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린 누군가에 대해 얼마나 알고 사는가.
나는 내가 좋아하는 사람을 아주 잘 안다고 생각했었다.
심지어 나만큼 잘 아는 사람은 없다는 교만함까지 생길 정도로.
하지만 나는 그녀-혹은 예전의 그녀들-에 대해 무엇을 아는가?
주말에는 뭘 하고 지내는가. 일을 마치고 난 저녁엔 뭘 하면서 노는가.
좋아하는 음악은 무엇인가. 좋아하는 스타일은 무엇이며 어떤 옷을 즐겨 입는가.
어떤 곳을 좋아하는가, 흥미를 느끼는 것은 무엇인가.
내가 아는 건 극히 일부일 뿐이다.
오히려 알면 알수록 나는 모르고 있다는 사실만을 깨닫았을 뿐.
왜 그런지는 모르겠다만 그런 생각이 들었다.
우울하던 찰나, 기분 전환을 위해 서점에 갔다.
나는 책을 보고 있으면 시간가는줄 모르니까.
시집을 보았는데 참 좋은 시라 해야할까,
마음에 와닿는 시가 있었다.
# 연습곡鍊習曲, 사랑 2
내 것이라 말해놓고 남의 곁에 자고있네
언젠간 마주 보고 웃겠지! 거울 보며 닦는 눈물
어떤 생각으로 시를 썼는지 너무도 가슴에 와닿기에
시를 외우고는 책을 꽃아넣었다.
그런데 제대로 외웠는지 확인을 해 보려 잠깐 철학서적을 보다 돌아와보니
누가 사갔는지,아니면 내가 엄한 곳에 책을 꽃아놨는지 도통 찾을 수가 없었다.
참 신비한 일이었다.
사람을 더 알고 싶을 때,
내가 그 사람을 점점 더 알 수 없게 되었듯
그 시는 내게 여운만을 남기고 사라져 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