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깐 어린시절 이야기를 하고 싶어지는 밤입니다.
앞선 글에서도 밝혔듯 저는 그다지 사회성이 강한 사람은 아닙니다. 그렇다고 히키코모리까지는 아니지만 그다지 좋은 인간관계를 형성하기엔 많이 부족하고 삐뚤어진것은 사실이고 스스로도 인정하는 바입니다.
아마 그렇게된건 물론 본인의 재량도 있지만 굳이 남탓을 하자고 한다면 아무래도 아버지때문입니다.
중학생시절 여느때와 같은 날일거라고 생각했던 날밤이었습니다.
사업때문에 가끔 만취되어 집에 들어오시는 아버지는 여느 대한민국의 아버지와 똑같죠.
다만 아버지의 술버릇은 그다지 좋은 술버릇이라고 하기엔 문제가 있는 분입니다. 물론 지금도요...
다만 그날은 좀더 특별했던 날이었습니다.
술에 취하면 손찌검까진 아니지만 상당히 강압적고 고압적인 태도로 어머님을 대했던 아버지였고 그날도 그냥 그러려니 했습니다.
그렇지만 그날은 달랐습니다.
손찌검이 있었던걸로 기억하고(이건 확실하지 않습니다.), 가장 큰 문제였던건 부엌에서 식칼을 들고 어머니와 저를 죽이겠다고 협박했었죠.
그날 아버지에게 무슨 일이 있으셨는지는 지금도 모릅니다. 다만 아버지는 술이 깨시고(필름이 끊기신건 아니었습니다) 친지들이 다 모인 자리에서 많은 이야기들이 오가고 난뒤에야 후회하셨습니다.
아니 정확하게는 많은 시간이 지난 뒤에 후회하셨던거 같습니다.
그날이후로 저는 아버지를 증오했고, 그 여파는 어머니에게 까지 이어졌습니다.
일주일동안 집에서 아무말도 하지 않았고 학교에선 그냥 혼자 조용하게 있었습니다. 학원에서도 그냥 수업을 듣는둥 마는둥 하면서 있었죠.
일주일이 지나고 나서 어머니가 우시면서 저에게 물으셨습니다.
아버지한테 네가 그러는건 이해가 간다. 그런데 왜 당신에게마저 그러느냐고.
아직도 기억합니다. 내 뒤에서 사시나무 떨듯 떠시면서 살려달라고 하던 모습이
나는 그 나약함과 어머니가 나를 지켜주지 않았다는 데에서 많은 배신감을 느꼈습니다...
나이가 든 지금은 아버지와 어머니와 화해를 했습니다. 아버지와 화해를 한건 군입대를 하던 날이었습니다.
지금도 심혈근 질환을 앓으시는 아버지를 외동인 제가 군대에 들어가면서 나 없는 동안 무슨일 생기면 어쩌나하고 느끼면서 아무리 그래도 내가 아버지를 사랑하고 있구나를 느꼈습니다...그리고 자연스레 화해를 했었습니다.
물론 그것과는 또 다른 별개의 문제로 그 뒤로부턴 다른 사람을 신뢰하는게 무척이나 어려워졌습니다.
교우관계도 원할하지 못했고..,지금도 그다지 누군가를 만나는게 달가운것은 아닙니다.
즐거움을 느끼다가도 어느순간 공허해지거나 왠지모를 씁쓸함이 오지요.
그리고 덕분에 술을 잘 마시지도 않고 마시더라도 당최 취하지 못하더군요. 아마 심리적인 요인이지 싶습니다만...
누구나 상처 하나쯤은 가지고 있는것이고, 이 이야기는 제가 가진 상처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그 상처를 많이 치료해주었던 여자친구와 헤어지고 나서 문득 떠올라 주절주절 거려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