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버지는 골수...까진 아니더라도
대부분의 영감님들이 그렇듯
자신을 합리적 보수라고 생각하는
군사독재 시절의 향수를 안고 사는 그런 우파다.
엄밀한 스펙트럼으로는 극우에 가깝지만.
여하튼간에
나는 오늘 선거캠프에서 일하는 것을 아버지께 말했다.
아버지는 우리 후보와 대학 동기였다.
그래서인지 더욱 우리 후보를 싫어한다.
당연히 내 양심고백(?)에
난리가 났다.
나는 그냥 아무 소리도 안했다.
나이쳐먹고 그딴데서 굽신거리고 있냐는 소리에
배우고 싶고 해보고 싶어서 간겁니다. 내가 내인생 책임지고 감당한다는데
왜 그렇게 화밖에 못 내십니까? 하고 큰소리 친 거 말고는
다른 말은 꺼내지도 않았다.
나는 본래 그렇다.
정말 좋아하고 사랑하는 사람이 나한테 화를 내면
제대로 된 변명도 못한다. 그렇게 생겨 먹었으니까.
말이 서투르거나 생각이 비논리적이라기보다는
그냥 사랑하는 사람들이 화를 내면
내 사고가 멈추는 것 같다.
누군가 내 이야기를 들어주는 사람이
절실히 필요했지만
딱히 생각나는 사람도 없었다. 시간도 너무 늦어버렸고.
항상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는 들어주고 공감해주는데
정작 내가 그런 말을 할 곳이 없다는 걸 깨달았다.
근데 그게 뭐 어때서 하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선택을 했고
그 선택에 따른 결과와 그로 인해 선택하지 못했던 것에 대한 결과도
온전히 감당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으니 말이다.
다만 아프고 쓰라리고 외로운 것은
마음의 틈을 집요하게 쑤셔댔다.
아직 나는 얼라다.
한쪽이 옳으면 반대쪽은 반드시 그르다가 되어버리니....
살면서 아버지와 다툰적도 별로 없고 대화도 자주했다고 생각했었는데
우연히 정치쪽 이야기를 나누다보니 정말 다른 의견을 가지고 계시던...
언성도 살짝 높아져서 그후로는 정치관련이야기를 꺼내지않고 있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