캠프에 맨날 오는 할매가 한 분 계시다.
무고죄로 억울하게 옥살이를 하셨다가 결국 승소해서 나오신 할매인데
일찌기 남편이 회사의 산재보상 중단으로 병원서 강제퇴원당해 돌아가셨다 한다.
여튼간에 이 할매가 오시면 억울했던 삶 때문인지
구구절절 말씀이 많으시다. 그래서 다들 할매를 멀리한다.
근데 어째하다보니 할매가 나를 좋아하셔서 맨날 나만 찾으신다.
다른 민주당 후보 캠프도 가는 모양이신데 여튼 나를 찾으신다.
할매랑 나는 본이 같은데 손주라고 자꾸 부르시고 싶어한다.
손주가 같은 성을 가질 수는 없는데......
나는 모르겠다.
할매가 나 붙잡고 30분이 넘도록 얘기를 해도
그냥 다 들어주고 싶다.
근데 다른 사람들이 난리다.
할매 얘기 들어주면 끝이 없다고.
이 사무실에서 과연 끝까지 할매의 얘기를 들어준 사람이 있을까?
처음 일을 배울 때,
실무적으로는 무조건 표를 생각하라고 했다.
표에 도움이 되지 않는 건 뒤돌아보지도 말라는 이야기이다.
당연히 이 할매, 표에 도움 별로 안 되리란거 나도 안다.
근데 누군가에게 하소연하고 싶고
이야기 들어줄 사람이 필요한 사람을
표에 도움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다들 피해버리는 게 옳은 일일까?
아무리 늙어서 사리구분 안되는 할매라도
보고 느끼는게 있는데 말이다.
세상 사람들, 자기 사람 더 챙기고 싶어하고
친하게 지내는 사람들이랑 어울리는데도 시간 모자른 것은 맞다.
난 오지랖 넓은 놈일지도 모르겠다.
그래도 취객이든 했던 얘기 맨날 또 하고 또 하는 할매든
그냥 떠들고 싶은대로 떠들면
들어 줄 정도의 여유는 가지고 사는 사람이고 싶다.
가식이면 어떻고 개지랄이면 어떠랴.
나는 그런 삶을 선택하고 산다.
비단 캠프가 아니더라도
조금 더 넉넉한 마음 가지고
별로 연 없는 사람일지라도 웃으면서 즐겁게 대할 수 있는 그런 사람이 많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