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직장인이라는 무게를 절실히 느꼈던 어느날을 얘기하고 싶다.
과거에 대한 기록에 가까우려나...
월요일에 출근해서 금요일날 퇴근하고 토요일 쉬고 일요일 8시간 근무하고 다시 반복되는 일주일을 3달이 넘도록 지속하던 취업 1년차 신입사원 9~10개월 쯤 된 어느 월요일이였다.
피로에 쩔어서 잠도 잔듯 만듯 아침부터 사람에 밀려 들어간 철봉 아래로 느려진 손잡이에 메달려 뇌가 프로세서 라면 1 hz라도 덜돌아가길 바라며 눈을 감고 전철 진동에 몸을 맡겼다.
잠이 든듯 들지 않은 상태로 손잡이에 끌려가다 순간적으로 잠이 들었고 정말로 잠시나마 멈춰선 프로세서는 내 무릎에 넣고 있던 전기 신호를 거둬 들였다.
풀썩 꺽여들어가는 무릎을 바로 세우며 잠에서 깨었다. sleep(1) 명령어와도 같이 짧은 시간 잠이 들었다 깬 나는 그 순간이 너무나 힘들었다.
회사로 연결되어진 이 길에 끝은 일터나 회사가 아니라 노역장과 같은 곳이였고 쇠사슬을 발목에 채우러 가는 빛 한점 없는 무저갱과 같았다.
그리고 나는 순간 깨달았다. 결혼과 아이라는 무게가 어께에 걸리면 이 무섭고 힘든길로 부터 도망도 가지 못하고 평생을 다녀야만 하는구나 하고 말이다.
그로부터 한 6년이 지났고 여전히 결혼은 무섭고 출근길은 무겁다. 물론 지금은 그때보다 더 많은걸 할줄 알고 그만큼 힘들지도 않지만 그때만큼 젊지도 않고 회사의 기대는 내 능력보다 크다.
나는 여전히 회사의 기대치를 채우기 위해서 발버둥 치고 있고 6년전에 능력과 성과로 증명하면 되지 남의 눈치는 왜 보냐며 정명정론을 외치던 20대 중반과는 달리 상사의 마음에 들기 위해서 원하지 않는 야근도 말도 감수한다.
그리고 언젠가 이 챗바퀴가 날 버릴꺼라는 사실을 알고도 챗바퀴를 돌리고 있다. 무게에 통감하고 이해하며 익숙해질 때도 되었지만 아직도 무겁고 힘겹다. 그저 챗바퀴 밖으로 튕겨나가지 않토록 애쓰는게 전부일 뿐이다.....
어쩌면 내 이야기는 6년전 공포 앞에서도 결국 출근하던 나에겐 패배자의 변명일수도 있고 챗바퀴 없이는 살수 없는 필부의 한계 일지 모른다.
하지만 아마도 누구도 내가 느꼈던 이 감정과 경험이 그리 가볍고 쉬운거라고 말하진 않았으면 한다.
모든것을 벗어던지고 자연으로 돌아가는 사람도 있죠.(나는 자연인이다 MBN )
혼자서 버티는 사람은 어쩌면 가장 행복하거나 가장 괴로운 사람일지도 모르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