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이 상당히 지난 일이긴 하다.
지난 겨울 구제역의 확산으로 수많은 가축들을 생매장 했던 일.
인간이 어떤 이유이든 살기 위해 다른 동물을 죽일 경우는 있을 것이다.
다른 동물 또한 살기 위해 다른 동물을 죽이는 경우도 있으니까.
다만 내 의문은 왜 저렇게 동물들을 죽여야만 했냐는 것이다.
저렇게 해야만 사람들이 살아남을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충분히 대안이 존재하는 문제였다.
규정까지 어겨가며 생명을 앗아야 했다면 분명 우리에게 그럴만한
'치명적인 이유'가 있어야 했다.
그냥 급해서 그랬다는 건 변명이 되지 못한다.
동영상 하나를 보자. 낯간지러워보이는 멘트가 거슬린다면 그냥 동영상 자체만이라도 보면 좋겠다.
댓글 중 이런 내용이 있었다.
'누구를 위한 생매장이냐고? 물론 우리 인간을 위해서다. 물론 매몰과정에서 흙을 너무 얇게 덮어 매장된 돼지 사체들이 노출되고 돼지 핏물 똥물이 유출되어 지하수가 오염되게 만든 것은 큰 문제점들이었다..그러나 사람이 살려면 어쩔수없는법. 돼지들의 입장을 생각한다면 고통없는 안락사가 필요하겠지만 질병전염에 빠르고 효율적으로 대처하기 위해서는 잔인하지만 빨리빨리 바로 살든 죽었든 묻어버리는게 최선..다만 확실한 조치없이 너무 성급하게 빨리빨리식으로 해치운게 많은 문제점들을 야기했다..돼지가 불쌍한건 어쩔수없지만..돼지고기 안먹고 어케살라고..내가 뭐 무슬림도 아니고'
- iloveUSAXXXX 1개월 전
인간이 발병하면 생존확률이 매우 낮은 콜레라나 흑사병이 원인이었다면 어느 정도 이해는 간다. 하지만 돼지고기 못먹으면 안되니까 빨리빨리 죽여야 한다는 저런 저열한 논리를 가진 사람들에 의해 돼지들을 끔찍하게 산 채로 죽여버린다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군복무 중 회식을 위해 돼지를 잡으러 간 적이 있었다. 해머에 맞은 돼지가 제대로 기절하지 않아 농장 할아버지가 멱을 따는 데 무척 고생을 했었다. 물론 우리는 처음으로 커다란 동물을 죽인다는 그 충격때문에 굉장히 당황하고 있었기에 저런 실수를 한 것이다. 담배를 물고 멍하니 있는 우리들에게 농장 할아버지가 '생명 하나를 앗는것도 이렇게 무섭고 힘든 일이다. 너희는 늘 먹는 고기가 쉽게 만들어지는 것이 아님을 알아라.'는 요지의 말을 했었는데 크게 공감했었던 기억이 난다.
우리 인간은 동식물을 꾸준히 먹어야 살 수 있다. 하지만 그 이유때문에 우리가 먹는 동식물을 마구 해할 수 있는 권리가 주어진 것은 아니다. 살기 위해 생명을 앗아가도 된다는 논리는 우리가 살기 위해 다른 인간까지도 해할 수 있다는 극단적 악의로 발전할 가능성이 높다.
잊지 말자. 우리는 다른 동물보다 더 똑똑할 뿐이지, 그네들의 신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