굉장히 친한 녀석이었는데
듣도보도 못한 이상한 일을 하러 간 이후
간만에 봤다.
친한 놈들끼리 아는데야 무슨 말이 그리 필요하랴.
사는 얘기 안 물어봐도 뻔하고
노는 거, 관심사 비슷할 수 밖에.
다 좋았는데
이놈이 남의 연애사를 물어보는 것이었다.
"야, 요새 뭐 있나?"
"없지 임마"
"맘에 드는 사람도 없나?"
잠시 망설이다가
"좋아하는 사람은 있다"
요렇게 얘길 하니
"와 안사귀는데"
"남자친구 있다 임마.뭐 그런줄 알아라"
하고 이야기를 관두려니
"어이구 이새끼야 나가 몇인데 아직도 고삐리때 하던 짓 하고있노. 좀 씨바 사랑같은 사랑을 해라"
요 말이 묘하게 신경을 거슬렀다.
"개노무새끼가 뭔 씨바 다짜고짜 지 기준으로 개지랄이고"
까지 말하고는 바로 다투었다.
에라이 썅노무새끼야부터 온갖 욕설이 오고간 후에
둘다 좀 지치기도 하고 간만에 봤는데 미안하기도 해서
한동안 조용히 술잔만 오고갔다.
"미안하다 임마. 내가 근데 니 옛날 일도 그렇고 좀 답답해서 그캤지"
친구가 차분하게 말을 꺼내기에 나도 대답했다.
"안다. 니 왜 그리 화부터 내는지. 나도 알고 있다 임마.
내가 무슨 소릴 해도 그 사람은 자기 옆에 있는 사람이 먼저일수밖에 없고
따지고보면 난 그냥 친하게 지내고 싶은 사람일지도 모르지.
내가 백날 개지랄 떨어봐야 되는 것 없을 수도 있고
내 입장서나 니처럼 내를 아끼는 사람들 입장서 보면
미친 헛짓으로 보이는 것도 이해한다.
나도 그래서 맨날 답답해서 죽을것 같았고
때려쳐야지 때려쳐야지 하루에 수백번도 넘게 혼자 그리 맘먹고 그랬지.
근데...내가 살면서 그냥, 이유 없이 아무것도 안 따지고
그렇게 사람 좋아해 본 적이 없었던 것 같다.
그래서 그냥 있는 그대로, 뭔가를 자르고 자시고 할 그것도
아무 생각도 걍 안난다.
그냥 머 그런 마음땜에 피해만 안 줬으면 좋겠다.
내 좋아하든지 말든지 별 상관도 없다 이젠.
오히려 그렇게 생각하고 나니까 맘이 편한 거 있제.
누가 물어봐도 걍 좋아하는 사람 있다 이 정도 말하고 딴 소리 할 필요도 없고"
친구가 빙긋 웃으면서
"아 지랄 ㅋㅋ 닌 예전부터 그런 놈이었다"고
공치사를 해 주는데
그게 또 어찌 그리 고맙던지...
친구들이란게 대부분 그렇듯
또 헛소리 실컷 해대다가
훈훈하게 마무리 짓고
기약은 없으나 또 볼 것을 약속하며
그리 헤어졌다.
그렇게 생각해주는 친구가
그래도 몇 있다는 것만으로도
난 꽤나 부자일지도 모른다.
마음 부자.
사랑 이야기는 안 쓴다고 했기에 가슴 한 편으로 좀 뜨끔하기도 하지만
이건 뭐 엄밀히 말하면 친구끼리 싸운 이야기니까...
가장 친한 친구2명이랑은 심하게 싸운적이 한번도 없네요.
서로 존중하는게 정말 중요한 것 같아요.
저는 친구가 2명이나 있어서 참 좋습니다.ㅎㅎ