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랙살라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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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dle Talk] 교수님 교수님 우리 교수님 (0) 2016/09/12 PM 05:53

대학원을 다니는 입장이지만, 대학교(같은 학교입니다)는 끔찍했다.


내가 원해서 온 학과도 아니었을 뿐더러 도통 수업에 흥미를 느낄만 한 요소라던가 학생으로써의 즐거움들도 없었다.

 

남중 남고 공대 군대 공대대학원 테크를 타니(다행히 모쏠은 아님) 수업은 언제나 칙칙하고 땀내났고

 

대다수의 교수님들은 아무리 본인의 업적이 뛰어난들 강의는 처참했다.

 

 

하지만 학과장님은 달랐다.


OT에서 보여준 자유분방함, 유쾌한 말씀들 그리고 콧수염!! 마치 이것이 대학이니라~ 같은 기대를 주시던 분이었다.

 

아쉽게도 1학년 수업은 하지 않으셨기에 1학년은 처참하게 재미없었고 

 

어영부영 군대를 다녀와서 2학년이 되어 전공수업에 들어갔을 때, 나는 교수님을 다시 뵐 수 있었다. 비록 면도는 하셨지만...ㅠㅠ

 

 

교수님의 수업은 여 타 교수님들과는 차원이 달랐다.

 

분명히 어려운 이야기를 하는데 귀에 쏙쏙 들어오고 마치 공부는 이렇게 해야한다~ 를 유쾌하게 강이 해주셨기에 매주가 명강의였고 늘 수업을 기대하게 만들어 주셨다.

 

아 물론, 다른 학우들은 교수님 수업을 매우 어렵게 느껴서 내가 변태취급 받았다...

 

아무튼 교수님의 수업은 죄다 찾아서 들었고 만약 내가 대학원생이 된다면 교수님 밑에서 공부해야지 하고 다짐했었다.

 

3학년이 되던 해에는 나는 당연히 지도교수님을 교수님으로 택했고

 

평소 내 관심사를 아시던 교수님은 나를 따로 불러 석,박사들이 쓰는 실험도구도 사용하게 허가해주셨다.(하지만 베은망덕한 나는 해외로 튀었...)


그리고 졸업하는 그날까지 항상 신경써주시고 배려해주셨다.


 

 

나는 대학원에 진학했고 교수님은 올해를 끝으로 은퇴를 하신다. 

 

따라서 나는 교수님 밑에 들어가지 않고 다른 교수님과 공부를 하고있다.

 

그런데 이번학기에 교수님께서!! 대학원 수업을 맡아주셨다.

 

다시 한번 교수님의 명강을 들을 수 있다는 기대와 함께 수업에 들어갔을 때, 모든 것은 그대로인 듯 했다. 

 

열정스러운 강의, 자유로움 등...단 하나를 제외하고.

 

무언가 모르게 교수님이 잦게 깜빡하신다.

 

아주 자연스럽게 유도하던 공식을 깜빡하신다던가 방금 내가 무슨 이야기 하다가 이까지 왔죠? 같은...

 

예전같은 빈틈없는 수업이 아닌 뭔가 잠깐 잠깐씩 흐름이 끊기는 듯 한.

 

우리학교는 명예교수로 남아서 충분히 강의를 해도 되는데도 은퇴를 하신다고 하셨는데 왠지 그런 점이 마음에 걸린다.

 


교수님, 교수님, 우리 교수님...

 

세상에 둘도 없는 로맨티스트이자 내겐 아버지 같은 교수님.

 

왠지모르게 작아진 듯 한 교수님의 모습에 괜히 수업도중 혼자 울컥했다.

 

오래 오래 건강하시고, 이번학기 열심히 공부하겠습니다.

 

 

아 근데 아무리 리뷰라지만 학부생용 한 학기분량을 두시간만에 끝내시면 ㅓㅡ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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