딱히 쓸 말이 없네요.
분량이 작아서 죄송합니다.
하지만 끊는 것은 이쯤이 적당할 것 같아 우선 여기까지 올립니다.
----------------------------------------------------------------------------------------
여름냄새가 코 끝을 간지럽힐 무렵 우리의 사이는 정말 미묘했다.
당시에 나는 급여가 꽤나 괜찮은 아르바이트를 했던터라 금전적 여유도 있었고
갓 전역한 남자 특유의 끝없는 자신감으로 무장하고 있었다.
그래서 적극적으로 데이트를 주도하면서 그녀를 거의 매일 만나다시피 했다.
그러는 와중에 그녀는 일정이상의 스킨십은 칼같이 거절했지만 간간히 손을 잡기도 했다.
그녀가 점점 나에게 마음을 열어가는 것을 보면서 넌지시 나는 어떤사람인지,
왜 네가 나랑 사귀는 것이 나은지 이야기를 했다.
너는 사귄지 한달이 조금 넘은 시점에 내 친구를 군대에 보냈고,
그럼에도 불구하고 군대를 기다려주었다.
사실상 햇수로는 2년여를 사귀었다지만
실제로 그 두 사람이 얼굴을 맞대고 지낸건 짧은 시간이라고,
거기다 언제 돌아올지 모르는 어학연수를 가는 그런 남자는 최악이라며
은근슬쩍 친구를 깎아내리면서 우리는 일주일에 거의 5일을 보고 지낸다,
그리고 난 어디 갈 일도 없다고 이야기 했다.
여느때와 마찬가지로 그녀와 함께 술을 한잔하러
그녀의 집에서 그리 멀지 않은 곳에 갔다.
그 술집은 칸막이 같은 형식으로 테이블이 따로따로 거의 보이지 않는 집이었고
그날따라 마침 술집엔 우리를 제외한 손님이 거의 없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무언가 양심에 찔렸는지
가장 구석진 자리로 들어가 술잔을 기울였다.
술자리가 무르익어 갈 무렵 마주보고 앉았던 우리는
어느새 옆자리에 앉아 술게임을 하면서 장난을 쳤다.
그러면서 그녀가 간지럼에 매우 약하다는 것을 알게되었고
나는 장난스럽게 그녀의 목덜미에 바람을 후 하며 불었다.
그럴때마다 깔깔거리면서 하지마라며 웃는 그녀의 모습이 귀엽고 사랑스럽게 보였다.
그렇게 조금은 야릇한 분위기 속에서 그녀에게 또 장난치는 척 하며
나는 그녀의 입술에 내 입술을 포개었다.
당황한 그녀는 순간 굳어졌다.
그리고 나는 어느샌가 그녀의 뺨에 뜨거운 무언가가 흐르는 것을 느꼈고,
그녀와의 첫키스에서는 눈물맛이 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