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사람과 이야기 나누는 걸 참 좋아했다.
작년의 나는 공부한다는 구실로 집에 자주 있었으므로
몇 년만에 안 쓰던 네이트온을 설치해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약속이 매우 잦은 편이라
연락오는대로 나가게 되면 일주일 내내 나가는 편이었다.
하지만 그 사람과의 대화가 어찌나 재밌던지
대부분의 날은 약속을 아예 취소해버리고 이야기를 했다.
동생도 세무사공부를 한다고 집에 자주 있었는데
내가 그러고 있는 모습을 문지방에서 물끄러미 보더니
'오빠야, 여자랑 이야기하제. 그 사람 퇴근할 때까지 놀아주기라도 하나? 그래봐야 다 헛방이디~'
라고 하기에 그런거 아니라고 매우 발끈한 적이 있다.
기면 어떻고 아니면 어떤가.
나도 행복했으면 된 거니까.
어제 꿈에 그 사람이 나왔다.
굉장히 긴 시간동안 그녀와 대화를 나눴다.
이야기 하나하나는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그 사람이 차갑게 웃으며
'그 때나 지금이나 닌 아니었다.'라고 하는 말은
기억이 난다.
'에효...오늘도 오후까지는 정신을 못 차리겠구나.'
라는 생각으로 컴퓨터 앞에 앉아서
쓸데없는 일기를 끄적거리고 있다.
일했던 선거 사무실서 자꾸 전화가 오지만
건실히 돈을 벌고 내 생활을 찾기 전에는
절대 발을 들이지 않으리라.
지금처럼 악몽 하나에도 힘들어하는
약해진 자존감을 회복하기 위해선
내 일을 해야 한다. 나만의 일을.
잊고 기운찬 하루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