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게에서 반죽 밟기를 시켰다.
사누키 우동은 반죽을 밟는 것이 전통적인 방법이다.
반죽 사이의 기포를 최소화하고, 입자의 간격을 줄여
면의 찰기를 극대화하는 것이 목적이다.
들어온지 며칠 안 되어 이런 일을 시켜주는 것이 참으로 고마웠다.
가게서는 내가 확실히 창업을 할 사람이라고 인식해서 이것저것 많이 가르쳐 줄 모양이다.
주방장 형이 술을 사줬다.
내 살아온 이야기부터 이것저것 참 많이 말한 것 같다.
다 좋은데 형이 그랬다.
'니는 너무 예의가 바른 것 같다. 내한테 거리 두고 대하는 거 아이가?'
나는 이런 말을 들을 때마다 마음이 졸라 아프다.
거짓말도 안하고 비밀도 없이 내 알몸뚱이 후련하게 까고 말하는 건데
그냥 내 태도가, 옆에 있으면 말도 잘 없고 예의바르게 대한다는 이유로
다들 마음의 벽을 둔다 생각하는 모양이다.
특히, 그런 내 태도가 좋아했던 여자들에게
'얘는 나를 정말로 안 좋아하나보다. 나한테 거리를 두고 있어'
이런 식으로 인식되었을지도 모른다 생각하면
참말로 괴롭고 슬프다.
형한테 이야기를 했다.
'행님,저는 행님 생각보다 직선적인 놈이라서 만약 같이 술먹기 싫었으면
아 싫습니다 행님,내일 걍 가게에서 뵙시다라고 얘기했을거에요'
연륜이 있는 형이 그제서야 이해를 한다.
나이가 45살인 형도 내가 이렇게 얘기를 안하면 이해를 못하는데
나보다 어렸던 사람들이 어떻게 이해를 했겠노 싶으면
진짜 맘이 아프다.
뭐 좋은 일도 있고 씁쓸한 생각도 하며
하루 마쳤다.
그래도 들어와서 일기를 적을 때는 웃는 얼굴로 적는다.
힘들어도 웃어야지.
웃고 또 웃고
자꾸 웃다보면
정말로 웃고 살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