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보자의 포스터는 일정 분량 코팅을 해서 써야 한다.
봄에는 느닷없는 악천후가 발생하므로
비가 와서 포스터가 떨어지거나 하는 일이
유세기간 중 벌어지면 곤란하기 때문이다.
저녁 6시가 다 된 무렵, 포스터가 도착했다.
내게 코팅을 하라고 지시가 떨어져서
아무 생각 없이 포스터를 코팅하러 갔다.
나는 여태껏 포스터 코팅은 아무데서나 다 될 줄 알았다.
허나 아무 곳에서도 해 주지 않는다는 걸 곧 깨닫게 되었다.
난감한 것은
코팅을 해주는 곳은 없는데
인쇄소든 간판집이든 사진집이든 기타등등
모든 곳이 다 문을 닫는 시간이 되었다는 것이다.
'오늘 내로 안되면 내일 난리가 나네. 무조건 팀장이 해오게!'
라는 이야기를 들었을 때 시원하게 '예,알겠습니다!' 라고 대답은 했지만
정말로 막막했다.
어디서 할 수 있을지 묻고 묻다가-루리웹유저 피폭된지렁이에게 전화를 한 것이 큰 도움이 되었다-
서면에 인쇄골목이 있다는 것을 알았다.
하지만 인쇄골목은 컴컴했다.
당연하다. 8시가 다 되어가는 시간에 어느 가게가 문을 열겠는가.
최대한 당황하지 않고 불을 켠 가게와 코팅이 되는지 여부를 확인했지만
초조하기 그지없었다. 미친개처럼 뛰고 또 뛰었으니.
불을 켠 곳이 있었으나 문이 잠겨있었다.
보아하니 안에서 밥을 먹고 있는 모양이었다.
여기밖에 남은 가게가 없으니
난 죽어도 여기서 코팅을 해야겠다는 심정으로
문을 두드렸다.
주인이 빼꼼 내다보기에
제발 코팅좀 하게 해달라고 사정을 했다.
'아니 여서 안한다고 했으믄 어쩌실라고 그랬어예?'
그냥 감사하다는 말만 반복했다.
알고 보니 우리 후보가 부산 시장 선거 나왔을 때도
지역에 있는 포스터를 코팅할 적에 이곳에서 했다고
일하는 분이 말한다. 재밌는 인연인 것 같았다.
초짜가 하는 일은 항상 체계적이지 못하고 두서가 없다.
하지만 중요한 일을 어떻게든 완벽히 수행하고 돌아왔다는 것,
내 말에 책임을 졌다는 그 뿌듯함 덕에
초짜의 그런 모자람도
기쁨이 된 하루였다.
내일부터 있을 유세에
내 피와 땀(?)이 얼룩진 포스터를 쓴다는 생각을 하니
참 기분이 좋다.
간만에 놀러왔다가 응원하고 갑니다~ 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