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 오는 저녁,
물기로 반질거리는 아스팔트 위
반짝이는 불빛을 보는 건 참 좋은 구경거리다.
비가 얼마 내리지 않아
산책도 할 겸 밖을 걸으며
풍경을 바라보았다.
아파트 화단에서는
산에서나 맡을 수 있는
향긋한 풀내음, 나무내음.
또 이렇게 금방 와주는구나.
보고 싶어하는 마음 어찌 알고.
이리 생각하며
머리로 톡톡 조금씩 떨어지는 물방울과
인사를 나누고 있었는데,
천둥소리와 함께
갑자기 폭우가 쏟아졌다.
얼마나 오려나 하고 생각했는데
숨을 못 쉴 정도로 엄청나게 쏟아진다.
사람들이 허둥대며 뿔뿔이 흩어진다.
이미 완전히 젖은 나는
어떻게 빗줄기를 피해 볼 생각조차 않고 멍하니 걷다가
'인사 한 번 요란하게 하네'라는 말이 저절로 나왔다.
웃음보가 갑자기 터졌다.
한치 앞도 안보일만큼 세찬 빗줄기를 맞으며
와하하하하 크게 웃었다.
한참을 웃으며 걸었으니
분명 그걸 본 사람들은
쟤가 돌았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농담이고 평소 다른 사람말을 듣지않아서 대비없이 비오는 날은
하늘이 날 혼내는 날이구나 생각하면서 비를 맞으면서 가던길을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