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젓한 밤이다.
1년 전의 나는 어떤 일로 무척이나 괴로워하고 있었다.
너무너무 괴로워서 매일 밤 잠을 못 자고,몇 달 정도 뒤척이기만 한것같다.
몸은 몸대로 상하고 마음은 마음대로 상해
거의 인간같지 않은 나날을 보냈다고 생각한다.
지금도 딱히 달라진 것이야 있겠냐만
그래도 긍정적인 마음으로 살아가려 애쓴다.
고통과 부정적인 생각에 져버리고
타인을 저주하는 삶 따위는 생각해 본 적도 없다.
괴로워도 나 혼자 괴로워하고
슬퍼도 나 혼자 슬퍼해야 한다.
오로지 그것이 나만의 것이었을때여야
스스로 이겨낼 수 있다 생각하니까.
이 달밤에 일 년 전 읽었던 나오에 가네츠구의 싯구가 생각난다.
風花雪月不關情
邂逅相逢慰此生
私語今宵別無事
共修河誓又山盟
바람, 꽃, 눈, 달과 같은 정경에 관계없이
서로 만나 삶을 위해주며
서로만의 이야기로 무사함을 고했네
맹세는 강처럼 길고 언약은 산과 같네
대충 이런 뜻이라 보는데
풀이하자면 이렇단다.
「바람, 꽃, 눈, 달 같은 아름다운 정경(情景)도,
우리들의 지금의 감정을 묘성(昴)에 비한다면 모두 관계 없는 것.
생각치 못하게 우연히 만나, 서로의 인생을 다독여주고 있기 때문에...
두 사람만의 이야기로, 속 마음을 드러냈지만, 벌써 이별의 시간이 왔다.
헤어질 때에는 아무일 없었던것 처럼 비밀을 지켰다」
그렇게 서로를 위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는데
난 참 못났다.
남의 인생을 다독여주기는 커녕
내 자신의 괴로움을 떨치는데도
이렇게 시간이 걸리고
아직도 헤어나오지 못하니 말이다.
그렇게 생각해보면
언제쯤에나 밝고 긍정적인 에너지를
사람들에게 가득 안겨주는
존재가 될 수 있을지 의문이기도 하다.
뭐 노력하고 열심히 내 길을 찾다 보면
언젠가는 어떤 해답이 나오리라 생각하기에
굳이 슬퍼하고 앉아있기만 할 일도 아니다.
애초에 나는 그렇게 절망만 하며
살아가는 인간은 아니니
작게나마 안심하며 밤을 보낸다.