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했던, 그리고 이상한 그 일본인 친구와의 관계
그녀는 남자친구도 있고 완곡하지 않게 나를 거절했다.
나도,(당연한 것이지만) 남자친구 있는 여자는 좋아하지 않기로 다짐했었기 때문에 쉽게 그녀에 대한 마음을 접을 수 있을거라고 생각했다.
———————
어린 시절, 이십대 초반, 어쩌면 그 치기어린 마음에 남자친구가 있는(이라고 하기 미묘한) 이성에게 들이댔고 결국 그녀를 내 여자로 만들었었다.
하지만 그 결과는 결코 좋은 결과일 수 없었다.
버릇 남 못준다고, 어느 순간 또 다른 사람과 바람이 나 나를 떠나갔으니까.
———————
일본인 그녀가 나에게 넘어온다면 또 언젠가 나를 떠날지도 모르니까, 차라리 나를 거절해주어서 좋은 사람이구나 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그녀는 어느 순간 나를 없는 사람 취급하기 시작했다. 더이상 연락하지 말아달라는 말과 함께.
그래, 그게 참 좋은 선택이야 라고 나는 생각했다.
하지만 나의 시간속에서 그녀의 공백은 생각하지 못 할 만큼 큰 슬픔이었다.
6년 반을 사귀었던 전 여자친구와 헤어졌을 때 처럼 다시 또 식욕을 잃고 내 스스로의 활기가 눈에 띄게 줄어들었다.
나 스스로도 놀랄만큼 짧은 순간임에도 그녀에게 빠져있었던 것 이었다.
당연한 것이지만, 나와 그녀는 일절 어떠한 행위도 하지 않았다, 단지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아주 조금 사소한 장난을 친 정도 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녀와 대화를 하면서 많은 부분에서 공통점을 발견하고 또 그녀가 내 이상형에 가까운 사람인 것을 알게되었기 때문일까?
그래서, 그녀가 나를 없는 사람 취급 했을 때, 많이 힘들었다.
하지만 다른 동료에게서 그녀 또한 마음을 무거워한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조금, 알듯 하지만 모를듯, 아니 모르는 이상한 느낌이었다.
그러다 우연히 다시 업무적인 이유로 그녀에게 연락(라인)을 받았고 그것을 계기로 조금씩 소소한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그녀의 거절 이후 가능하면 나도 그녀에게 짧고 간결하게 대답하려고 애를 썼지만 내가 아직 일본 문화를 잘 몰라서일까,
꼬박꼬박 잠들기 전 잘 자라는 인사라던가 일하는 도중 힘내라던가 등등 한국에서라면 도저히 하기 힘든 말들을 주고받으니
그녀에게 계속 마음이 쏠리는 것을 멈출 수가 없다.
다만, 그녀를 향한 칭찬(예쁘다던가)은 일절 하지 않고 있다. 그녀가 하지 말아달라고 했으니까.
그래서 그런지, 그녀와 대화를 하면서도 나의 마음을 전할 수 없으니 한편으로 그녀와의 대화는 이어져 있다는 느낌이 좋으면서도
흘러넘치는 마음을 추수려야 하는 것에 슬퍼지기도 한다.
어느덧 짝사랑의 단계에 접어든 것 같다.
앞으로도 나는 그녀와 수 없이 회사에서 마주쳐야 하고, 이런 미묘한 느낌에서 살아야 한다는게 조금 힘들다.
가끔, 나를 보고 얼굴을 붉히는 이해하지 못할 그녀를 보면서 내가 웃는게 웃는게 아닌 웃음을 짓는것을 그 사람은 알고 있을까.
마음이 마음같지 되지 않는것도 참 착찹한 일이구요.
이래저래 씁쓸한 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