난 군대 이야기를 남에게 하는 것을 썩 좋아하지 않는다.
남들처럼 스펙타클한 경험도 별로 없거니와
불합리하다 싶은 걸 참지 못해 장교나 부사관들에게 늘상 대들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양반들이 소심하고 순했는지 영창 한 번 안가고 멱살 몇 번 잡힌걸로 끝이 났으니
운도 좋은 편이었다.
그래도 가끔 떠오르는 것이 있다면
추운 겨울 처음 입대해 훈련소에 갔을 적
고즈넉히 저무는 시골의 하루에 감탄했던 기억들.
아무 할 일도 없고 책임져야 할 것도 없던 시절에
별 것도 아닌 것들에 진지했던 21살의 나.
좋아하는 사람을 그리워하면서 지냈던 2년 반 정도의 그 세월.
밤하늘에 선명하게 보이던 무수한 별들.
멀리서 기적소리를 내며 시골의 밭길을 달리던 통일호 기차.
휴가일, 부산까지 내려가던 긴 시간동안의 바깥풍경, 자유의 풍경.
엄청나게 빠진 몸무게때문에 새 옷을 사고 한참동안 거울에 내 모습을 비추던 기억.
흘러간 세월은 그립지 않으나
그 추억들은 언제나 새롭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