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리웹에서 나를 아는 사람들은 내가 처음 해본 온라인 롤플레잉 게임이 '던전 앤 파이터'라 생각할지 모르겠지만
사실 내 의지로 처음 해본 것은 이거였다.
학교가 배경인 롤플레잉은 신선했고, 캐릭터도 귀여워서 끌렸으며 게임 시스템도 나쁘진 않았으나 혼자서 하려니 귀찮고 엄두가 안나 몇 일 해보다 그만두게 되었다.하지만 꽤 괜찮다고 생각했는데 게임은 잘 만들어놓고 운영을 못해서 항상 망겜을 만드는 레드덕답게 어느 새 우리나라에서 자취를 감췄다.
나는 가끔 우연하게 이 뮤비를 볼 때마다 대학 새내기시절의 나를 생각한다. 지금 생각으로는 딱히 재미있는 일도 없고 대단할것도 없었지만, 그 시절의 나는 분명 세상을 봄나들이 온 처녀같은 기분으로 살았다. 어찌나 밝고 신기했던지 지금 생각해도 겨울잠에서 갓 깨어난 곰의 기분처럼 환한 느낌이었다. 모든 음악이 귀에 들어오면 아름답게 느껴졌고 여자애들이 입는 환한 티셔츠만 봐도 꽃을 보는 그런 기분이었다.
그런 추억들은 얼마나 아름다운가. 나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런 추억들을 애써 무가치한 것으로 여기던 시절이 있었다. 괜시리 과거의 일에 얽매여 현실을 부정하게 될지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이었다.
허나 나이가 들어가며 다시금 생각해보건대, 추억은 그리고 그 추억을 남긴 과거는 현실의 내게 힘을 준다. 지금의 상황에 붙잡혀 나아갈 방도를 생각하지 못하고 있을 때 분명 추억은 다시 더 새로운 길로 내가 향할 수 있는 힘을 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