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과를 좋아하긴 하는데 평소엔 잘 안먹는 편이다.
하지만 등산 갈 때, 얼음주머니에 하나 넣어 가지고 가서
갈증이 심할 때 먹으면 말 그대로 천상의 맛이다.
오늘도 더운 날씨에 등산을 한지라
있는대로 땀을 흘리고 축 늘어졌다.
허나 꼭대기에서 먹은 시원한 사과는
어찌나 맛있던지 피곤함이 절로 사라지는 맛이었다.
너무 맛있어 사과심까지 다 먹어버렸다.
지치고 목마르고 배고플 때,
사과의 진정한 맛을 깨닫는 것이다.
나는 사랑의 참맛을 모르고 살았다.
왜 사람들이 남자와 여자-혹은 동성일 수도 있겠다-끼리
둘이 찰싹 붙어다녀야만 하는지 이해를 못했고
남녀가 겉에서 보기엔 별 것 아닌 일로 싸우는 것도 이해못했다.
이제서야 나는 사랑에 목마른데,
이제 그 참맛을 너무도 느끼고 싶은데
한참 늦게서야 다다른 기분이다.
사과를 먹고 바위 위에 누워 지나가는 구름을 쳐다보다
멀리 보이는 골짜기에 소리를 질렀다.
'보고싶다! 너무 보고싶다! 근데 넌 이제 나랑 다른 세상에 사는거냐!'
크게 소리를 지르니 산도 똑같은 말을 내게 해 준다.
세상은 다 붙어 있는데
사람과 사람도 다 같이 살아가는데
내 마음은 지척으로 맞닿아 있는데,
나는 갈 수 없구나.
그래도 웃으며 산을 내려왔다.
행복하게 살면 그걸로 만족해야지.
간만에 찾은 산이 원망않고 나를 반겼듯.
아! 목마르다!
좋은 짝 어서 찾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