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집 강아지 쿠로에게
요즘 재밌는 버릇이 생겼다.
관심을 기울여주지 않으면
갑자기 깨갱거리며 아픈 척을 하고 다리를 전다.
하는 짓이 귀엽기도 하고 우습기도 해서
쓴웃음을 지으며 '이눔새키!'하고 안아줬다.
엄살도 참 우습게도 한다.
선거사무실서 같이 일하던 완도 사나이 김 본부장과 등산을 했다.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만 한 좋은 분이라 대화가 길어졌다.
바위 위에 걸터앉아 저 멀리를 바라보다
내가 먼저 등산을 좋아하는 여자친구 하나 있으면 좋겠다고 말을 하는데
김 본부장이 물으신다.
'예전에는 괜찮은 여자친구 없었냐?'
말 없이 한참 아래를 바라보다 대답했다.
'20대 때, 절 좋아해주던 후배가 하나 있었습니다. 등산도 좋아하고 걷는 것도 좋아하고
정치이야기 하는 것도 좋아하고 저 따라 맛난 집 가는 것도 좋아하는 멋진 아이였습니다.
그런데 제가 아무런 관심을 안 가졌지요. 못 생겼다는 이유 하나만으로요.
저도 잘생긴 거 하나 없는 놈이 고작 외모 하나를 가지고 그렇게 냉랭했지요.
지금 제가 사랑을 못 하는 건 그런 것에 대한 벌이라 생각합니다.
정말 부끄럽습니다.'
본부장이 물끄러미 먼 산을 보시며 말씀하셨다.
'아직 안 늦었네.'
막걸리 한 잔 하고 내려오는 산길은
무척이나 가볍고 즐거웠다.
내려 와서 본부장과 헤어지고 혼자 담배를 물고 가다
쓴웃음이 나왔다.
'이눔새키!'
엄살도 참 우습게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