며칠 동안 정말 견디기 어렵다고 느끼고
지금도 내 마음을 복잡스럽게 만드는 것이 있다면
나와 늘 함께 있었던 찌질한 면들이 내 장점과 공존한다는 것이다.
완벽할 수도 없고 완벽할 필요도 없다는 건
아주 당연한 교과서적 이야기인데
내가 아예 완벽은 커녕 제대로 갖추어지지도 못했다는 사실.
그게 무지하게 충격적이고 한편으론 괴롭기도 하고.
거지같이 자기비하를 하려는 것이 아니고
나한테 있는 바닥이란 것 그걸 이제서야 어렴풋이 본 것 같다.
나는 그걸 사람을 사랑하는 걸로 알 수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지.
굉장히 우스운 이야기인데
나는 누군가한테 사랑한다고 말해 본 적도 없었다.
부모님이랑 동생빼고. 친구한테 농담으로 하는 거 빼고.
내 나름은 그 말을 디게 아끼고 싶었다.
좋아한다고 말은 해도 정말 사랑하는 사람 아니면 사랑한다 하지 말자 뭐 이런거.
진짜 그런 감정 느끼는 사람한테 아끼고 아껴뒀다 그 말 한 마디 힘들게 뱉자.
이딴 순정만화에도 안 나오는 스토리.
좆까는 소리다. 사랑이면 사랑이지 좋아하고 사랑하고 이딴게 나눠져 있나.
고기없는 왕만두같은 개소리지.
머릿속으로 계획만 세우고
내가 좋아하는 사람 나한테 매력 못 느끼는데 그거 죄책감 가지게 만들고.
그 사이에 다른 놈이 그 사람 데리고가고 뭐 그런 거 아니겠나.
연애 못하는 인간의 전형적인 스토리.
특정(?) 루리웹 유저들의 애환. ㅎㅎㅎㅎㅎㅎ
사람을 생각한다는게 그렇다.
당당하고 내 생각 솔직히 말할 수 있고 그런것도 중요하지.
구라로 일관하는 것 보다 지 생각 있는대로 말하는 건 아무래도 사람 사이의 진정성이란 측면에서.
근데 역지사지 안하고 걍 내뱉는 건 뭐 서로 가슴에 상처만 주는 거 아니겠어.
연애감정을 가지고 그에 임하기 이전의 나는
내가 엄청 훌륭한 사람인줄로만 알았다.
그게 아직 덜 컸다는 소리야.
연애란 거 기본적으로 내가 정말 뭐든 하고 싶은 사람한테 제일 그렇게 못하고 어려운데서 시작하는거니까.
그런것도 모르고 그저 좋아한다고 그 마음만 있으면 상대가 내 진정 이해해준다고 거만떤거 그게 어린거지.
그걸 어렴풋이나마 알았기에 다음에 다른 누군가에게 실천을 할 수 있을지 없을지 자신은 없지만,
기분이 꽤나 좋아진것이다.
자기합리화나 자기기만의 한계에서 벗어나 내 자신을 똑바로 볼 때까지는
징징글이고 또 어떤 사람에게는 눈살을 찌푸리고 역겨운 느낌을 줄 글일지는 모르나
계속 써볼 생각이다. 생각을 바로잡으려고 애쓸 때 마다.
뭐 한 가지 그 사람이 잘못 생각한 건 있다.
나는 그렇게 내 자신의 추한 점을 보았지만
그래도 다른 사람 곤란에 처하고 힘들어서 나한테 이야기하면 무조건 도울거다.
하다못해 역 앞에서 차비좀 달라고 구걸하는 할매한테도.
친구 돈 빌려주는 것만 빼고.ㅋㅋ
하다하다 이게 진짜 나한테 우러나는 본성 아니다싶으면
그때는 버린다. 여튼 지금은 그런 사람 가만 못 지나치겠다.
날씨가 참 좋다.
미묘하게 기분 좋은 무언가 살짝 타는듯한 냄새,
흐린 겨울날만 맡을 수 있는 행복한 냄새다.
어제 일하고 나서 오락하러 왔다가 그 사람이랑 마주쳤다.
존내 뻘쭘하고 내가 어떡해야 될지 잘 모르겠던데 걍 가만히 오락하고 놀았다.
꺼지라 하면 그렇게 하는거고 아님 말고.
다른 사람들이 나랑 같이 하고 있으니 괜히 부산 떨고 오바하면서 산통 깨고 싶진 않더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