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에 창문가로 켠켠이 밀려드는 산의 안개에서 국화 향이 났다.
옷을 대충 주워입고 나가 산에 올라갔다.
어린 나무들에 다가가 강아지처럼 코를 대고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았다.
언덕의 평평한 바위에 엉거주춤한 자세로 누워 만들어진지 얼마 안 된 구름을 보았다.
나도 젊다고 할 수 있지만 나보다 더 어린 생명들이 뿜어내는 힘에 매료되어
한동안 주위의 경치에 빨려들어가 있었다.
문득 예전에 좋아했던 이들을 떠올렸다.
대부분이 나보다 어리고 생기넘치는 여성들이었다.
난 그네들이 뱉어내는 그 에너지에 매료되어 있었다.
허나 자라나는 나무처럼, 떠돌다 사라지는 구름처럼
그것은 나의 것으로 만들 수 없는 것.
사람을 좋아한다는 것은 사람을 나의 것으로 만드는 것이 아니다.
내가 자연을 즐기듯 그것이 그대로 흘러가도록 두는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며 하산하니 왠지 기분이 아주 조금은 상쾌해졌다.
내려가다 보니 산 입구에 민물가재가 들어있는 병이 있었다.
어린이들이 가재를 잡아 병 속에 놓아둔채로 집에 갔나보다.
가재가 살아있으면 계곡 근처에 놓아주려고 얼른 병을 집어들었으나
빠져나오지 못한 가재는 이미 죽어있었다.
그래,이 가재는 우리의 모습이다. 지구라는 병 속에서 결코 나오지 못하는.
무엇때문에 병 속에서 그토록 아웅다웅 다투며 하나라도 더 가지려 애를 쓰는가.
허탈한 웃음이 계속 나와 집에 가는 길 내내 실성한 사람처럼 웃으며 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