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면서 참 여러 마리의 동물들을 키웠던 거 같다
아기 때는 강아지와 함께 컸고
유소년 때는 고양이와 함께 컸고
동물을 좋아하는 우리 집은 누가 못 키우겠다고 하면
데려와서 키우곤 했다
흔히 말하는 시고르자브종도 키우고
제법 비싸다는 품종견도 키우고
동네에 종종 보이는 속칭 나비도 키우고
친척이 이민을 가며 부탁한 품종묘도 키우고
마당이 넓은 집에 살 때는 내가 육교에서 사 온 병아리 10마리를
잘 키워서 닭까지 키웠더니 아침에 너무 시끄러웠던 기억도 난다
대학 때 친하게 지내던 동기가 치와와가 새끼를 많이 낳아서
감당이 안된다며 한 마리 입양해 달라기에 데려와 키웠는데
동물 키워 온 많은 경험이 있었지만 치와와는 쉽지가 않더라
옆에 와서 자다가 스치면 바로 왕 거린다
지가 딴데 가서 자면 되는데 그래도 꼭 옆에 와서 자면서
하루에도 몇 번씩 잠을 깨우곤 했다
나한테는 까칠한 녀석이 의외로 같이 키우던 거북이랑은
잘 지내서 신기해했던 기억이 난다
어쩌다 우리 집에 온 시고르자브종 강아지는 마당에서 키웠는데
새벽에 드륵 드륵 소리 나서 내다보면 지만한 돌덩이를 밀고 다녔다
진짜 웃긴 녀석이네라고 생각했는데 눈이 마주치면 세상에 반갑다고
꼬리를 흔들어서 이 맛에 동물 키우지 싶다는 생각이 들곤 했다
그렇게 그렇게 시간이 흘러 애기가 조른다고 준비 없이 강아지를 사신
지인분이 계셨는데 몇 주를 못 가 못 키우겠다며 연락이 왔다
비싼 품종견인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고
그때는 우리 집도 다 바쁠 때고 나도 사회생활에 정신이 없어서
몇 번 사정 말씀 드리고 거절을 했었는데
어느 날 강아지를 데리고 우리를 찾아오셨다
그렇게 그애를 처음 봤고
그날부터 우리가족이 되었다
요즘 자주 생각나서 끄적끄적 썼는데 밥하러 갈 시간이라
담에 또 그리울 때 써야겠네요 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