과가 바뀔 수 있으니까 시간 여행은 아이가 생긴 이전의 시점으로 할 수 없다라는 것이죠. 나비효과 같은 것인데 여기서 한 가지 치환을 해볼까요. 주인공과 메리의 만남, 주인공의 동생과 좋지 않은 남자친구와의 만남을 정자와 난자로 치환하면 역사가 어떻게 바꼈을지야 알 수 없습니다.
여기까지도 제가 너무 비약하는 바가 없지 않으니 그렇다 치더라도 최후의 현재를 즐기자는 메시지는 정말 최악입니다. 영화 내용을 보다보면 주인공의 변호사 일은 연전연승이고(여기서도 시간여행을 마음대로 사용했으리라는 뉘앙스가 충분히 풍기죠) 원하는 것은 다 가지고 살아온 인생입니다. 무릇 인간의 삶이란 한정된 재화를 가지고 최대한 유용하게 사용해야 하는 것인데, 주인공은 최고의 재화인 시간을 이용해서 모든 선택을 최선에 가깝게 하고 있죠. 후회할만한 일은 전부 고쳐놓고서 이제 누릴걸 다 누렸으니 '소중한 사람들과 함께 난 현재를 즐길래.'라고 말하는 꼴이란 정말 참을 수 없습니다.
주인공이 물려받은 '시간 여행의 재능'을 '돈'으로 바꿔봅시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장 문제가 되는 공정하지 않은 출발점에 대한 문제를 떠올려보세요. 주인공이 수많은 돈을 물려받아서 인생에서 최선의 선택만을 하며 누릴걸 다 누린 후에 '인생 살아보니까 현재를 즐기는게 최고에요.'라고 말하는 영화였다면 그런 메시지를 던지는 영화에 우리는 돌을 던졌을지도 모릅니다. 이 영화는 사실 그 것과 별다를게 없는데 말이죠.
극찬하고 싶은건 뻔하디 뻔한 억지감동류의 메시지를 좋은 소재와 버무려서 많은 사람들에게 감동을 준 리처드 커티스의 연출력입니다. 뭔 생각을 하고 사는 사람인지는 모르겠지만요. 물론 레이첼 맥아담스는 귀엽고, 간혹 이해 못할 농담이 들어가있어도 영화 장면 자체의 연출도 나쁘지 않습니다.
개인적으로 시간 여행을 통해 현재의 삶에 만족하게 되는 영화라면 까밀 리와인드를 추천합니다.
평점 2/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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