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의 사고였다.
오전에 사무를 끝내고 오후에 현장 일을 도우러 갔는데,
김알케의 바로 뒤에서 일하던 차장님이 갑자기 조용했다.
고개를 돌려보니
방금전 까지 멀쩡하던 차장님이 그 자리에 주저앉아 고개를 숙이고 있는데,
그 고개를 숙인 정도가 피곤해서 쉬기 위해 숙인 정도가 아니라
마치 온 몸의 근육이 녹아내려 몸을 가눌 수 없어 늘어진 수준이었다.
뭔가 수상함을 느낀 김알케가 차장님의 어깨를 두들기며 괜찮냐고 말을 걸자,
차장님은 손을 흔들며 말했다.
"..가으으우우으아..."
처음에는 잘못들었나 했으나, 가눌수 없는 몸, 어눌한 말투...
이건 보통 일이 아닌거 같았다.
혹시나 싶어 다시 확인삼아 괜찮은지 불러보았지만,
차장님은 대답 없이 그 자리에 힘없이 누워버렸다.
...이건 분명 열사병 같은 가벼운 일이 아닌, 뇌졸중의 증상이었다.
호들갑을 떨며 작업을 중단시키는 김알케와 쓰러진 차장을 보자
기계를 조작하고 있던 부장님도 사태의 심각성을 알았는지 기계를 끄고 김알케가 있는 곳으로 다가왔다.
얼른 가서 119를 부르라는 김알케의 말에 사무실로 두사람이 뛰어가고,
부장님과 김알케는 계속해서 차장님에게 말을 걸었지만 드디어 대답조차 못하는심각한 상황이 되었다.
일단 끙끙대며 차장님을 근무자 대기실로 옮겨 보호구와 작업복, 신발을 벗기고 간이 침대에 눕혀
혹시나 의식을 완전히 잃으면 CPR을 진행할까 하고 있었는데,
전화한지 5분이 지나기도 전에 119가 도착해 차장님을 태우고 떠나갔다.
뇌졸중에 걸린 사람이 죽거나 뇌에 손상을 입고 영구 장애가 남는 이유 중 하나가
혼자 있다가 변을 당해 빠른 조치를 받지 못해서 라고 하던데,
이번의 경우 거의 증상이 오자 마자 주위 사람들에게 조치를 받고 병원으로 옮겨진 상황이었다.
의사선생님이 가족들에게 "빨리 응급조치를 받아서 정말 다행이었다" 라고 할 정도였으니...
덕분에 차장님은 큰 고비 없이 오늘(22일) 오전 10시에 수술을 무사히 끝내고 오후 3시에는 의식을 되찾았다고 한다.
...이쯤 되면 뿌듯한 일이나, 회사의 분위기는 그렇지 못했다.
사실 위에서는 차장님이 나이가 꽤나 많고 체력이 부족하여 슬슬 그만둬줬으면 하던 참인데 이런 일이 터진지라
망설이던 사장도 슬슬 결단을 내릴 참인 듯 했다.
거기다 차장님과 현장일을 같이하던 사람들은 이런 일을 눈앞에서 겪자 조금은 겁을 먹은 듯 했다.
일은 10년 동안이나 해온 차장님이 갑자기 사라지니 현장이 혼란스럽기도 했고...
어차피 구직될 동한 일할 곳이라 큰 애정이 없는 곳이긴 한데,
분명 올바른 일을 했건만 그 때문에 혼란이 찾아오니 복잡한 심정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