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개 속에서 맡을 수 있는 향기를
좋아하는 사람이면 좋겠다.
이슬 맺힌 들풀의 향기,
강과 바다가 만나는 곳의 향기,
사람이 사라지고 텅 빈 밤거리의
쓸쓸하지만 고요하게 풍겨오는 아련한 향기,
자동차가 뿜는 매연 속에서도
어렴풋이 느껴지는 강한 생명력의 향기
언젠가 사랑하게 될 사람은
안개 속에서 피어나는 저런 향기들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
사랑을 하게 되면
그것을 느끼지 못하는 사람일지라도
나는 사랑할 것이다.
하지만 정말로,
나와 조용히 밤거리를 걸으며
그런 것들을 즐길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
키스를 하지 않아도 좋다.
같이 밤을 보내지 않아도 좋다.
그저,
나와 함께
느낄 수 있는 사람이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