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엄마랑 함께 투표를 하고 왔습니다.
정확히는 12시 즈음에 나가서 12시 반쯤에 투표를 마쳤어요.
원래 엄마가 오후에 출근하시는데, (이마트에서 일하심) 왔다갔다 걸어다니기보다는 투표만 마치고 바로 출근하시고싶다고 하셔서 저도 엄마따라 점심 즈음에 투표를 하고 국밥집에서 국밥을 먹고 왔습니다.(?)
뭐 아무튼, 저는 이준석을 찍었습니다.
오해하시면 안되는게, 저는 이준석의 혐오팔이나 혐오확산, 그리고 자기가 혐오빌런이라는걸 인지하지도 못하는 정신상태(?)가 좋은것도, 용서하는것도 아닙니다.
저는 개인적으로 전장연의 시위도 이준석이 강도있게 비판하는게 아니꼬웠습니다.
그럼에도 제가 이준석을 찍은 이유는 교육에 대한 그사람의 의견때문이었습니다.
수학교육을 강화하자는것, 그리고 교사들의 인권을 보호하자는걸로 크게 두가지로 요약이 가능한데요.
나머지 후보들에게서는 (제가 알기로는) 교육에 대한 비전을 찾아볼수가 없어서, 교육을 가장 중요하게 여기는 저는 이준석을 골랐다고 보시면 됩니다.
물론 공약은 공약이고, 거짓말치면 어쩔거냐고 비판받을수도 있지만, 그건 그때의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저는 기본적으로는 사람을 믿습니다.
경제가 중요하냐, 복지가 중요하냐 이런 보수/진보의 싸움은 너무 복잡하고, 제가 이해하기도 어렵습니다.
그러나 이준석이 교사들의 인권을 생각하고, 수학에 대한 남다른 사랑을 보이는건 저도 동의하기가 쉬운 주제였다고 생각합니다.
이준석을 좋아하는게 아니라요. (중요함)
저희 부모님은 둘다 진보성향이신데, 엄마는 완전진보이고, 아빠는 중도진보입니다.
저는 물론 중도보수이고요.
이준석이 여성을 혐오하고, 갈라치기하고, 막 그러는거 저 진짜 보기 싫습니다.
그러나, 제가 보기싫은 사람이라고 해서 그사람이 대통령을 해서는 안된다고 생각하는건 어른의 논리는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자아의탁을 할 필요가 전혀 없다는거지요.
까놓고 말해서, 대통령은 일꾼입니다.
일꾼은 노예로 부려먹으면 그만이고, 국민이 갑이고 대통령은 을도 아닌 무라고 생각합니다. (갑을병정무의 무)
그렇다면 일꾼이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국가의 비전을 제시했다면, 그냥 남 눈치 볼것도 없이 찍으면 된다고 생각합니다.
1찍이니 2찍이니 그러는게 너무나도 찌질해보입니다.
너무나도요..
엄마가 나오시면서 너무나도 당연하게 "이재명 찍었지?" 하고 물어보셨습니다.
당연하지만 감히 말하지를 못했습니다.
저는 아직 백수이고, 엄마와 아빠에게 용돈을 받아 생활비를 충당하는 처지고, 보호도 받고 있기에 감히 백수의 입장에서 (자식이지만) 큰소리를 못치고 "그냥 비밀로 할게."라고 나지막히 말하고는 엄마를 배웅해주고 집으로 왔습니다.
아빠한테는 조심스럽게 이준석을 찍었다고 말했는데, 아빠는 말없이 ㅋㅋㅋㅋㅋㅋ 됐다 수고했다 이런 스탠스를 보이시더라고요.
어떤 선택이든 (민주주의가 경계를 설정한) 위법이 아닌이상 무언가의 분명한 긍지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허경영을 뽑았다고 해도요.
그것 역시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까놓고 저는 이준석을 혐오합니다.
그래서 이 나라의 교육자들의 인권을 위해서, 그리고 이나라의 ai의 발전을 위해서 이준석을 '정치적 대상화'했다고 보시면 됩니다.
성적 대상화라는 말이 있지요.
사람의 인권이고 뭐고, 너는 그냥 구멍이야. 너는 그냥 막대기야. 이런식으로 사람을 목적이 아닌 수단으로 대하는걸 대상화라고 합니다.
저는 대통령도 마찬가지여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너무 옛날 드라마이지만, 외과의사 봉다리라는 의사 드라마에 이런 명언이 나오죠.
"의사도 사람입니다!"
"의사가 사람이라고 누가 그래, 누가!!!"
의사는 사람의 신체를 고칠수 있느나 없느냐로 인격을 판단해야지, 이국종이 유명하다고 해서 좋아하고, 의대생이 재수없다고 해서 싫어하고, 이건 제대로된 '어른'의 생각이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대통령도 마찬가지로, '국민이 부려먹기 쉬운', '나와 형편이 잘 맞고 내 이상을 실현시킬 꼭두각시로 부려먹기 좋은' 놈을 뽑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이재명을 사랑하든, 김문수를 사랑하든 그런 사적인 감정이 투표에 영향을 미친다는건, 최악의 중우정치라고 생각해요.
플라톤이 말했던것처럼요.
저는 이재명을 사랑합니다.
어린시절에 팔이 굽었고, 불우한 유년시절을 보냈던 것도 정말 안쓰럽고, 측은지심이 느껴집니다.
그러나 그건 이재명을 사적으로 만날일이 있을때 (그런 날이 올지는 모르겠지만) 가십거리 나누면서 표현하면 될것이지, 내가 좋아한다는 이유로 한표를 던진다면, 그게 반장선거랑 뭐가 다른가, 하는 의문이 들긴 하더군요.
분명 이 장문의 글(?)이 누군가에게는 불편할겁니다.
제가 (백수인 주제에) 잘난척한다고 생각할수도 있을겁니다.
그러나 이건 부정할수가 없습니다.
보이지 않는 손이라는 말도 있듯이, 내가 부려먹기 좋은 대통령을 '이기적으로' 뽑아야 사회가 정의로워진다고 생각합니다.
오늘의 일기를 마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