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상에 호(號)가 있다고 하면 꽤나 나이가 있음직 한 일이지만 어찌되었든 나에게는 호가 있다.
사실 호라는게 지금으로 치자면 별명이나 닉네임이니 그냥 그렇게 받아들이시면 될 것 같다.
가장 첫번째는 천류(天流 하늘 천 흐를 류)였다.
중학교 3학년 때 지은 호라서 지금이야 조금은 유치하게 느껴지지만
여전히 내가 좋아하는 한자들을 조합했고 그 느낌이 좋아서 필명으로도 가끔 쓴다.
지금도 이 호 처럼 살고싶다.
내 중국식 이름이기도 하다. 그래서 중국인 친구들은 나를 티엔리우라고 부른다.
두번째는 아실(兒飋 아이 아 가을바람 실)이다.
갓 스무살이 되었을 무렵 중고등학교 때 다니던 학원 영어 선생님께서 나에게 가을바람같은 녀석이라고 부르신게 계기가 되었다.
사실 지금도 선생님이 왜 나를 그렇게 부르셨는지 잘 모르겠다.
쌀쌀맞은 느낌이라 그렇게 부르신 것 같지는 않고, 다른 뜻이 있는 것 같은데 사실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피를 마시는 새의 그 캐릭터와는 관련이 없다.
세번째는 정호(靜湖 조용할 정 호수 호)다.
이건 최근에 생긴건데 어느 친구가 나를 너는 참 조용한 호수같아서 재미 없는 것 같아도 그 한결같음이 좋아 찾게된다는 말을 들었다.
그래서 지은게 세번째 호다.
재미있는건 한자는 비록 다르지만 할아버지께서 지어주신 항렬에 따른 내 이름과 발음이 같다. 그래서 더 마음에 든다.
끝으로 안타깝게도 초콜렛은 한자가 없으니 대학시절 내 별명인 초코곰은 호로 만들 방법이 없다.
아마 있었다면 그게 세번째 호가 되지 않았을까.
하늘에 있는 바람 같지만 실상은 고요한 호수같으신 분이로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