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어렸을 때 저희 윗 집 살던 형이 있었습니다.
집도 잘 사는 편이었고, 무엇보다도 게임을 정말 잘했었어요.
어린나이에도 어른들이 하는 게임을 척척 클리어하고, 뭔가 이 사람은 재능이 있구나 싶었지요.
이 형이 더 돋보였던 건 머리도 정말 좋았습니다.
공부엔 별 관심이 없어보였지만 성적이 전교권까진 아니더라도 반내에서 항상 상위권이었지요.
그런데 몇년 후에 이 형이 스타 프로게이머가 된 사실을 알게 됐습니다.
프로게이머 1기.. SBS 방송에 나와서 꽤 괜찮은 성적을 거두었지요.
하지만 막상 데뷔후 뚜렷한 성적을 내지 못했습니다.
나름 팬카페도 있었고 눈에 띠진 않아도 온게임넷에서 가끔 볼 수 있는 수준이긴 했는데..
결국 은퇴하더라고요.
이 모습을 보면서 임요환 같은 초특급 선수들을 비롯한 프로게이머들이 얼마나 대단한지 실감할 수 있었죠.
지금 생각해보면 이 형은 게임자체를 정말 즐거워하고 재밌게 했었던 것 같습니다.
하지만 프로게이머가 되면서부터 스타크래프트가 재미가 아닌 일로 다가오면서 흥미를 잃은 것 같더라고요.
다행이라면 다행이랄까..
그 형은 결국 검정고시 패스후에 서울권 대학졸업 후 그냥저냥 살고 있는 것 같습니다.
프로게이머를 계속했다면 지금보다 상황이 많이 안 좋았을텐데.. 남들보다 크게 늦지않고 사회에 진출한 거 보면 자신의 진로를 잘 선택한 것 같네요.
이것저것 말이 길어졌지만.. 프로게이머는 진짜 대단한 것 같습니다.
다들 그렇듯이 이스포츠도 게임하나하나가 선수들에게 크게 작용하죠.
우리가 평소에 즐기는 게임도 지면 스트레스를 받는데 그걸 직업으로
하는 사람들은 승패 두가지 밖에 없는 갈림길에서 얼마나 스트레스를 받을까요.
버텨낸다는게 대단한것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