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을 차리자,
난 어린시절의 모습으로 바람에 물결치는 벼가 넘실거리는 들판에 서 있었다.
그리고 내 옆에는 지금과 같이 보기 싫은 꼴이 되어버린 동생이 아닌
어린 시절의 동생이 내 손을 붙잡고 서 있었다.
어째서 이런 본적없는 곳에 덩그라니 남겨진 것인가는 기억나지 않는다.
그리고 그것이 딱히 궁금하지도 않았다.
그런게 바로 꿈 아니겠는다.
좌우지간,
다른건 몰라도 내가 해야 할 일은 확실하게 머릿속에 떠올랐다.
나는 내 동생과 어디론가 향해야 했다.
바로 엄마 아빠가 있는 곳이었다.
나는 마치 본능적으로 가야할 장소를 아는 양,
낯선 들판을 한참을 걸어간 뒤 낮은 언덕을 올라 길게 뻗은 아스팔트 도로에 도달했다.
한참을 걸었지만 신기하게도 지나가는 차량은 단 한대도 보이지 않았다.
그 길을 따라 또 한참을 걸어가자, 저 멀리 작은 마을이 눈에 들어왔다.
내가 있던 곳이 지대가 높은 곳이었던지 마을의 모습이 한눈에 들어온다.
건물을 새우기 위해 파해친 사각형의 황무지와,
지은지 얼마 지나지 않았음을 자랑하듯 깔끔한 건물이 선명하게 대비되는게
아무리 보아도 막 개발을 시작한 듯 한 곳이다.
그리고 그 사이에 드디어 내가 가야할 곳이 보여왔다.
고깃집이다.
하지만, 싸구려 수입산 대패 삼겹살 같은게 아니라,
꽤나 고급스러워 외부 인테리어가 척 보기에도 "고급" 이라는 것을 알게해준다.
맞은편의 건물에선 거대한 스크린이 있었는데,
백발의 노인이 초밥과 우동, 튀김을 만드는 장면이 방영되고 있는걸로 보아 일식집인 듯 했다.
왠지 저쪽이 더 재미있어 보이긴 했지만, 저기는 내가 갈 곳이 아니었다.
점포 안에 들어서자 많은 사람이 보인다.
나는 아무런 말도 없이 엄마 아빠에게 찾아가, 쥐고있던 동생의 손을 놓았다.
그리고 떠밀었다.
할일이 끝난 난 아무런 말도 없이 밖으로 나와 버스를 기다렸다.
걸어오면서는 몰랐는데, 버스를 기다리며 본 하늘은 참으로 맑았다.
얼마 후 도착한 파란색의 버스에 올라탄 나에게, 버스기사는 카드가 있는지 물어본다.
하지만 그런게 있을 리가 없었다.
그러자 버스 중간즈음에 있는 기계에 가서 등록을 하라고 한다.
큰 화면에 카드의 견본이 떠있고, 그것을 터치해 카드를 발매하는 기계로 보였다.
어린 마음에 이것 저것 만져보니 신기하고 재미있었다.
특히나 이름을 쓰는 곳에 이런저런 그림까지 넣어볼 수 있는게 재미있어서,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즐기기 시작했다.
한참을 가지고 놀다가 마침내 발급된 카드에는
울트라맨 VS 사람의 얼굴이 달린 이상한 새의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그리고 잠에서 깨었다.
....뭐지 이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