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아이돌 왕따사건은
사실 한 그룹에 국한된 문제가 아니라
그렇지 않은 예를 찾기 어려울 정도로
합숙을 전제로 하는
아이돌들의 조직,단체문화가 가진 문제점을 여실히 보여주고 있다.
이 아이돌 그룹들은 무엇인가.
언론에서 항상 극찬해 마지않는 '한류'문화 전파의 선봉장들 아닌가.
물론 우리 나라 아이돌 그룹이 가진 고유의 매력이 존재할 것이다.
그렇기에 세계 많은 사람들이 그들 혹은 그녀들에게 열광하는 바도 있을 것이다.
허나 우리보다 자금력도 풍부하고 참신한 인재도 많은
구미권에서 왜 저런 아이돌 컨텐츠가 우리만큼 양적으로 많아 보이지 않을까에 대해
한 번쯤 생각해보는 언론도 있었으면 좋겠다.
예술성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돈이 되면 서양 음악인들도 아이돌 댄스 음악 열심히 만든다.
그렇다면 문제는 결국 아이돌을 양성하는 시스템에 있는데
외국에서는 아마 저런 단체 합숙식의 아이돌 양성을 선호하지 않을 것이다.
비단 왕따의 문제만이 아니라
군대문화가 사회 깊숙히 뿌리박혀있는 우리 나라와 같이
단체,합숙생활을 당연시하지 않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합숙식 아이돌 양성 시스템이
굉장한 시너지효과를 낳는다거나 예술성의 발달에 기여를 한다면
구미권에서도 앞다투어 저런 방식으로 아이돌을 양성하겠지만
나는 아직까지 구미권 어느 나라도 아이돌을 그렇게 마구 만든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은 없다.
이번 왕따사건이 구설수에 계속 오르는 것은
자아관이나 인생관이 확립되지 않은 어린 친구들을
돈을 벌게 해 주고 성공시켜 주겠다는 이유 하나로
돼지우리에 쳐 넣듯 단체합숙을 시켜 아이돌로 만드는
인재양성 시스템의 문제가 물 위로 떠오른 것이라 생각된다.
서구권에서도 단체로 사회 인재를 합숙시켜 양성하던 곳이 하나 있었다.
다들 익히 아는 스파르타다.
기형아나 장애아는 태어나자마자 죽여버리고
잘 생기고 튼튼한 아이들만 병영에 쳐 집어넣어
괴물같은 전사로 육성해낸 이 나라는
기형적인 가치관을 가진 이 전사들이 나라를 운영해
결국 비참하게-이것을 영웅적인 최후라 생각하는 군국주의자들과는 할 말이 없다-망했다.
나는 아이돌을 만들어내는 시스템이
마치 스파르타같다는 생각이다.
개인을 표현하는 성품도 예술성도 없이
그저 인형같이 예쁘고 귀여운 아이들을 뽑아내어
예술과는 별 상관도 없는 예능이나 댄스 기계로 양성해내는
이 시스템은 필시 사회를 좀먹는다.
연예인이 아닌 일반 대중에게는
예쁘고 잘생겨야 한다는 강박관념을 안겨주고
예술성을 바탕으로 좋은 음악을 만들고자 하는 사람에게는
상업성이 없으면 성공할 수 없다는 회의감을 안겨주며
아이돌을 지망하여 열심히 노력하는 순진한 친구들에게는
이번 왕따사건과 같이 인격적으로 문제가 있는 무리들에 둘러싸여
견디기 어려운 아픔을 주는 그런 시스템이다.
나도 아이돌 그룹 멤버 몇몇을 보면
귀엽고 발랄함에 흐뭇한 감정을 느끼는 범부이나
돈이 된다는 이유로
굴비 엮듯 줄줄이 생산되는 아이돌들과
그것을 마치 자랑스런 한류로 선전하는
정신나간 언론을 보고 있자면
이건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한류 아이돌 문화가
정말 언론에서 선전하듯 우수하고 양질의 문화라면
왜 다른 나라에서 앞다투어 배우러 오지 않겠는가.
문화는 항상 위에서 아래로 자연스레 흐르게 마련인데 말이다.
이토록 문제점이 많은 엉터리같은 가수 양성 시스템을
언제까지 '한류'라는 이름으로 포장해
팔아먹을런지 난 모르겠다.
굳이 왕따 사건 때문은 아닐지라도
난 이 썩은 문화가 빨리 사라졌으면 좋겠다.
이따위 문화가 한류라면 이건 '우리 나라 저질이요' 하고 광고하는 거니까.
P.s 아,삼촌팬들에겐 미안합니다.아이돌들 많이 사랑해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