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에 있던 시절,나는 분노 덩어리였던 적이 있었다.
후임들이 무서워서 말을 못 걸고
고참들은 저 새끼 건들면 짜증나는 일 생기니까 안 건드린다 할 정도로
굉장히 까칠했었다.
정말 처절할만큼 혼자였던 시절이었다.
항상 혼자가 익숙했는데도 마치 독방에 있는 것처럼 외롭고 짜증났었다.
내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매일매일 영창을 가야된다니 어쩌니 하는
간부들한테도 대들었고 사람들이 나를 피하니 미칠 노릇이었다.
그 때, 내무실에 고양이 한 마리가 살았다.
동물을 너무나도 사랑하는 나였지만
그 놈이 똥오줌을 싸고 어지른 것을 바빠 죽겠는데 치워야하는 내 입장이 매우 싫었다.
그래서 그 녀석을 죽든말든 상관없다고 냅다 던져버렸는데
다신 안 왔다.
그 이후로 항상 고양이들에게 미안한 마음이 생겨
고양이를 만나게 되면 잘해주려 애썼다.
어제 아침에 가게 앞을 청소하다가
가게 계단에 웅크리고 있는 새끼고양이를 보았다.
내가 다가가도 피하질 않아
품에 안고 먹을 거라도 줘야겠다 싶어
가게 안으로 데리고 가니
형들이 고양이는 밖으로 쫓아내라고 했다.
어쩔 수 없어 고양이를 뒷문 베란다에 놓아주었는데
무서워하며 자꾸 내게 오는 걸
눈물을 머금고 지붕에 내려주었다.
고양이는 자기 구역에 다른 새끼고양이가 오면
죽이거나 물고 가서 버린다는데
계속 그 이야기가 신경쓰여
일이 손에 안잡혔다.
여유있을 때마다
고양이를 계속 보러 갔는데
이미 고양이가 없어진지 오래다.
제발 무사했으면 좋겠다는 생각때문에
하루종일 슬펐다.
마음이 모질지 못하고 여린건지
동물을 너무 좋아해서 그런건지는 모르겠지만
이런 일에도 이리 흔들리는 나를 보면
어쩔 때는 큰 일은 못할 놈이겠구나 하는 생각도 든다.
무사히 잘 크면 좋을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