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동생은 나한테 뭔가를 숨기지 않고 그대로 말하는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동생이 이야기하는 걸 잘 들어주기만해도
동생이 뭘 말하고 싶어하는지 잘 알 수 있다.
어린 시절부터 덤덤하게-어쩌면 멍청하게-일어나는 일을 바라보았던 나와 달리
동생은 예민하고 외로움을 잘 탔다. 그래서 동생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자주 지켜보아야 했다.
동생이 힘들어하면 나 또한 무척이나 괴로웠다.
내 가족이라 그런 것도 있겠지만
나와 인생을 함께하는 사람이 힘들어할 때
실질적으로 도와 줄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음을 느낀 적이 많기 때문이다.
그렇게 많은 사람을 보고, 그 사람들에 대한 판단을 하고
그 사람들이 앞으로 하게 될 행동을 예측하며 살아와도
내 동생 하나도 제대로 위로 못해주는 것에 절망한 적도 많다.
나는 사람이 사람을 치유한다는 말은 별 의미없는 소리라 생각한다.
힘들어하는 사람에게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은
그 사람의 이야기를 조용히 들어주는 것이라 본다.
내 동생도 내 가족도, 언젠가는 생길 내 애인도
내가 아닌 다른 몸의 사람일 뿐이다.
그 사람의 인생을 대신 살아줄 수 없기에
나는 그저 조용히 그 사람의 고민을 들어주고
진정으로 걱정해주며 그 사람이 행복해지길 빌 뿐이다.
동생이 남자친구와 헤어지려 하고 있다.
남자친구가 한 말을 내게 말해주며 우는데
가슴이 찢어질 것 같다.
그 와중에도 그 친구는
동생이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다며 질타할 뿐이다.
나는 안다. 내 동생이 얼마나 사람을 깊게 걱정해주고 좋아해 주는지.
그래서 슬프다.
지금 내가 해 줄 수 있는 건
조용히 동생 어깨를 토닥여주고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 밖에 없다...
오늘은 좀 맛있는 식사를 만들어 줘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