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지나다 '실연당한 사람들을 위한 일곱 시 조찬 모임'이라는
요상망측한 제목의 책을 보았다.
그다지 신경을 안 쓰고 다시 지나갔는데
자꾸 그 기묘한 이름이 기억나서
글쓴이의 인터뷰를 찾아보게 되었다.
비단 지금 내 입장에서 보았기 때문이 아니라
참 좋은 말들을 많이 해 놓았다.
'차버린 사람도 상처가 남기는 마찬가지다. 그래도 차인 사람보단 덜 아프다. 연애는 어쩔 수 없다. 더 아픈 쪽이 있기 마련이다. 똑같이 아플 수가 없다. 실연의 고통은 추상적이지 않다. 실제로 칼에 찔리고 불에 덴 듯한 고통이다. 그런 사람들을 위로하는 것이 이 책을 쓴 이유이다'
이게 소설을 쓴 이유라는데, 칼에 찔리고 불에 덴 듯한 고통을 겪었는지는 모르겠지만
한동안 당뇨 증세-진짜 당뇨가 왔으면 정말 좌절하게 될 것 같아 검진은 받지 않았다-에 시달려 식이요법도 해보고,정신적으로도 매일을 불면증에 시달렸으니 그렇다고 쳐 두기로 하고 다른 말들을 보았다.
'시간이 지나는 수밖에 없다. 하지만 처음엔 반드시 혼자 아파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후에 부작용이 생긴다. 일종의 성장통이다'
이런 말도 참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홀로 일어설 수 있는 사람이 정말로 다른 이를 사랑할 수 있다고 믿어왔기 때문이리라.
'할퀴고, 물고, 뜯고 끝난다 할 지라도 거의 사랑이 유일하게 인간을 성장시킨다. 연애는 좋은 쪽이든, 나쁜 쪽이든 다 좋다. 한 번도 비행기를 타지 않은 사람을 아프리카로 가게 만들고, 길었던 머리를 자르게 한다. 실연은 그런 면에서 긍정적이다. 헤어져야 만나는 것 아닌가'
그러게,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할 수도 있고 다른 일을 하기 위해 애쓸 수도 있지.
사랑은 그런 힘을 가지도록 하는 촉매제니까.
제일 좋았던 말은 이 말인 것 같다.
'실패를 받아들이는 방식이 한 사람의 인생을 결정한다. 즉 실패를 통해 누가 더 많이 배우느냐의 문제다. 실연은 인생의 대표적 오답이다.'
하...정말 섹시한 인터뷰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드는 시간이었다.
비록 내가 쓰는 이 기록들이 오답노트라 생각지는 않는다만
어떤 면에서는 그러할지도 모르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